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려야한다는 생각 뿐"...70대 경비원 살린 기적의 심폐소생술

단독 "살려야한다는 생각 뿐"...70대 경비원 살린 기적의 심폐소생술

2015.10.15.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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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쓰러져 호흡이 멈춘 위급 상황에서 여성 관리소장이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살려냈습니다.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런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감전돼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

현장에 도착하니 누군가 수를 세며 호흡이 없는 경비원의 가슴을 반복해서 누르고 있습니다.

노련한 솜씨를 본 구급대원들은 간단한 준비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심장 마사지를 부탁합니다.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심실세동', 그러니까 심장에 미세한 떨림은 남아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7~8분가량 걸렸는데 그동안의 심폐소생술이 이 미세한 떨림이 꺼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던 겁니다.

[이재현, 부산 서동119안전센터 소방교]
"목격자의 심폐소생술이 없었다면 심실세동 상태가 완전히 무수축 상태로 변경됐을 겁니다. 그러면 전문 의약품을 쓰거나 심폐소생술을 지속해도 소생하시기는 굉장히 어려운…."

그런데 이 노련한 심폐소생술은 관리사무소장 이미희 씨가 불과 보름 전에 공동주택 관리사 교육에서 잠깐 들었던 것을 따라 한 결과였습니다.

실습 한 번 못 해봤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주저 없이 해낸 것입니다.

[이미희, 아파트 관리소장]
"숨 쉬게 하는 게 제 목적이니까 그냥 눌렀습니다. 구령 붙여 가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렇게 세면서."

살려야 한다는 일념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호흡은 돌아왔지만, 현장에서 의식을 찾지 못했던 70대 경비원은 이 씨와 구급대원의 '꼭 살려야겠다'는 의지와 '꼭 깨어나 달라'는 바람이 전달됐는지 사고 여드레 만에 병상에서 일어났습니다.

'구급대가 올 때까지 심장 마사지를 멈춰선 안 된다'는 강사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이 씨.

팔에 힘이 떨어지자 주변에 있던 다른 경비원에게 누를 위치를 알려주고 잠시 맡겼다가 다시 힘차게 쓰러진 경비원의 가슴을 누르며 구급대원을 기다렸습니다.

병원까지 따라갔던 이 씨는 오랜 시간 얼마나 애쓰고 긴장했던지 귀가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미희, 아파트 관리소장]
"그분 회복 속도만큼 제가 아픈 거예요. 그래서 입술도 조금 터지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살린 이 씨.

오히려 살아난 경비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미희, 아파트 관리소장]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남이 잘돼야 내가 잘되는구나 그걸 느꼈어요."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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