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예술이]문화예술교육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 스스로 무거운 책임지는 게 예술가

[수리수리예술이]문화예술교육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 스스로 무거운 책임지는 게 예술가

2017.12.21. 오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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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예술이]문화예술교육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 스스로 무거운 책임지는 게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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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예술이]문화예술교육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 스스로 무거운 책임지는 게 예술가


[YTN 라디오 ‘뉴스 익는 밤,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22:20~23:55)
■ 방송일 :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 대담 : 이수진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 박훈규 그래픽 아티스트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12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목요일 여러분을 문화예술교육의 세계로 안내해드리는 ‘수리수리, 예술이!’ 시간입니다. 오늘은 두 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미니 특강을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이수진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님,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선생님 스튜디에오 자리하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수진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이하 이수진)> 네, 안녕하세요.

◆ 박훈규 그래픽 아티스트(이하 박훈규)>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오늘 두 분이 스튜디오에 함께해주셔서 스튜디오가 꽉 찼는데요. 먼저 ‘뉴스 익는 밤’ 청취자분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먼저 이수진 교수님~

◆ 이수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구현해왔습니다. 현재는 컴퓨팅 프로그래밍을 중앙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수진입니다.

◇ 조현지> 박훈규 선생님도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수진> 안녕하세요. 저는 박훈규입니다. 저는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라는 책을 썼던 여행작가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VJ,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미디어 아티스트,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되어 두 분의 미니 특강을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그래픽 아티스트 박훈규 선생님의 미니특강부터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 박훈규> 안녕하세요, 박훈규입니다. 저는 2003년부터 VJ로 활동해왔습니다. VJ라고 하면 Visual Jockey를 얘기하는데요. DJ나 클럽에서 활동하는 직업군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음악을 비주얼로 해석해서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다양한 장르들과 협업하게 되면서 점점 새로운 장르로 발전되었습니다. VJ는 많이 들어볼 수 있는 미디어 장르 중 하나인데요. 그 개념은 무궁무진하고요. 정의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르와 협업하고 있고 특히 음악과 많은 협업을 해왔습니다. 빅뱅, G드래곤, 이적 등과 작업을 했고요. 제가 하고 있는 현대예술 장르를 미디어 아트라고 부르기도 하고 동시대적인 예술 장르로 융복합 예술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예술과 과학이라고 줄여서 말할 수 있는 이 예술 장르는 아주 오래된 역사 속에서 함께 해왔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현미경 사진과 엑스레이 사진이 처음 발명된 18세기 초로 가보겠습니다. 1840년에 현미경으로 찍은 윌리엄 헨리 폭스 탤벗(William Henry Fox Talbot)의 사진은 이미 우리가 볼 수 없는 식물이나 인간의 몸속을 이미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엑스레이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의 이미지화를 의미하는데요. 이제부터 시각의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엑스레이는 눈에 보이지 않은 나노미터의 파장을 말하는데요. 인간의 인식 밖에 있는 다른 종들의 각각의 인식능력, 공간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개들의 후각 기능이라든가 자외선을 볼 수 있는 나비의 시각 등입니다. 시간이 좀 더 흘러서 20세기 초 독일의 월터 러트먼(Walter Ruttmann)이라고 하는 영화감독이자 현대예술가는 실험적인 전위예술을 선보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표현인 모션그래픽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미지가 연속되는 카메라의 기술과 저장된 사운드가 함께 재생되는 실험적인 영상이 1926년 박람회에서 실험용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20세기 예술들은 기록, 재생, 프레임의 구성, 사운드의 주파수처럼 데이터화된 예술매체들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어 1960년대 백남준으로 상징되는 플럭서스 그룹이 전위적인 요소들과 발전된 형태의 현대기술을 결합하여 작품을 만들면서 “21세기에는 유전공학자가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고 그는 예고했습니다. 독일의 전자음악밴드인 크라프트베르크는 현대 공업기술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업을 선보였는데요. 1975년 무선통신을 테마로 한 컨셉 앨범인 Radio-Activity 앨범을 발표합니다. 2014년 우리나라에도 3D 공연을 한국에 와서 하게 됩니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 기술의 향상은 예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갤러리와 특별한 공간에서 소수에게만 보이던 예술 형태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전 세계에 생방송이 되기도 하고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하게 됩니다. 백남준은 ‘굳모닝 미스터오웰’이라는 퍼포먼스를 1984년 1월 1일에 BBC를 통해 전 세계에 생방송합니다. 조지오웰의 소설인 1984에서 TV와 같은 대중매체에 지배당하면서 살 것이라는 내용은 틀렸다는 뜻을 담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때 컬러TV가 보급되고 비슷한 시기에 ‘이산가족찾기’ 방송으로 기네스북에 최장기 생방송 기록을 보유하게 되면서 국민적 정서를 미디어가 장악하는 형태로 1980년대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있었던 방송을 예로 들겠습니다. 1983년 미국의 방송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출연한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은 방송에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로 조작되는 신디사이저를 선보입니다. 조금만 더 설명해 드리자면, 컴퓨터가 오디오 외부품을 시각화한 겁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게 되면, 그 목소리가 오디오 외부품이 되고, 그것의 오디오 효과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음성을 변경하고, 동시에 여러 개의 다른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겁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TV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의 음악들이 대부분 이렇게 샘플링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출연했던 1984년 그래미어워드의 특별무대를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DJ 김광한 씨가 재미있는 해외토픽으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후 그들이 사용했던 악기는 벗님들 등의 앨범에 사용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됩니다. 1984년 서양의 지식세계와 과학계가 약속이나 했듯이 애플 컴퓨터를 발표하면서 대중적으로 퍼스널 컴퓨터의 세계가 급속도로 예술과 문화에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과거 일제 식민시대를 거쳐 6.25 전쟁과 독재 정치로 이와 상관없이 불모지에 있었습니다. 산업의 발전과 함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는 집집마다 퍼스널 컴퓨터의 보금으로 이어졌고, 모든 문화는 단계적이지 않고 폭발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모더니즘이 확립되지도 않은 채 포스터모더니즘이 혼재되어 있는 형국이 됐습니다.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은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줬지만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급변화로 인해 체계가 잡히지 않은 현실 교육에서는 뒤죽박죽 혼합되어 교육됐습니다. 그건 여전히 그러합니다. 미디어 아트는 인체의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뇌처럼 생각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부분이 팔, 다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각각의 기술과 장점들을 네트워크시켜야 합니다.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사회적 경험과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화법 등 세심하고 디테일한 기술들을 요구합니다. 단지 미디어만을 잘 다룰 수 있는 기술뿐만 아니라 언어적 소양, 인문학적 소양, 인격적 소양, 지식적 소양 등 많은 것이 포함되고 있는 총체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정답이나 창의성을 찾는 것에 목표를 두면 모두가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게 됩니다. 우리는 개성을 가진 각각의 사피언스들입니다. 모두가 같지 않고 모두가 다른 창의성을 선보이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히려 모두가 같은 결과물을 도출한다면 그게 더 문제겠죠. 최근 4차혁명을 거론하고 거기에 창의성을 여기저기에서 말합니다. 미디어아트 융복합 콘텐츠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미나의 질문에 이 부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질문들은 이러한 특수 기술을 어떻게 나의 작업에 응용하느냐는 겁니다. 개인적인 소견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는 실패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많은 문제가, 예술에 대한 국가 예산 책정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바로 행정적인 보여주기식의 예술 교육 문화의 문제점입니다. 예산을 쓰기 보다는 기존의 공교육 기관과 문화 시설의 콘텐츠를 강화해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번째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제는 한 영역이 아닌 네트워킹 시대입니다. 문화, 예술, 과학, 철학, 심리 등 교육이 풍성해지면서 서로 연결되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 이것이 융복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융복합은 외관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실의 튼튼함을 가지는 겁니다. 인문사회교육은 지식을 가져다줍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사고의 지평을 열어주죠. 이렇게 두 지식이 융합하면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현업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느낀 점들, 미디어 아트 교육을 직접 하시면서 느낀 이야기까지 함께 주셨는데요. 직접 미니 특강 해보시니까 어떠셨나요?

◆ 박훈규> 지난 10여 년간 활동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 조현지> 저는 들으면서 이렇게 미디어 아트에 대해 역사부터 시작해서 쭉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수진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 이수진> 저도 인상 깊게 들었고요. 무엇보다 대중과 호흡하는 미디어 아트에 대해 실례를 분야별로 들어주셔서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 조현지> 저는 미디어, 이런 기술들이 하나의 도구이고 하나의 방편이고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되지만, 개인적인 우리들의 철학적이라든가 인문학적 소양에서 다양한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만 나만의 창의성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 박훈규> 좋은 해석인 것 같고요. 저희가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다 그러한 과거에 활동했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결과물이나 그런 것을 토대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저희가 작업한다는 것은 사실 그들이 만든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어요. 그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의식적인 부분, 경험, 지식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이번에는 이수진 교수님의 미니 강연을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이수진> 안녕하세요, 이수진입니다. 저는 오늘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예술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트라는 뜻은 원래 라틴어 아르스(ar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아르스는 그리스어로 테크네라고 직역한 단어인데요. 오늘날 예술이 아르스나 테크네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진 않습니다. 테크네는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스킬, 즉 솜씨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어떻게 태어난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인간의 정신 세계를 정신의 밖으로 표출하는 작업입니다. 표출, 즉 표현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그 표현 형식,방식, 양식에 따라 시각 예술, 청각 예술 등으로 분류합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예술의 세계입니다. 그런데요, 요즘은 표현의 방식이 다양해졌습니다. 바로 기술의 발달이 표현의 방법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 겁니다. 제가 미디어공학이라는 전공을 배우면서 다양한 전공의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회화, 조소, 작곡, 사진 등 전통 방식의 예술 표현법을 익히던 친구들인데요. 이 친구들이 컴퓨팅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정신세계의 표현방식을 확장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본질은 그대로이고, 표현 양식이 달라진 셈이죠. 그렇다면 표현양식이 달라지기만 한 걸까요? 여기에서 견해차가 생깁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기술을 안고 태어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요즘 세대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표현하는 도구의 수가 늘어나면, 나의 정신세계를 더욱더 자세하고 깊게 표현하는 것은 맞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그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술이 단지 표현의 도구로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예전에 전통 예술 방식의 표현은 도제식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길러졌는데 기술은 조금 다릅니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만 알아도 연필로 데생을 해보지 않은 저도 뚝딱 사람을 그릴 수 있습니다.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이미지를 가지고 필터링하면 되는 거죠. 기술의 영역이 한정할 수 없을 만큼 만들어지고 있기에 기술력으로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예술가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선구자로서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사람입니다. 함께 살고 있는 사회를 보통사람보다 앞서 보고 표현하는 사람, 누구보다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사람을 뜻합니다. 갑자기 예술가가 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되기 어려운 예술가가 만든 작품은 더 어려운 그 무엇이 됩니다. 반면에 저는 예술가가 생산자라고도 생각합니다. 혹자는 애플의 초기 컴퓨터 디자인을 보고 예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흔한 디자인이지만 초기 아이팟 등의 애플사 디자인을 보고 스티브잡스를 예술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동의합니다. 아직도 아이폰을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디자인이 예뻐서라고 말하니까요. 생산자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소비자의 손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디자인, 정말 예술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고 말합니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는 바로 생산성에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반드시 소비자가 좋아할 디자인을 하는 것, 그것이 디자인의 덕목입니다. 반면 예술가는 소비자가 사람, 즉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계, 그의 기호에 충성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세계에 충성하는 거죠. 그런데 나의 세계를 타인과 공유하며 향유하고 싶다는 목적이 나의 예술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타인이 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기술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술은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특히 기술 기반의 미디어아트가 그러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이미 이게 예술 작품이었어? 라고 하는 미디어아트는 참 많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숲에서 있었던 ‘매직 포레스트’와 같은 전시도 우리는 미디어아트전이라고 합니다. 또 2년 전에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었던 ‘모네, 빛을 그리다’라는 전시가 있었는데요. 그 전시 같은 경우 100년 전에 있는 모네의 그림들을 100년 후 지금 시대에 가지고 와서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입니다. 인상 깊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요. 이렇듯 우리 주위에 미디어 아트라는 작품들이 많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적극적으로 관람자들을 영입하는 거죠. 미디어 아트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디어아트는 하나의 장르에만 갇혀있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미디어에 따라 범주가 달라지는 거죠. 인터렉티브 아트, 디지털 아트, 컴퓨터 아트, 사운드 아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장르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분류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대체로 표현 양식에 따라 자기의 세계를 보다 어렵지 않게 표출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제가 앞서 말한 예술가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조금 쉽게 답하자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사회를 반영하는 사람, 즉 예술작품은 그 사회의 반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예술가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스스로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예술가는 사회에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죠. 누구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니까요. 저는 대학에서 전교생, 특히 시각예술, 음악예술, 공연예술을 하는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칩니다. 그 친구들이 왜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가 묻는데요. 답은 이렇습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컴퓨팅 기술의 기본 구조는 알아야 한다. 마치 영어는 기본으로 알아야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렇게 학생들을 이해시킵니다. 미디어 아트의 속성은 다양성과 융합에 있기에 누구나 자신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과 그러나 자신의 세계를 기술로 소통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생산자, 즉 작가의 입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즉 관람자의 입장도 사실 그러합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작품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쉽다고 해서 작품이 아니고, 어렵다고 해서 예술이 되는 건 아니죠. 다만, 기존에는 예술 작품을 바라만 봤다면, 이제는 관람자 스스로가 참여하는 것을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개입시키는 것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어렵거나 쉽거나 예쁘거나 추하거나 괴롭거나 즐겁거나 예술은 함께 소통하자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동시대 예술에 대한 저의 결론입니다. 미디어 아트는 그러한 점에서 참으로 매력적이고 가장 알맞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아우라를 벗어나 우리가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인 셈이죠. 저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이수진 교수님의 강연, 기술을 활용한 예술의 세계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박훈규 선생님, 어떻게 들으셨어요?

◆ 박훈규> 너무 좋은 강의를 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되면서 참 좋았습니다.

◇ 조현지> 저는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었는데요. 서울숲에서 ‘매직 포레스트’라는 전시 공연이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모네 전은 봤는데 이건 못 봤거든요. 잠깐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 이수진>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다음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결과, 즉 이미지가 달라지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실제로 사실상 인터렉티브 아트라고 말하는 누구나 와서도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고, 그 결과 작품이 완성되는 이러한 형식의 작품들을 우리가 초기에는 미디어 아트라고, 인터렉티브 아트라고 이해했습니다. 사실 그러한 작품의 표현방식은 오래됐고, 콘텐츠에 따라서 관람객들이 얼마나 더 즐기고 더 감동받느냐, 그 차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 조현지> 딱 떠오른 건, 반대편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우리 몸을 움직이면 캐릭터가 되어 화면에 나타나는 것 같은 것을 인터렉티브 아트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 이수진> 그렇죠. 그런 것이 카메라 말씀하셨는데요. 카메라가 사람의 눈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카메라가 마치 하나의 도구가 되는 거죠. 나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는, 그래서 그 결과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결과를 또 보여주는 거죠. 여러 가지로 모양을 변화한다거나. 사실상 실제로 많은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로도 들어가 있고요. 요즘은 일상에서 많이 경험할 수 있죠.

◇ 조현지> 휴대폰에서 아마 토끼 귀 이렇게 달리게 해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이런 것들도 그 하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훈규 교수님이 열심히 무언가 적으셨는데요. 하실 말씀 있으셨던 거죠?

◆ 박훈규> 네, 저도 질문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신다고 해서 저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대학생들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알려주셨듯이, 10세 이하 어린이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영국의 새로운 산업혁명처럼 어린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한다는 부분들. 대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알려주시면서 우리의 어린 친구들에게 한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런 교육을 실시했을 때 얼마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는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이수진> 심오하고 근간이 되는 질문을 하셨는데요. 사실 저는 언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컴퓨터 언어죠. 컴퓨터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데요. 영어를 세 살, 네 살에 배우는 것을 저는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 스스로 흥미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입식 교육이라고 하죠. 서너 살이 영어를 배우는 건 주입식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제가 보기에 지금의 코딩 교육시키는 방식도 주입식이 다분히 바탕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흥미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학문이든. 그래서 컴퓨터와 소통하는 것도 학생들의 흥미가 기반이 됐을 땐 어려워도 그 산을 넘지만, 흥미를 배제한 필요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면 그 산을 넘기가 쉽지는 않지 않을까. 대학에서 한 학기라도 가르치는 건 흥미 이전에 이렇게 소통하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공이 다양하니까요.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소통이 가능하네, 이런 감을 잡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찾아 나설 수 있게 되는 거죠.

◇ 조현지> 오늘 두 분이 과학기술, 기술 기반의 미디어 아트, 현대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앞으로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이 변해갈 모습에 대해서도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두 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이수진, 박훈규> 감사합니다.

◇ 조현지> 지금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한 본격 문화예술교육 토크콘서트, ‘수리수리, 예술이!’, 오늘은 이수진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 박훈규 그래픽 아티스트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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