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1.7배속 영상' 황당한 수업

고교에서 '1.7배속 영상' 황당한 수업

2014.09.15.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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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수학 시간의 대부분을 동영상 강의로 대체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동영상 강의도 정상보다 최고 1.7배 빠른 속도로 재생하다 보니 강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의문입니다.

김종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등학교 3학년 수학 수업.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대신 동영상으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는데 강사 말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자세히 보니 원래 말이 빠른 게 아니라 동영상을 1.7배 속도로 재생해서 그런 겁니다.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할 겨를도 없이 다음 문제 풀이로 넘어갑니다.

[인터뷰:고등학교 학생]
"수업 진도에 맞춰서 함께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어가는데 1.7배 속도로 틀어놓은 것을 보면 대다수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문제는 3학년 초기부터 이런 식으로만 수업이 진행됐다는 데 있습니다.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는 따로 돈을 내고 교사 입장에서는 따로 수당을 챙기는 보충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수업 시간 50분 가운데 교사가 직접 강의하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게 학생들 주장입니다.

[인터뷰:고등학교 학생]
"(교사) 설명이 대부분이고 인터넷 강의는 보충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인터넷 강의가 대다수고 설명을 하시는 것도 인터넷 강의에서 나왔던 문제를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만 다시 풀이하시고..."

이렇다 보니 이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2학기가 돼서도 수업 방식에 변화가 없자 학생들은 교장실을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학교장은 수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교사 재량을 인정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수학능력 시험에 70%나 연계되는 EBS 강의와 교재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YTN 김종호[ho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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