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 스승을 넘고 라켓을 놓다

김애경, 스승을 넘고 라켓을 놓다

2015.12.02.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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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선수라고 불렸던 지도자.

이 지도자에게 배운 선수는 은퇴 무대에서 감독이 보유했던 세계선수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나란히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결정한 두 주인공을 이경재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김애경 선수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여자 정구를 지배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김애경이 코트에 등장하면 경기 전부터 마음을 접었습니다.

최근 인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에선 복식과 혼합복식, 단체전까지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초로 4개 전 종목을 석권했고, 이른바 정구의 그랜드슬램까지 처음으로 달성했습니다.

이미 이번 대회를 끝으로 19년 동안 잡았던 라켓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지만, 숙소의 짐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마음만은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김애경, 정구 대표팀]
"19년 동안 한 건데 세계대회 단체전 끝나고 시상식 올라갔을 때 (저한테) 진짜 수고했다 라고 말을 했거든요. 이걸 놓는다고 하니까 시원 섭섭해요"

한 살 언니 김애경의 복식 파트너로 8년 동안 역사를 함께 쓴 주옥 선수는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주옥, 정구 대표팀]
"많이 고맙고, 아쉬워요. 8년 동안 하면서 언니한테 많이 의지하고, 언니가 잘 이끌어줬던 거 많이 생각이 나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김애경을 지도한 장한섭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세계선수권에서 개인과 복식, 단체까지 3종목을 휩쓸었는데, 이번에 아끼는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었습니다.

[장한섭, 정구 대표팀 감독]
"제자가 제가 세웠던 세계 대회 기록을 깬 것에 대해서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제가 딴 것보다 더 행복하고 기쁩니다."

장 감독도 지도자로 10년 넘게 달았던 태극마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비 인기종목인 정구가 조금 더 팬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YTN 이경재[lkja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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