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톰슨 4벌타, 합당했나?

[취재N팩트] 톰슨 4벌타, 합당했나?

2017.04.05.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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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월요일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미국의 렉시 톰슨이 4벌타를 받아우승을 놓친 걸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팩트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스포츠부 이경재 기자 전화로 연결합니다.이경재 기자! 먼저 논란이 된 경기 상황부터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지난 월요일 새벽에 있었던 LPGA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에서 미국의 렉시 톰슨이 12번 홀까지 2타가 앞서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13번 홀로 이동하다가 경기위원에게 정말 깜짝 놀랄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전날 3라운드 경기 도중에 17번 홀에서 공을 마크를 하고 다시 놓는 과정에서 공의 위치를 바꿨다는 건데요. 때문에 여기서 2벌타를 받고, 또 3라운드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냈기 때문에 다시 2벌타까지 모두 4벌타를 부과한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결국 유소연이 연장에서 렉시 톰슨을 꺾고 우승을 했는데, 이 4벌타가 너무 혹독한 것아니냐 이런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프로의 세계에서 4벌타, 상당히 클 것 같은데 저도 골프를 잘 모르는 입장인데요.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왜 벌타를 줄 만큼 잘못된 행동인지 또 이게 쉽게 벌어지는 일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일단 공이 그린에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퍼트를 앞두고 공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또 공에 각자 표시한 선과 공과 홀을 연결한 가상의 퍼트 라인을 똑바로 정렬하기 위한 동작을 하게 되는데요.

공 바로 뒤에 동전 크기의 마커를 내려놓고 앞에 설명한 과정을 거쳐서 다시 공을 내려놓는데, 이 위치가 바뀌면 이런 2벌타가 부과가 됩니다. 왜냐면 퍼트라는 게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동작이기 때문에 공의 위치를 홀과 조금 더 가깝게 놓는다든가, 보통 '브레이크'라고 표현하는데 그린의 높낮이를 봐서 유리한 쪽으로 옮기게 되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1mm, 2mm까지 정확한가를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의 위치를 옮겼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이고 또 어려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1mm, 2mm 정도까지는 측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런데 톰슨의 경우에는 공의 위치가 얼마나 차이가 났었던 건지도 궁금하고요. 또 이게 시청자의 제보로 알게 된 점도 특이한 것 같은데요.

[기자]
제가 봤을 때는 1cm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TV 화면에서 처음에 공을 집기 전에는 마크가 보이지 않았는데 다시 놓고 나니까 마크가 보이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가 있거든요. 그만큼 공을 옮겼다는 것은 확인이 가능한 거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장면을 집에서 TV를 보던 시청자가 제보했고 경기위원이 벌타로 인정을 한 겁니다. 여기서 벌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고 있는데요.

선수 본인은 실수를 인정하고, 유소연의 우승이 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대인배다운 얘기를 했습니다.

타이거 우즈라든가 필 미켈슨, 리디아 고 등유명 선수들은 이 벌타가 너무 가혹하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톰슨의 퍼트 거리가 50cm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이걸 놓칠 확률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위치가 달라졌다고 해서 톰슨이 실익을 본 게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요. 또, 시청자가 심판이 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점도 역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저희도 영상으로 계속 보여드렸는데요. 또 얘기를 들어보니 렉시 톰슨이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관련 규정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움직임도 있다고요?

[기자]
네, 사실 골프가 워낙 까다로운 세부 규정이 많다 보니 이렇게 시청자의 제보로 인해서 벌타를 받고 또 아예 실격까지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 넓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경기 위원이 다 보고 확인하는 것은 종목의 특성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경기하는 선수와 캐디, 또 갤러리, TV 시청자까지 심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고 현재의 규정도 이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데요.

다만 현재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가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데요.

이런 시청자 제보에 의한 비디오 판독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개정된 룰은 2019년 이후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YTN 스포츠부 이경재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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