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환수 어보' 원품 아닌 거 알고도 숨겼다

문화재청, '환수 어보' 원품 아닌 거 알고도 숨겼다

2017.08.18. 오후 7:3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2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미국에서 환수해 온 '덕종 어보', 기억하시나요?

이 어보가 15세기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을 문화재청이 1년 가까이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추가로 가져온 어보 두 점 가운데 하나도 원품이 아닌 재제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역시 문화재청은 이번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쉬쉬했습니다

김상익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성종이 죽은 아버지 덕종을 기려 1471년 제작한 '덕종 어보'

2년 전 미국에서 환수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이 어보는 그러나 어이없게도 1924년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모조품이었습니다

환수 당시 원품이라고 주장했던 문화재청은 이 같은 사실을 1년 전쯤 이미 알았지만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말 개막하는 '조선왕실 어보 특별전'에서 은근슬쩍 재제작품이라고만 명시하고 출품한 겁니다

[김연수 / 국립고궁박물관장 : 저희가 작년 12월에 대략적으로 (원품이 아니라는) 결론은 내렸습니다.]

그리고 올 초에 바로 문화재청에 보고했고, 어쨌든 특별전을 통해 정식으로 공개하는 게 좋겠다"

문제는 덕종 어보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방미에 맞춰 환수한 2개의 어보 중 문정왕후 어보 역시 원품이 아닌 재제작된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역시 밝히지 않았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불이 나서 새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제가 들었는데 이건 그 당시에 10년 상간이면 그 시대에 만들어진 거라고 얘기가 되니까. 그건 저희가 파악은 하고 있었지만 굳이 그걸 이제 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문화재청 관계자들의 그릇된 성과주의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화재청 고궁박물관 측은 문제의 덕종 어보가 일제강점기 제작돼 지정문화재에서 제외한다는 문화재 위원들의 판단에도 특별전에는 예정대로 전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연수 / 국립고궁박물관장 : 저로서는 이게 일제강점기라는 굉장히 어려운, 특별한 시기에 제작됐습니다만 그 부분은 덕종의 어보로서는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학계에서 모조품 가능성을 재기했을 때도 이를 무시하고 진품이라고 우겼던 문화재청의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김상익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