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험한 산세에 강풍...강원 산불 문제는?

[취재N팩트] 험한 산세에 강풍...강원 산불 문제는?

2017.05.08.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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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험한 산세에 강풍까지 겹치며 삼척에서 난 산불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화 현장에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삼척 산불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지 환 기자!

삼척 산불, 벌써 마흔 시간 넘게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진화작업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산세는 험하고, 바람은 여전히 강합니다.

70% 정도 진화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이곳은 마흔다섯 시간 가까이 불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이 삼척 산불 최초 발화 지점 근처입니다.

진화대가 사투를 벌이지만 워낙 불에 타기 쉬운 소나무 단순 침엽수림이고 송진 때문에 한 번 불으면 오래 이어집니다.

그래서 비화 현상이라고 하죠.

워낙 골짜기가 깊고 골바람이 부는 곳인데, 널뛰기하듯 불씨가 휙휙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불길 방향이 삼척과 태백을 잇는 해발 800m 건의령으로 백두대간 동쪽 사면이 급경사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인력 투입 자체가 쉽지 않고 헬기 진화에 의존해야 하는 곳인데요.

26대의 헬기가 투입됐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산불 현장에 대형 송전탑이 있어 헬기 접근이 어렵고 발화지점에 정확하게 물을 뿌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담수 지역도 헬기로 왕복 20분이 걸릴 정도로 멉니다.

현재까지 삼척에 난 불로 축구장 130여 개, 100만 제곱미터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적이 드물어 인명 피해가 없다는 건데요.

인근 마을 주민 20여 명이 집을 떠나 대피한 상태입니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일단 바람이 다소 약해지는 오늘 중 큰 불길을 잡겠다는 목표입니다.

[앵커]
계속해서 산불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데요.

이번 산불 현장에서 국가 재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어떻습니까?

[기자]
산불과 관련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인데요.

4월까지는 산불이 심하지만, 수목에 수분 함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는 5월엔 산불이 나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의 통례였습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초여름 같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속설은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산림은 화약고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 타워, 국민안전처의 방심이 화마를 더 키웠습니다.

산불 관련 재난 문자를 단 한 통도 보내지 않았죠. 이미 보도를 통해서 많이 알려졌는데요.

산불 정보를 제공해야 할 산림 당국 홈페이지나 지자체 산불 정보 같은 대응도 역시 제구실을 못 했습니다.

실제로 강릉이나 삼척 지역 주민들은 개인 SNS로 산불 사실을 알리고, 언론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앰프나 민방위 경보로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고작이었는데,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이마저 여의치 않아 대피한 주민은 거의 없었습니다.

강릉 산불 첫날 2,500명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실제 대피한 건 수백 명에 불과했고요. 어젯밤에도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대피한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다른 재난과 달리 산불의 경우 무조건 대피할 수만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멀리서 산불은 났지만, 작은 불씨가 하나둘 날아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집을 모두 비우고 대피를 하느냐. 수돗물이든 지하수든 들고 저지선을 만들어 최대한 막는 데까지 막는다.

이런 입장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산불과 함께 주민들은 스스로 산불 정보를 찾아 헤매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구멍 난 재난시스템의 민낯은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앵커]
헬기 얘기도 좀 해볼까요, 헬기 지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대규모 산불이 동시에 나고 있습니다.

특히 헬기는 산세 험한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의존도가 90% 이상인데, 지휘 체계가 미비합니다.

어제 강원 지역 산불에 약 60대 가까운 헬기가 투입됐는데요.

사실상 가용 헬기가 다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진화용 헬기는 130대가 넘습니다.

하지만 이 중 국가의 산불 대책 총괄을 맡은 산림청이 직접 지휘·통제할 수 있는 헬기는 40여 대뿐입니다.

나머지는 각각 도지사와 시장 군수, 소방서장,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사령관 등으로 지휘권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공조 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할 경우 골든타임 30분 이내 헬기 투입을 통한 초동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기후 변화로 산불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산불의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산불 진화의 핵심인 헬기를 비롯한 장비와 인력의 지휘 체계의 확립이 시급합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 YTN 지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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