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퇴선 명령, 5분 만에 모두 탈출?

정상 퇴선 명령, 5분 만에 모두 탈출?

2014.09.24. 오후 3:5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세월호 사고 초기 정상적으로 퇴선 명령이 내려졌다면 5분 만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육지도 아닌 기울어진 배에서 476명이 좁은 통로를 따라 모두 빠져나오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범환 기자!

이런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겁니까?

[기자]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재판에서 제시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6월 세월호 사고 당시 정상적인 퇴선 명령이 있었을 경우 승객의 탈출 경로와 걸리는 시간 분석을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가천대학교 연구소는 '길 찾기'라는 피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특정 공간 거주자들이 비상 시에 외부로 탈출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검찰은 3가지 경우의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먼저 사고 초기, 그러니까 세월호가 왼쪽으로 30도 정도 기운 8시 50분쯤, 두 번째는 사고 현장 부근에 있던 상선이 퇴선 명령을 권고한 9시 24분쯤, 마지막으로는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이 탈출하면서 배가 59도 기운 상태인 9시 45분쯤 등 세 가지입니다.

박형주 가천대 연구소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476명 모두 탈출에 필요한 시간으로 초기의 경우 5분 5초, 두 번째는 9분 28초, 마지막의 경우는 6분 17초로 예측했습니다.

마지막은 시간적으로 늦게 퇴선명령을 내리고 장애요인도 많지만, 배가 많이 기울어져 4층에서 곧바로 갑판 왼쪽을 이용할 수 있어 탈출 소요 시간이 오히려 짧게 나타났습니다.

[앵커]

김 기자, 육지도 아닌 30도 이상 기울어진 배에서 승선원 476명이 모두 탈출할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피난 전문 연구소의 보고서이니 일단 믿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모든 게 정상적인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5백 명이 체육관이나 1층 10여 개의 교실에 있다가 곧바로 밖으로 나오는데도 5분은 더 걸린다는 겁니다.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한꺼번에 몰리니까 지체될 수밖에 없는데요,

세월호 격실은 무려 111개입니다.

아비규환 상황에서 승객들이 퇴선 명령을 듣고 구명조끼를 입은 다음에 좁은 통로를 따라 5분, 길게는 10분 안에 다 나올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배가 30도에서 60도 가까이 기운 상황이기 때문에 탈출은 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사고 당시 화면을 보면 선원들도 조타실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장한 성인들도 소방호스를 잡고 겨우 나왔다는 인터뷰도 여러 개 있습니다.

결국, 이 보고서가 법적으로 어떤 증거능력을 가질지 판단은 재판부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YTN 김범환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