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도난당했어요" 휠체어 타고 1km 달린 장애인

"전 재산을 도난당했어요" 휠체어 타고 1km 달린 장애인

2016.09.26. 오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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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평생 모은 돈을 자신이 고용한 일꾼에게 도난당했습니다.

범인은 신고를 못 하게 하려고 피해자의 자동차 열쇠와 휴대전화까지 내다 버렸는데요,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으면 전동 휠체어를 1km나 끌고 와서 울먹이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연거푸 담배를 피우며 눈치를 살핍니다.

드라이버로 나무 창살을 부수더니 방 안에 있던 비닐봉지를 잽싸게 꺼내 달아납니다.

수표와 현금 8천만 원이 들어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65살 나 모 씨가 소를 키우며 평생을 모은 돈이었습니다.

[나 모 씨 / 피해자 : 일 끝나고 나와서 보니까, 문이 완전히 박살 났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때 문이 부서진 순간에 일꾼이 사라졌어요.]

붙잡고 보니 범인은 일당을 받고 나 씨의 일을 돕던 48살 우 모 씨였습니다.

[우 모 씨 / 피의자 : 술 취한 상태였는데 그날 저녁에는 이상하게 눈이 막 뒤집히고, 훔치자, 훔치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인이 천 원짜리 한 장도 은행에 안 맡기고 자물쇠를 채워 방 안에 보관하는 사실을 알고 도둑질한 겁니다.

신고를 못 하게 하려고 자동차 열쇠에다 휴대전화까지 훔쳐서 집 근처에 있는 수풀에다 내다 버렸습니다.

전 재산을 도난당한 나 씨는 얼마나 화가 나고 원통했는지 전동 휠체어를 1km나 끌고 와서 주유소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나 모 씨 / 피해자 : 어떻게 (주유소까지) 간 줄 모르겠어요. 내가. 막 거기 가서 울면서 악을 쓰고 하니까 주유소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해줬어요.]

나 씨가 비록 몸은 불편한 영세민이지만, 번듯한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조재수 /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팀장 : 영세민으로 사는 게 한이 돼서 좋은 아파트에서 죽는 게 소원이었기 때문에, 돈을 누구도 못 믿고 은행이나 주변, 가족 지인들 아무도 못 믿고 (방에 돈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우 씨는 수표를 뺀 현금 5천만 원 가운데 술값으로 겨우 26만 원만 쓰고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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