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문화'가 탄생시킨 '한지 입체 회화'

'보자기 문화'가 탄생시킨 '한지 입체 회화'

2018.04.07.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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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크기의 스티로폼을 한자가 적힌 한지로 감싸 캔버스를 구성하는 전광영 작가가 7년 만에 국내 전시에 나섰습니다.

'소리 조각가'로 잘 알려진 김기철 작가의 개인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주말에 가볼 만한 전시회를 김상익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집합'이라고 이름 붙여진 전광영의 작품들은 우리의 전통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삼각 스티로폼을 한자가 적힌 고서 종이 정성껏 싼 뒤 돈다발 띠지로 묶어 원하는 형태로 캔버스 위에 붙입니다.

색은 무채색부터 유채색까지 한약재를 비롯한 천연 재료로 물을 내 얻어냅니다.

1970년대 작가의 초기 평면회화와는 구별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국제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광영 / 서양화가 : 보자기 문화는 100온스 보자기에 10온스 옷 보자기를 10개 넣으면 딱 들어가는데 하나, 둘 더 집어넣으면 모양은 좀 망가질지 모르지만 더 들어간다. 우리는 그걸 정(情)이라고 그런다.]

한지에 싸인 하나하나의 크고 작은 조각들은 불규칙한 입체감이 저마다 품고 있는 역사의 무게감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는 20년 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어떻게 조각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소리가 마음을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담아 작품을 만들었고, 빗소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보기도 합니다.

작가는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시간과 관계돼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해 소리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김소라 / OCI 미술관 큐레이터 : (작품 '시계'는) 우리가 '땅'하고 동시에 출발한다 할지라도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고 저마다 끝마치는 시간이 다른 것처럼 누구나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시간도 주관적인 것이고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소리는 퍼져나가는 것이며, 나에게서 떠나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고,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모두 같은 것이라는 선문답 같은 사색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YTN 김상익[si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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