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무관심에 장애가족 농락한 인면수심

이웃 무관심에 장애가족 농락한 인면수심

2014.06.16. 오후 4:2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장애인 자매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이웃 주민과 어려움에 처한 조카들을 외면하고 장애연금 등을 챙긴 큰아버지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이웃들의 무관심 속에 범죄의 나락에 몰렸습니다.

이재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강원도 양양에서 200여 마리의 소를 키우며 비교적 여유 있게 살던 김 모 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은 2년 전입니다.

남겨진 부인 강 씨를 포함해 어린 세 자매는 모두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이 가족에게는 끔찍한 시련이 시작됐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냈던 75살 A씨와 50살 B씨는 자매에게 접근해 상습적으로 성폭행했습니다.

숨진 김 씨의 형도 가족을 챙겨주기는커녕 자기 배를 채우는데 이들을 이용했습니다.

가족에게 남겨진 4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착복한데 이어 교통사고 사망보험금에 장애연금까지 모두 11억여 원을 가로챘습니다.

[인터뷰:김성규, 강원청 성폭력특별수사대장]
"(집이) 떨어져 있거나 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없거든요. 인근 주민들이 가족의 장애정도를 알고서 고의적으로 접근해 상습적으로 이뤄진 겁니다."

가장이 거액의 유산을 남겼지만 지적장애로 재산을 직접 관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겨울에도 난방용 기름을 구하지 못해 헛간 같은 방에서 4식구 모두 동상에 걸리는 등 추위에 떨며 지냈습니다.

이들의 딱한 처지는 성폭행당한 자매의 배가 불러오자 이를 수상히 여긴 교회 목사의 신고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경찰은 이웃주민 2명, 큰아버지와 그의 아들을 각각 성폭행과 횡령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피해가족들은 앞으로 월 110만 원의 생활비를지원받고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찾아온 이 가족의 불행은 이웃의 작은 관심만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YTN 이재윤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