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 들고 노크도 없이...고랭지 마을의 불편한 진실

몽둥이 들고 노크도 없이...고랭지 마을의 불편한 진실

2016.05.02. 오전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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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이맘때, 영농철만 되면 불안하고 시끄러운 농촌 마을이 있습니다.

강원도 최북단 고랭지 재배 단지인데요.

불법 체류자가 넘치고 무리한 단속이 이어집니다.

도주와 강제추방, 벌금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농촌 현실을 고려하면 속 시원한 해법이 없어 보입니다.

먼저 지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규모 고랭지 농업 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지역.

주민 예순 살 이승연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밤늦은 시각, 혼자 있는 집 안에 몽둥이를 든 건장한 남성이 들이닥쳤습니다.

[이승연 /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 노크도 없어요. 그냥 후다닥 들어오는 거야. 몽둥이 들고. 난 한국사람이요. 이러는데 놀래서 그냥 사지가 떨리는 거야.]

무단으로 이 씨의 집에 들어온 건 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씨 말고도 많습니다.

명백한 불법 주거 침입이지만, 출입국 사무소는 단속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 :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데에요. 예전에도 단속을 거기 많이 했어요. 검문하면서. 우리가 확인하는 단계였어요.]

무리한 단속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 뒤로 보이는 곳이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입니다.

마치 수박 화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불립니다.

면적은 여의도 전체의 20배에 달합니다.

인삼과 감자, 시래기까지.

땅은 넓고 사철 일손은 모자라지만 얼마 안 되는 농민 대부분은 50대 이상입니다.

[김광식 / 해안면 지역 농민 : 노인들만 오지. 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니 땅 파는 것, 삽질하는 것 누가 15만 원 준다고 오겠어. 안 오지.]

부족한 일손 대부분을 외국인, 그중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들이 채워 넣고 있는 겁니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 (여기서 돈 벌어 집에 보내요?) 네. 와이프, 태국에 (보내요.)]

일손 부족에 허덕여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농민.

숨바꼭질하듯 도망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와 관계 당국의 무차별 단속.

수년째 변하지 않는 고랭지 지역의 영농철 일상입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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