"너희가 잔치 비용 내" 이장이 귀농한 주민 폭행

"너희가 잔치 비용 내" 이장이 귀농한 주민 폭행

2017.06.23.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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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접고 공기 좋고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지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평온하게 살려는 기대와는 달리 기존 주민과 귀농인들의 마찰도 종종 벌어집니다.

최근 전남의 한 마을 이장이 귀농한 주민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다름 아닌 잔치비용 부담을 두고 벌어진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취재 기자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마을 이장과 귀농 주민 간의 폭행 사건, 우선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된 건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4월 말입니다.

YTN이 입수한 화면을 보면요.

두 남자가 말다툼을 벌이더니, 의자를 뒤로 밀쳐 넘어뜨립니다.

이어 한 남성이 윗옷까지 벗어 던지고는 발길질을 날립니다.

손으로 목을 졸라 밀치기도 하고 일어서려는 상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합니다.

마을 이장이 수년 전 같은 마을에 정착해서 사는 주민을 폭행하는 장면인데요.

잔치 비용을 대는 문제로 생김 말다툼이 커져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겁니다.

현재 경찰에서 폭행 혐의로 마을 이장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로 넘긴 상황입니다.

[앵커]
마을 잔치 비용을 대는 문제로 싸움이 시작됐다고 했는데.

[기자]
사건이 벌어진 게 지난 4월 30일이니까요.

어버이날이 있기 약 일주일 전쯤입니다.

시골 마을에서는 종종 어버이날에 효도나 경로잔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 마을의 경우도 사건 당시 마을 차원에서 어버이날 잔치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마을 이장이 외지에서 귀농 온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어버이날 행사를 치르려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좋은 취지 행사라면 기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모두 걷지 왜 객지 사람들에게만 부담을 주느냐고 했지만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이 마을에 귀농인만 15가구 정도 되는 데 실제로 이 중 11가구가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씩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폭행을 당한 귀농인은 돈을 내라는 마을 이장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고, 이게 말다툼과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앵커]
마을 이장도 자신이 귀농인을 폭행하거나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 폭행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화면을 보면 폭행을 당한 게 명백해 보입니다.

피해자는 병원에서도 허리와 가슴 부분 척추뼈와 무릎 타박상 등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는데요.

이에 대해 마을 이장은 피해자를 밀었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돈을 낼 것을 요구했다는 부분도 주장이 조금 다른데요.

마을 이장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이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귀농인들 집에 찾아간 건 맞지만 직접 돈을 내라는 말도 한 적도 없고 단지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만 유도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장 말을 듣고 대부분 귀농인이 돈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반발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기분 좋게 돈을 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귀농하면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농촌에서 여유롭게 사는 것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는 원주민과 귀농인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갈등은 마을 행사에서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상담 사례를 보면, 귀농인이 마을 보조비를 타내면 시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농사하는 방법을 두고도 기존 주민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귀농 귀촌하는 분들은 유기농을 원하는데 기존 마을 주민은 농약을 쓰고 있으면 그 문제를 두고도 다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어느 마을은 "이장이 귀농인 면접을 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잘 상상이 안 돼서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이 사람이 우리 마을에 오래 사람인지 아니면 잠깐 머물다가 떠날 뜨내기인지 등을 본다는 겁니다.

우리 마을에 와서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본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앵커]
비단 이런 말이 '카더라' 같은 설이나 특정 지역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통계를 봐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요.

귀농, 귀촌인 2천 명에게 물었더니,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가 충돌한 경우가 갈등 사례 중 가장 많았습니다.

또 귀농인에 대한 선입견과 텃세로 인한 마찰도 적지 않았고요.

집이나 토지 문제, 마을 공동 일에 대한 참여 문제, 영농방식의 차이에서도 마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 귀농인들이 다른 농촌으로 가고 싶어하는 두 번째 이유가 기존 주민과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원주민과 귀농인 사이에 갈등을 피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
우리나라 귀농·귀촌 가구가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1년 불과 880가구였던 귀농·귀촌 가구는 지난 2015년 32만9천 가구로 증가했는데요.

그만큼 농촌 마을마다 원주민과 귀농인 사이에 갈등이 생겨날 여지가 많습니다.

도시와 농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만큼 생각이나 생활양식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농촌 마을에서도 귀농인들을 열린 마음으로 맞아주고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귀농인은 마을 공동체에 자주 참여해 다가가고, 기존 주민도 귀농인들에게 뭔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현호[nhh7@ytn.co.kr]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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