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윤영선 수비 조합, 왜 이제야 나타났니

김영권-윤영선 수비 조합, 왜 이제야 나타났니

2018.06.28.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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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윤영선 수비 조합, 왜 이제야 나타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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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호 / 스포츠 평론가

[앵커]
보통 1%의 확률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우리 대표팀 독일을 2:0으로 꺾고 이번 월드컵에 유종의 미를 거뒀는데요.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제가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1%의 확률이라고 보통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우리 대표팀이 이렇게 쉽게 꺾으리라고 생각 못 했는데 어제 경기 어떻게 평가를 하고 싶으신지요?

[인터뷰]
어제 경기는 그러니까 우리가 영화를 봤을 때 감동 깊게 보면 영화 끝나더라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마지막까지 지켜봐야지 그런 여운을 느끼고 싶은데 어제 같은 경우는 우선 분석이나 이런 논리적인 면보다도 이겼다는 기쁨 자체를 온 국민이 오래 갖고 가고 싶어하는 그런 승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독일 대표팀의 전력이 어제 워스트를 발휘한 가장 못한, 갖고 있는 전력보다 못한 경기력이었는데 우리 대표팀도 경기 시작 전까지 불안했었거든요. 왜냐하면 기성용 선수가 빠진 겁니다. 그 자리에 센터백 부분에 장현수 선수가 올라갔고요. 포백 두 자리에 홍철과 윤영선 선수가 올라왔는데 이 두 선수도 경기에 많이 뛰었던 선수가 아닙니다. 선발 멤버만 보면 불안할 수도 있는 시작을 했는데요.

뚜껑 열고 딱 보니까 전반 15분 정도까지 하는 걸 보니까 우리 선수들이 오히려 몸싸움하고 태클하고 미드필드에서 압박하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더라 이 얘기죠. 그걸 보면서 오늘은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 우리 선수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겠구나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결국 2:0으로 이기면서 기적과 같은 승리에 마음속이 확 시원해지는 그런 통쾌한 경기였죠.

[앵커]
마음속이 시원해졌습니다마는 진작부터 이렇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갑자기 이렇게 경기력이 좋아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인터뷰]
아쉽죠. 아쉬운데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라는 측면을 조금 설명을 드리면 우리 대표팀이 이 경기력을 100으로 했을 때 모든 경기에서 100을 발휘하지는 못하죠. 경기 상대에 따라서 더 잘할 수도 있고 또 대표팀의 플레이에 따라서 못할 수도 있기는 한데요.

어제 같은 경우는 최상치를 보여준 겁니다. 이런 요인이 뭐가 있냐라고 한다면 예를 들면 객관적인 전력의 지표, 부상이라든지 선수들 체력, 또 날씨도 있겠지만 어제 같은 경우에는 더 이상 우리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라는 정신력이라든지 하나로 결집된 마음이 있었다고 보고요. 그게 경기 시작서부터 강한 몸싸움과 태클로 나왔다고 봅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 정도의 경기력 그리고 우리가 최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 플레이가 어제 경기였다고 한다면 신태용 감독이 1차전 스웨덴전에 모든 것을 올인하겠다고 했거든요. 스웨덴전에 갖고 있는 우리 가용 자원을 모두 다 통틀어서 스웨덴전을 분석하고 대비했는데 잘못 분석하고 잘못 대비했다는 게 결국 드러났죠. 그 점이 매우 아쉽죠.

[앵커]
결국 신태용 감독의 작전 미스다 이렇게 분석을 해 주셨는데 계속 돌려봐도 골 넣는 장면은 보기 좋습니다마는 거기에 못지않게 슈퍼세이브를 한 조현우 선수의 활약도 참 놀랍지 않았습니까?

[인터뷰]
놀랍죠. 조현우 선수 개인만 보면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난 뒤에도 대표팀에서 넘버3 골키퍼였었거든요. 그런데 조현우 선수의 가능성을 딱 보고 신태용 감독이 기회를 준 건데 조현우 선수 개인만 보면 이번 월드컵 우승한 거나 마찬가지죠. 왜냐하면 이 세 경기 전부 다 뛰면서 우리 국민들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만 유럽과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려줌으로 해서 유럽 진출이 충분히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조현우 선수의 슈퍼세이브가 경기마다 이어지는데요. 어제 같은 경기에서도. 이런 선방이 전반전에 없었다고 한다면 우리가 실점을 하게 됐고요. 우리가 일찍 실점했다고 하면 일찍 무너질 수도 있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후반에 우리가 골을 넣고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끝까지 경기를 마지막으로 몰고 간 거였거든요. 그 탄탄한 수비의 첫 번째 요인이 바로 조현우 선수의 슈퍼세이브, 놀라운 선방이죠.

[앵커]
유럽축구에 진출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앵커]
눈여겨보고 있죠, 지금?

[인터뷰]
월드컵이 선수들에게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거든요. 축구에서 실력을 겨루는 무대고요. 또 한 가지는 세계에, 유럽리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거죠. 또 관중석에 관중분도 있겠지만 스카우터들도 다 와서 지켜보고 있죠.

[앵커]
수비 이야기를 좀 더 해 보면 어제 수비진 절반을 교체하지 않았습니까? 이 전략이 먹혀들어간 거죠?

[인터뷰]
놀라웠습니다. 홍철, 또 장현수 선수가 올라가고 김영권, 윤영선, 또 이용 선수. 이 조합이 새롭게 가동된 거였거든요. 이렇게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 기대를 하지 못한 만큼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고요.

수비에서는 첫 번째로 선수들 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물론 포백라인 4명의 수비력도 놀라웠지만 수비는 수비수들만이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공을 빼앗겼을 때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수비를 하는 건데 수비수들만이 하는 게 아니다라는 의미는 상대가 들어올 때 공격수들이나 미드필드에서부터 막아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미드필드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수비를 해 준 게 많은 도움이 됐죠. 그래서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요.

최종 수비라인은 골 들어오는 공격수를 슛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마크하는 게 임무인데 이런 임무도 최종 수비 라인에서 제대로 잘 처리를 해줬습니다.

[앵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VAR이라고 하는 화면 판독 시스템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었는데 어제는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그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어제 만약에 VAR이 없었다고 한다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로 무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여기서 기회를 잡아서 김영권 선수가 했는데 지금 오프사이드라고 주심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처음에 오프사이드... 지금 뒤늦게 알고 놀란 상황이죠. 오프사이드로 했다가 오프사이드 판정에 VAR 심판관들이 한번 보자고 제안을 했고요.

그걸 받아들여서 판정을 보고 난 뒤에 뒤집은 건데 VAR이 없었다고 한다면 어제 저 골이 인정이 안 되면서 0:0으로 갈 수도 있었던 것하고 이 주심이 오프사이드 판정 이전에도 우리 선수들에게 파울이 가혹했죠. 손흥민 선수 할리우드 액션 같지는 않았는데 할리우드 액션으로 옐로카드를 보여줬고요.

독일 선수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엄중하게 적용된 점이 있고 이 경기에 추가 시간이 9분이 좀 넘었거든요. 축구 경기에서 추가 시간 9분 넘게 가는 경우는 거의 이례적입니다. VAR이 우리도 한번 운 적이 있지만 유독 모로코, 세르비아, 이란. 축구 약소국들에게 VAR이 적용되지 않거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는 그런 판정이 많이 나오고 있죠.

[앵커]
어제 굉장히 잘 싸웠습니다마는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겼습니다. 이겼는데 팀 전체로는 이겼는데 선수 개개인별로 보면 역시 한계를 드러낸 선수도 있었다고 보거든요. 대표적으로 1:1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선수도 있었고요. 우리가 공을 가졌을 때 독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1:1로 볼 키핑이 안 되다 보니까 패스 미스라든지 아니면 볼을 빼앗기는 장면, 돌파는 했는데 돌파 이후에 어쩔 줄을 모르는 볼 처리가 불안전한 이런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죠.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글로벌 수준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 조현우 선수, 김영권 선수, 정우영 또 손흥민 몇 명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는 게 사실은 솔직한 얘기가 되겠죠.

[앵커]
어제 우리와 싸운 독일, 아마 경기에 임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시작했을 것 같은데 충격에 빠졌습니다. 뢰브 감독에 대해서 경질론까지 나오고 있다고요?

[인터뷰]
경질, 사퇴론이 나오는 건 우리에게 패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패한 게 문제가 아니라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거든요. 이 정도 성적이니까 당연히 독일 내에서 경질이나 사퇴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보는데 독일 축구협회는 경질, 사퇴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얘기를 했고요.

우리로서는 좀 더 지켜봐야 되는 게 단순히 독일 축구대표팀 문제가 아니라 독일이 축구 시스템적으로도 굉장히 선진국이거든요. 그러니까 지난 대회 우승했다가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독일의 축구를 어떻게 다시 만회해가는지, 어떤 식으로 진단하고 처방해서 다시 일으켜세우는지를 우리로서는 지켜볼 만한 과정이라고도 볼 수가 있겠죠.

[앵커]
우리 대표팀이 독일을 2:0으로 잡으면서 멕시코 국민들도 굉장히 많이 웃었어요.

[인터뷰]
우리가 이기지 못했으면 멕시코가 16강에 못 올라가는 건데 우리가 이겨서 멕시코가 16강에 올라갔으니까 당연히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되는데 우리로서는 원망스럽죠. 멕시코가 스웨덴을 2:0으로 이겨줬으면 우리가 올라가는 건데 그게 좀 아쉽기도 하고요. 멕시코가 16강 탈락 직전까지 갔다가 스웨덴에 0:3으로 패했습니다. 예상 외의 큰 점수차고요. 축구가 이래서 예상하기가 힘들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한국이 독일을 이김으로써 16강 티켓을 놓치지 않았죠. 저는 좀 원망스럽습니다.

[앵커]
멕시코, 독일과 그렇게 잘 싸우더니 어제 스웨덴과는 영 무기력한 경기가 계속 이어지던데 말이죠.

[인터뷰]
무기력한 경기이기도 했고요. 스웨덴 입장에서 보면 스웨덴의 전력이 독일에 패하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경기력이 더 높은 수준의 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앵커]
어쨌든 멕시코와 스웨덴의 경기, 아쉬움이 많이 남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어제 우리 대표팀 이긴 내용 중심으로 해서 얘기 나눠봤습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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