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인팩트] 미국산 바닷가재를 캐나다산으로 속인 이유는?

[취재인팩트] 미국산 바닷가재를 캐나다산으로 속인 이유는?

2017.05.16.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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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산 바닷가재를 캐나다산으로 속여 판매한 수입업자가 적발됐다고 합니다.

미국이든 캐나다든 우리에게는 수입 수산물이기는 매한가지인데 업계 사정은 다르다고 합니다.

왜 소비자를 속였고, 어떻게 단속됐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종호 기자!

우선 가장 궁금한 것부터 짚어보죠.

캐나다산과 미국산 바닷가재 차이가 뭡니까?

[기자]
바닷가재는 90%가 북미대륙 동쪽 대서양에서 잡힙니다.

잡는 곳에 따라 캐나다산이나 미국산으로 달리 말하지만, 실제는 같은 종류입니다.

그런데 잡는 위치에 따라서 상태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미국에서 살 때는 바닷가재가 탈피도 하고 살이 덜 차 있지만, 먹이활동에 따라 상대적으로 추운 캐나다로 이동하면서 살이 꽉 차게 됩니다.

겨울을 나려고 몸집을 키우고 육질도 단단해져 미국에서와는 다른 모습이 된 겁니다.

그래서 같은 무게라도 미국보다 캐나다산이 먹을 부분이 더 많다는 게 업계 평입니다.

[앵커]
살이 더 많으면 가격도 더 비싸겠는데요?

어느 정도 차이가 납니까?

[기자]
업계에서는 평균 20%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미국산 바닷가재 2kg 가격이 5만 원이라고 하면 같은 무게 캐나다산은 6만 원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같은 바닷가재를 두고 어디에서 잡히느냐에 따라 산지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미국산인지 캐나다산인지를 눈으로 보고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바닷가재를 우리는 전량 수입하다 보니 '어디서 잡았는지?'라는 말은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와 같은 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입니다.

[앵커]
구별이 쉽지 않아 식당에서는 그냥 납품을 받았겠지만, 나중에 요리해보면 분명히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기자]
특히 바닷가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이라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알 수도 있습니다.

껍질을 만져보면 캐나다산이 훨씬 단단하고 캐나다 해역과 미국 해역에서의 먹이 활동도 달라 색깔도 미묘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어쨌든 바닷가재가 고급 재료이다 보니 전문식당에서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캐나다산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캐나다산으로 알고 산 바닷가재가 껍질이 무르고, 조리했더니 살도 덜 차 있어서 일부 식당에서는 수입업체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대부분 캐나다산을 납품하면서 미국산은 일부만 섞다 보니 산지 차이가 아니라 계체 차이로 여긴 식당도 많았습니다.

[앵커]
이번에 적발된 업체 이야기를 해보죠.

원산지를 속인 바닷가재를 얼마나 유통했습니까?

[기자]
캐나다산으로 둔갑한 미국산 바닷가재는 주로 식당에 팔렸는데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 3월 사이에 81톤가량 유통된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습니다.

지난 3월에 해경이 이 업체를 압수수색 했는데 캐나다산과 미국산 구별 없이 한 수조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납품할 때 대략 8:2, 7:3 비율로 캐나다산과 미국산이 섞이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원산지 서류를 첨부하지 않았고 전표에 직접 캐나다산이라고 썼습니다.

바닷가재는 집게가 위험할 수 있어 고무밴드로 묶어두는 데요.

미국산이라고 표시된 고무밴드를 잘라내고 원산지 표시가 없는 밴드로 묶기도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미국산 21억 원어치가 캐나다산으로 둔갑해 26억 원 상당에 팔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입업체 업주는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지난주 구속됐습니다.

[앵커]
주로 식당에 유통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습니까?

[기자]
갑각류 전문 식당 업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100% 캐나다산으로 알고 샀는데 막상 조리해보니 그대로 손님상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살이 절반도 안 차 있는 게 수두룩해서입니다.

같은 크기, 같은 무게라도 캐나다산은 살이 꽉 차 있고 미국산에는 물이 많이 들어있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데 조리해보니 원산지를 속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겁니다.

저와 이야기 나눈 업주는 수입업체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요리를 잘못해서다.', '원래 그렇다.'는 식의 핀잔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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