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탱크도 만들 수 있었다던 ‘세운상가’ 재개장 풍경은...

[투데이] 탱크도 만들 수 있었다던 ‘세운상가’ 재개장 풍경은...

2017.09.20.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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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탱크도 만들 수 있었다던 ‘세운상가’ 재개장 풍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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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9월 20일 수요일
□ 출연자 : 나호선 세운상가 상인(나호선 엘렉트릭),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90년대만해도 워크맨, 기판든 손님들로 북적였던 세운상가
지금은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실정
상인 “재개장 맞아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기회 됐으면...”
드론, 3D프린터 등 젊은기술 만날 수 있는 ‘세운 메이커스 큐브’
기존 상인들도 시너지 효과 ‘기대’

故 김수근의 세운상가, 건축학도들은 감히 건드릴 수 없던 ‘뜨거운 감자’
‘보존형 개발’, 건물과 주변의 비즈니스 생태 고려해야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1960년대 종로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세운상가. 1970년대에 청계천상가, 그리고 대림상가가 가세하면서 그 일대는 한마디로 전자장비의 천국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세운상가 몇 바퀴만 돌면 탱크나 로봇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거겠죠. 그런데 1980년대 강남이 발달하고 용산과 강변에 전자 전문상가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었습니다. 이런 세운상가가 50년 만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산책을 장려하는 장소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추억의 세운상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운상가에서 상가 일을 하고 계시는 상인 한분 연결을 하겠습니다. 나호선 사장님, 나와 계십니까?

◆ 나호선 세운상가 상인(이하 나호선): 안녕하세요. 나호선입니다.

◇ 장원석: 안녕하십니까. 세운상가에서 지금 가게를 운영 중이시죠, 현재도?

◆ 나호선: 예. 7층에서 조그마한 수리업을 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실례지만 어떤 업종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나호선: 산업용 장비를 고치는 수리업을 하고 있고요. 주로 의료기기라든가 분석기기, 생산기기 이런 장비를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전문용어 나오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세운상가에서 장사를 하신 지는, 업무를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 나호선: 20년 됐습니다.

◇ 장원석: 20년. 그러면 1990년대쯤부터 거기서 계속 자리를 잡고 일하신 거군요?

◆ 나호선: 예, 맞습니다.

◇ 장원석: 어떤가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 많이 찾았죠?

◆ 나호선: 그때는 제가 상가 4층에 있었는데, 처음에 개업을 하면서도 워크맨, 라디오, 기판 등을 갖고 오는 손님 때문에 어느 정도 고객이 확보되는 그런 상태였고요. 낮에는 그런 손님이 꽤 왔었습니다.

◇ 장원석: 지금은 좀 어떻습니까? 그런 기계들, 워크맨 같은 것은 요즘에 잘 안 쓰는데요. 요즘은 손님들 많이 오시나요?

◆ 나호선: 예, 그렇죠. 지금은 저는 5층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로 와가지고 사무실을 열고 있지만 4층 상가만 해도 인적이 뜸하고 손님보다는 안에 주인들이 더 많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 장원석: 실제로 수리를 맡기거나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관광객 수준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려고, 사진 찍으려고 오는 분들도 많지 않나요?

◆ 나호선: 예. 그런 사람이 꽤 많이 와요.

◇ 장원석: 이번에 세운상가가 반세기만에 다시 태어났다고 저희가 소개를 해드렸는데, 어떤가요? 예전 20년 전하고 지금하고 많이 바뀌었습니까? 어떤 면에서 달라졌습니까?

◆ 나호선: 도시재생 말씀하시는 거죠?

◇ 장원석: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 같은 것도 좋습니다.

◆ 나호선: 20년 전쯤에는 아무래도, 지금은 없어진 건물이지만 현대상가라고 철거된 건물에 있었는데, 거기는 비슷한 업종도 모여 있었고, 또 손님들도 컴퓨터 고치러 오시는 분들, 복합적으로 있어가지고 장사가 그런대로 됐었는데 지금은 다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됐어요. 그런 상태가 돼가지고 그래서 단골 솔님만 받고 있고요. 컴퓨터도 많이 흩어지고 해가지고, 부품가게도 흩어지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손님도 적을뿐더러 우리 일하는 데서도 효율적으로 그렇게 나지 않는 상태가 됐습니다.

◇ 장원석: 주변에서 그런 업체 운영하는 분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형님뻘 사장님은 얼마나 운영하셨습니까?

◆ 나호선: 여기서 30~40년 된 분들이 꽤 많으세요.

◇ 장원석: 20년 정도 사장님은 운영하셨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나호선: 그러면 중간도 못 미치는 수준이죠, 경력은.

◇ 장원석: 30~40년 경력의 사장님들도 많이 계시는군요. 재개장한 것에 대해서는 감회가 어떠신지요? 20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때하고 지금하고, 어떻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느낌도 드시지 않으신지요?

◆ 나호선: 네. 일단 청계천에 보행교가 세워져가지고 단절됐던 세운상가와 옆에 청계·대림상가와 연결이 되는 점에 있어서는 굉장히 감회가 새롭고요. 어제도 갔다와 봤는데 쉽게 3층에서 바로 지나갈 수 있으니까 한 동네 같은 느낌이 났고, 그다음에 1층 옥상에 새로 공원이 조성된다고 해가지고 거기도 굉장히 전망이 좋아요. 그래서 그거 또 하나 괜찮은 구경거리고, 제일 큰 건요. 3층에 보행로에 ‘세운 메이커스 큐브’가 생기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젊은 메이커들이 왔거든요. 예를 들어 3D 프린터, 드론이라든가 여러 가지 제작하는 분들이 왔기 때문에 그 사람들하고 공동제작을 할 수 있는 기대감이 참 많습니다.

◇ 장원석: 이제 새롭게 시작될 세운상가, 앞으로 어떤 부분 기대하고 계십니까?

◆ 나호선: 기대 반, 우려 반 그렇지만, 일단 보행로 조성하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 생긴 것 하드웨어적으론 참 잘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반은. 그리고 홍보도 많이 해주고. 그렇지만 그와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적으로 우리가 한 번 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드릴 수 있는 이런 마음의 자세가 일단 필요하고, 꼭 내 손님이 아니고 다른 데 오신 분이라도 잘 맞아드릴 수 있는 그런 것과, 또 하나는 여기 일단 와도 뭘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기술을 가지고 어디에 가서 수리를 할 수 있는지, 누구와 상의해가지고 제품 개발할 수 있는지, 하는 그런 데이터적인 인프라가 아예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에 연결이 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베이스화 돼가지고 그런 정보망이 잘 돼있어야만 여기를 오는 손님들이 자기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고, 또 계속 꾸준히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시대 흐름에 맞춰서 세운상가도 겉모양뿐 아니라 내면도 다시 태어나는, 그런 것을 기대하고 계시는군요.

◆ 나호선: 그럼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나중에 제가 그쪽 찾게 되면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 나호선: 예. 한 번 찾아오십시오.

◇ 장원석: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세운상가에서 20년 동안 일을 하고 계시는 나호선 씨와 이야기해봤습니다. 계속해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이하 유현준): 안녕하세요.

◇ 장원석: 교수님도 세운상가와 관련한 추억이 좀 있으십니까?

◆ 유현준: 옛날에 어렸을 적에 라디오 부품 같은 거 사가지고 조립도 해보고, 고등학교 남자애들은, 저는 안 갔지만 친구들이 가서 야한 잡지도 사고.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세운상가와 관련한 추억들 교수님 세대들도 분명히 이렇게 있는데, 또 건축학도들에게도 세운상가가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왜냐면 1960년대 당시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를 했기 때문인데, 당시 건축계 평가는 어땠습니까?

◆ 유현준: 일단 과거에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가 했던 주상복합 아이디어를 한국에다가 도입을 한 첫 번째 케이스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고요. 이게 건축가한테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것을 보존할 수도 없고 부술 수도 없고, 약간 애매한 컨디션이죠.

◇ 장원석: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뜨거운 감자’라고 일컫는 건가요?

◆ 유현준: 그렇죠. 공모전 같은 데서 학생들이 건드려선 안 되는 주제 중에 하나예요. 부수어도 욕먹고, 남겨놔도 욕먹고.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 장원석: 이 분이 건축한 다른 유명한 건물은 뭐가 있습니까?

◆ 유현준: 지금 힐탑호텔에서 바뀐, 일단 경동교회가 있을 것 같고요. 그게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다음에 자유센터, 그다음에 여러 가지 건물들이 있습니다. ‘공간’ 사옥도 되게 유명하고요.

◇ 장원석: 그 중에 하나가 세운상가인데 세운상가가 가지는 의미, 건축학에서는 어떤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앞서 설명해 주신 그런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요.

◆ 유현준: 일단 도시적인 스케일로 건물을 지었다. 그렇게 보는 게 큰 의미일 것 같고요. 종로에서부터 남산까지 이르는 중요한 축이 있는데 그 축을 따라서 건물을 쭉 짓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도시를 딱 내려다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건축적인 장치입니다. 그래서 그 안에 상업시설도 들어가고 주거시설도 들어가는, 그래서 모든 도시를 하나의 건물 안에 축소해 놓은 그런 축약된 도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어떤 문화시설 건물 하나를 딱 짓는 것하고 도시 전체 흐름에 맞추어서 어떤 개발 목적으로 건물을 짓는 것하고, 건축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마음가짐이 다른가요?

◆ 유현준: 아무래도 그게 단일건물이 아니고 이것은 도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데, 그런데 그게 저는 약간 위험한 생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장원석: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 유현준: 그러니까 건물 하나로 모든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일단 건물이 너무 커지면 그게 아무래도 휴먼 스케일을 벗어난 것이 되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으로도 바깥에 외부공간인 골목이라든지 아니면 인도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압도적인 스케일로 보이거든요. 하나의 건축물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과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장원석: 그런 면에서 서울은 동서 방향의 흐름을 타고 발전했다고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운상가는 지도상으로 보더라도 남북으로 가로질러서 지어져 있단 말이죠. 그래서 도시 전체의 흐름면에서 이것을 끊는다는 분석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유현준: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건축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에 하나가요. 중요한 축이 있으면 그 축을 건물로 만들어서 연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만약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역사적인 축이나 이런 걸 만들 때는 사실 비워놔야 하거든요. 대표적으로 파리 같은 경우에 루브르 박물관에서부터 콩코드 광장, 그리고 콩코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그 축들이 다 비워져 있어요. 그래서 콩코드 광장하고 개선문 사이가 샹젤리제 거리라는 그 거리로 비워 있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그 축이 중요하다고 해서 거기다가 세운상가처럼 건물을 지어버리면 시선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연결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제 관점에서는 세운상가가 그러한 실수를 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김수근 선생님께서는 그 위에 프로미네이드라고 해서 ‘옥상 부분을 걸어 다니면서 도시를 바라봐라’ 그런 컨셉이었는데, 그게 건물에 올라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말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그라운드 레벨인 인도 레벨에 있잖아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은 만리장성이 되는 거죠, 그게.

◇ 장원석: 그렇게 건축학 입장에서 보니까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게 돼서 재밌는데요. 이번에 그와 연결해서 다른 건물들과 연결해주는 공중보행로가 1km 정도 길이로 다시 연결이 됐단 말이죠. 이런 부분을 포함해서 어떤 잘된 점과 이 부분은 보완됐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부분 없으십니까?

◆ 유현준: 일단 보행가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는, 이건 개인적인 관점인데 예전에 저희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위에다가 보행가로를 만들어서 그게 활성화가 되면 지상레벨이 망가질 것이고, 지상이 활성화되면 그 보행가로 위에 공중에 만든 거가 활성화가 안 될 거다. 그러니까 둘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면 안 된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그 부분에는 동의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보행가로가 만약에 활성화 된다면 그 아랫부분의 가로가 오히려 더 비활성화 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들고요. 이미 방향이 그쪽으로 정해진 상태니까 그것을 운영을 잘 하고 그런 묘를 살려서 주변에, 저는 사실 세운상가보다도 그 주변에 바로 붙어있는 옆에 빌딩들 있잖아요. 그 빌딩들이 어떻게 앞으로 활성화가 될 거냐, 그게 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주변 도시조직의 골목길들이 어떻게 재생될 것이냐. 그것들이 세운상가가 역할을 잘해주면 또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번에 ‘보존형 개발’이라는 형식 아니겠습니까? 완전히 없애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기존의 것을 살리면서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인데, 이게 다른 지역에도 이런 식으로 보존형 개발이 이뤄지려면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신경 써야겠습니까?

◆ 유현준: 일단 건물 자체만 바라보면 안 될 것 같고요. 그 건물 안에서 어떻게 보면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어떤 비즈니스로 움직이고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주거하고 노동시장하고 주변에 있는 상업시설들하고 어떻게 연결돼있고, 예를 들어서 쪽방촌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가깝게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보이지 않는 어떤 비즈니스 생태계를 고려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건물 하드웨어적인 것뿐만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인 것들도 함께 고려를 해서 재생을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 장원석: 아까 나호선 사장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결국 일맥상통한 그런 말씀이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유현준: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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