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야구의 명암...연승 혹은 연패

삭발 야구의 명암...연승 혹은 연패

2016.04.25. 오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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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에 프로야구 한화는 팀 삭발 이후 연패를 끊는 듯 보였지만 두산과의 3경기에서는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연패에 몰린 팀이 삭발에 나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삭발 야구'가 과연 경기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YTN 데이터 저널리즘 팀이 자료를 분석해봤습니다.

김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일, 당시 5연패에 몰린 한화 선수들이 모두 삭발을 하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한화는 이후 3경기 만에 연패를 끊었습니다.

위기를 맞은 프로야구팀이 단체 삭발을 하는 경우가 한화만은 아니었는데요, 다른 팀들의 경우 효과가 있었을까요?

2000년대 들어서 머리를 밀고 경기에 나선 경우는 모두 5개 팀 12차례입니다.

삭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0경기씩의 기록을 분석해 보면 삭발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평균 승률이 2할 5푼에서 4할 8푼으로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가장 삭발을 자주 한 팀은 기아로, 4차례나 머리를 밀어, 평균 승률이 3할 이상 뛰어 올랐습니다.

SK나 삼성은 단 한번의 삭발에 승률이 7, 8할 대로 크게 올랐는데, 특히 2004년 삼성은 삭발 후 큰 변화를 가져와서 시즌 2위까지 차지했습니다.

3번씩 삭발한 LG와 한화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LG는 매번 승패에 거의 변화가 없었고, 한화는 2009년에는 역효과가 났지만 2013년에는 성과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전체 순위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효과는 없었습니다.

선수 개인이 삭발한 경우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타자는 삭발 뒤에 평균 타율은 1할 올라가고, 투수는 방어율이 2.4점 낮아졌습니다.

2011년 당시 SK의 안치용 선수는 득점이 없다가 삭발 후 10경기 동안 15타점을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안치용 / 야구 해설위원 :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지금 게임이 안 되고 있으니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우리가 단결된 모습을 보이자 하는 그 문화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삭발 때문에 야구를 잘하고 못 하고 그랬으면 모든 야구 선수들이 삭발해야죠]

올해 한화의 경우 삭발 전 10경기와 이후 6경기를 비교하면 평균 득점이 약간 올라가고 실점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기 때문인지 실책이 오히려 늘어나 지난 주말 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선수들 사이의 일체감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국 야구에서 삭발은 극약 처방으로서 효과가 있다는 게 데이터에서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총체적 난조에 빠진 팀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YTN 김수진[sue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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