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택시운전사' 못 볼 뻔했다?

하마터면...'택시운전사' 못 볼 뻔했다?

2017.08.11.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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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도 / 블랙리스트 조사위 백서발간분과위원장

[앵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9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영화를보지 못할 뻔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때문인데요. 김미도 블랙리스트 조사위 백서발간 분과위원장과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저희가 택시운전사를 앞서서 소개해 드렸는데 배우 송강호 씨가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했다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일부에서는 블랙리스트 문제 때문에 고민을 했던 거 아니냐 이런 해석도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인터뷰]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셨던가요, 송강호 씨가? 그런데 아마 그런 작품에 출연을 하라는 제의를 받으면 뭐라고 할까요, 일종의 자기검열도 작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무거운 역사적인 그런... 더군다나 정부에서, 전 정권에서 좋아하지 않는 그런 소재를 다루는 작품에 출연하려면 아마 블랙리스트와 상관없이도 조금 망설여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리고 작가 김홍신 씨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최근 2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전작에서 친일파 명단을 실명으로 실었는데 이것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어떤 분위기였을까요?

[인터뷰]
글쎄요, 그것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는데 굉장히 문학 쪽에서 많은 작가들이 터무니없이 세월호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그런 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굉장히 많은 작가들이 사실 저희 남편도 그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 그냥 그런 이유만으로, 굉장히 많이 올라가셨기 때문에 참 그런 게 안타까운 일이죠.

[앵커]
지금 보면 이 작품 안에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보고 명단을 작성한 게 아닌가, 굉장히 세밀하게 본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교수님도 명단에 올라계십니다.

[인터뷰]
그러니까 저는 원래 2016년 국정감사 즈음에 한국일보를 통해서 9473명의 명단이 공개가 됐죠. 그런데 사실 저는 제가 그 명단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제자들이 선생님도 거기 있다고 그래서 제가 보니까 박원순 시장 지지서명에 제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서명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사실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저도 그 명단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앵커]
이번에 조윤선 전 장관에게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도 얘기가 참 많습니다. 이번에 선고된 블랙리스트 1심 판결에 대해서 시인 출신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어떤 의견을 밝혔는데요. 먼저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도종환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재판부의 판결을 일단 존중하지만, 그 판결을 보면서 예술인들이 특히 많이 불만을 가지고같은 예술인으로서 저도 그 불만에 공감을 하는 바가 있습니다.]

[앵커]
불만에 공감을 하는 바가 있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인터뷰]
분명히 문제가 있죠. 왜냐하면 조윤선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했었잖아요. 그럴 때 소통비서관이었던 신동철, 정관주 이 두 소통비서관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 혐의로 이미 실형을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상관인 조윤선에게 어떤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무죄가 선고된 것인데 그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만약에 정말 그런 보고하는 절차가 없었다면 굉장히 저는 허수아비 수석이었거나 굉장히 무능한 수석이었다 이렇게밖에 결론이 안 나는데 그럴 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체부에 내려와서도 또 이미 굉장히 문체부에서 가장 그게 현안으로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만약에 구체적인 지시나 실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말 헌법을 위반하는 그런 사항인데 그냥 단순히 인지하고만 있었다 하더라도, 인지하고서 그것을 실행을 중지시키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중요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런 재판 결과를 뒤로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을 했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백서를 발간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백서를 발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이고 무슨 내용을 담게 되는데 이것도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사실은 재판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이 밝혀졌고 그래서 더 이상 뭐가 더 조사될 게 있는가 많은 의문들을 제기하시는데 제가 볼 때는 지금 실형을 받은 사람은 사실은 최초에 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기획한 사람들이라고 저는 보고 있어요.

김기춘, 조윤선 그다음에 김종덕 등 이런 분들은 최초 기획자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 영화진흥회, 출판협회 등을 통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현장 예술인들하고 대면하는 과정에서 실행이 됐는데 그런 과정들은 사실 낱낱이 밝혀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또 더 억울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그런 부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저희가 체계적으로 구체적으로 밝혀갈 것이고 그런 모든 과정들을 나중에 백서로 정리해서 후세에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 백서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앵커]
그리고 지난 4일이었죠. 금요일에 조윤선은 과연 무죄인가, 이런 내용과 관련해서 1심 판결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인터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어떤 결과를 낸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2심으로 반영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날 공통적인 토론회 분위기는 분명히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윤선이 관여했고 분명히 알고 있었고 아랫사람들이 다 실형을 받았고 이런 모든 정황적인 상황으로 볼 때 조윤선을 무죄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법조계에서도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들 다들 생각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조금 더 저희가 뭔가 구체적인 혐의들을 더 잘 입증해서 2심 판결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그런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하는 그런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인터뷰]
그리고 중요한 건 사실 특검에서 아까 얘기했던 그런 신동철, 정관주 이런 소통비서관들이 특검에서 했던 진술하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특검에서는 분명히 보고했다, 상관에게 보고했다.

조윤선에게 보고했다고 얘기해 놓고 법정에 와서 진술을 바꾼 것이죠. 그래서 번복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더 명확히 규명을 해야 되겠죠.

[앵커]
그러면 여기에 더해서 사실 특검의 수사도 진행이 됐고 1심이지만 법원의 판결도 나왔고요.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 아직 더 입증할 것들이 있냐, 이런 시선도 있어요.

[인터뷰]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래 산하기관들에서 실행된 과정들은 구체적으로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문체부 직원들 그다음에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심의회의, 회의에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어떤 배제를 심의위원들에게 굉장히 요구한 부분이 많아요.

그건 최근에 감사원에서 감사결과보고서가 나왔거든요, 문체부에 대한. 거기를 살펴보면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구체적인 실행자들, 조금 더 아래 문체부 직원들을 아마 조사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그렇다면 그렇게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윗선에 보고를 했고 그 윗선의 보고가 어디까지 올라갔고 그래서 또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려받았고, 이런 과정들을 조금 더 규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와 관련해서 지금 윗선을 빼고는 나머지는 다 피해자인 척을 하고 있다, 이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인터뷰]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재판에서는 문체부 직원들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을 했는데 그게 사실은 가해자잖아요. 현장 예술인들에게 가해를 한 셈인데 법정에 갈 때는 피해자 입장으로 간 거예요.

그러니까 상관이 내리는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입장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술을 했는데 사실 공무원 규정에도 보면 상관이 너무나 부당한 지시, 불법적인 지시를 할 때는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아니할 의무가 있다고 오히려 그렇게 규정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구나 헌법을 위배하는 그런 너무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굉장히 어불성설이고.

사실은 공무원들도 어쩔 수 없이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다라고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간혹 어떤 분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또 재판에 나와서 심지어 위증까지 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변호하는. 그래서 문화예술계에 더 2차적인 가해를 하는, 심리적 가해를 하는 그런 부분들까지 추후에 발견이 돼서 그런 부분은 더 사실규명을 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부분에 대한 검증을 이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하게 된다 이렇게 설명을 해 주신 걸로 이해가 되는데 지금 이런 상황을 두고 실제로 문화계에서 현장에서의 분위기나 반응은 어떤가요?

[인터뷰]
현장에서는 어쨌든 이게 그동안 3년 됐거든요. 처음 문제가 되고 3년 동안 사실 이 문제로 너무나 고통받고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이런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대로 실형을 받은 사람들은 그냥 기획자들인 거예요. 어떻게 보면 몸통이라고 할 수 있죠.

오히려 현장 예술인들하고 직접 만나면서 가해를 했던 그 사람들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또 처벌 같은 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진짜 현장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진정으로 우리가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꼭 그런 부분을 낱낱이 밝혀서 처벌을 꼭 하겠다, 이런 의미보다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가장 무서운 건 역사에 기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백서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런 걸 어쨌든, 진실을 아주 잘 규명해서 백서에 잘 담아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런 상처들을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까지 이 일을 쭉 진행해 오시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인터뷰]
저는 사실 이 일을 처음 제가 문제제기를 했던 건 벌써 3년 전이고요. 2015년 6월에 제가 창작산실이라는 심의에 들어갔다가 심의 결과를 번복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최초로 리스트가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것을 도종환 당시 국회의원, 도종환 의원실에 제보를 해서 이 문제가 2015년 국정감사에 최초로 문제가 됐어요.

그런데 그때 한창 매스컴에서도 떠들고 뭔가 조사를 할 것처럼 하다가 그다음에도 굉장히 여러 가지 역사교과서 문제니 현안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가 조금 떠들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냈던, 거의 1년 가까운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 문제가 그냥 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쨌든 다시 2016년 국정감사에서 다시 이 문제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밝히는 회의록이 발견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다음에는 정말 연극계를 비롯해서 전 문화예술계가 굉장히 뜨겁게. 특히 광화문광장에서 투쟁을 해 온 결과로 오늘과 같은 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또 앞으로도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이 중요해 보이고요. 또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들이 있는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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