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의 굴욕...자존심마저 얼룩

'축구 종가'의 굴욕...자존심마저 얼룩

2016.06.29. 오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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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은 월드컵' 유로 2016, 이제 8개국만 남았습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물론,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짐을 쌌는데요.

무엇보다, 세계 최고 무대라는 프리미어리그 출신 선수들로만 구성된 잉글랜드가 축구 변방 아이슬란드에 무너지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종료 휘슬과 함께 환호하는 아이슬란드, 그 뒤편엔 잉글랜드 선수들이 울상을 지으며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선수단 몸값이 1/10에도 못 미치는 변방 중의 변방, 아이슬란드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잉글랜드.

트위터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이름을 흉내 낸 계정에 '또다시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다'며 정치판 브렉시트를 빗댄 비아냥 글이 올라왔고,

자국 언론은 출전 선수들의 평점을 모두 '0'점으로 매기기도 했습니다.

[로이 호지슨 / 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 잉글랜드가 토너먼트에서 이렇게 일찍 탈락한 것을 놓고 맹렬한 비난이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저는 이제 떠납니다. 그동안 함께 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축구종가의 굴욕은 조별리그부터 예견됐습니다.

첫 경기에선 한 골을 지키려다 러시아에 이번 대회 유일한 승점을 선물했고, 첫 출전 슬로바키아와는 득점 없이 비기며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나마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웨일스에는 역전승을 거뒀지만, 조 1위를 내주면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특히 이번 '팀 잉글랜드'는 '순수' 잉글랜드 출신에다 자국 리그 선수들로만 구성돼 있어, 호지슨 감독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한준희 / 축구 해설위원 : 전체적인 기본기가 유럽 정상급 팀들보다 뒤진다는 생각이고요. 여기에 호지슨 감독 또한 팀의 가장 적합한 전술, 용병술, 선수 구성과 기용 문제에서 혼선을 빚은 대회가 됐다는 생각입니다.]

잉글랜드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선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최근 메이저 대회 성적표는 축구 변방국들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축구 강국'의 이미지는 퇴색한 지 오래, 이제 남아 있던 '축구 종가'라는 자존심마저 상처로 얼룩졌습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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