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승부 사이...이것이 '인간의 바둑'이다

실수와 승부 사이...이것이 '인간의 바둑'이다

2018.01.14. 오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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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은 전성기 시절 승패를 떠난 단 한 번이라도 실수 없는 바둑을 두어보는 게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제주에서 명승부를 펼친 이세돌 9단과 중국 커제 9단의 대국도 실수에서 승패가 갈렸는데요.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했던 두 고수는 실수가 인간이 두는 바둑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의 승리 확률 예측에서 한때 10%대까지 밀렸습니다.

우변에 놓은 흑 117수와 중앙 119수 이후 유리하던 형세가 급격히 불리해졌습니다.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한 수였습니다.

[바둑TV 중계진 : 프로 생활 20년 동안에 최고의 상전벽해 같은데요.]

하지만 후반부 커제의 실수 하나에 10%대의 절망은 짜릿한 역전승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커제의 우변 196수가 패착이었는데 상대 실수를 유도하는 이세돌 특유의 흔들기가 빛났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경험한 커제는 실수의 있고 없음이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커제 / 중국 랭킹 1위(9단) : 만약 상대가 알파고였다면 후반부에 아예 기회가 없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인간과 대결했을 때는 마지막에 실수가 있기를 기대할 수 있죠.]

이세돌 9단 역시 실수가 있는 인간끼리의 대결이 바둑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평가합니다.

[이세돌 / 프로 기사(9단) : 역시 인공지능보다는 커제 9단 같은 좋은 후배 선배와 두는 것이 조금 더 바둑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인간과 대결에서 딱 한 번 패한 알파고의 강점은 실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커제 / 중국 랭킹 1위(9단) : 알파고를 상대할 때 이세돌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저는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 둘만 알파고와 대결했기 때문입니다.]

실수와 승부 사이 절묘한 줄타기와 함께 5천 년 역사의 바둑은 변함없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YTN 김재형[jhkim03@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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