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와 조용필의 '단발머리', 기이한 불균형이 만든 처연함

오동진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와 조용필의 '단발머리', 기이한 불균형이 만든 처연함

2017.08.04. 오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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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와 조용필의 '단발머리', 기이한 불균형이 만든 처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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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와 조용필의 '단발머리', 기이한 불균형이 만든 처연함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7년 8월 4일 (금요일)
■ 대담 : 오동진 영화평론가

◇ 앵커 곽수종 박사(이하 곽수종)> 오랜만에, 영화 얘기해보겠습니다. ‘택시운전사’인데요. ‘독일 기자’와 ‘서울의 택시운전기사’. 외부인의 눈에 비친 5월 광주 이야기입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오동진 영화평론가(이하 오동진)> 네, 안녕하십니까.

◇ 곽수종> 영화 보셨습니까?

◆ 오동진> 네 공개했을 때 첫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저는 좀 한참 오래전에 봤죠.

◇ 곽수종> 그런 기회 있으면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어떤 것들이 있었죠?

◆ 오동진> ‘화려한 휴가’도 있었고요. 여러분들 잘 아시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죠. ‘26년’이라는 작품은 물론 광주 배경은 아니었습니다만, 5.18 사건 배경으로 한, 사실은 시간과 사건의 역사적 무게감에 비해서 광주 얘기를 영화로 많이 못 다룬 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워낙 중압감이 큰 역사적 사건이었고, 아직 그 역사적 트라우마가 해소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고, 아마도 이번 ‘택시운전사’를 기점으로 해서 광주 얘기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자주 만들어질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를 통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많이 전개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 곽수종> 5.18도 5.18이고, 4월 세월호의 아픔. 이러한 아픔을 배경으로 한 얘기들이 그 당시 모든 것을 투명하고 진실하게 밝혔다고 한다면 치유가 빨랐을 건데, 너무 감추고 숨기다 보니까요.

◆ 오동진> 네, 역사 얘기를 제가 할 때 종종 하는 얘기인데요. 역사는 사실 디테일이 없죠, 역사책을 보면 한 줄이나 두 줄로 설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러한 디테일을 담아주는 것이 영화나 문학이나 그러한 예술 활동인 거고요. 예술이 창작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될 때 왕성하게 그러한 작품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그러지 못한 것은 그간 지난 현대사가 여러 가지를 제약했던 것들이 많아서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 곽수종> 아픔과 위대함이 같이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로 같이 들어가보겠습니다. 서울의 택시 운전기사가 독일 기자와 함께, 위르겐 힌츠페터.

◆ 오동진> 위르겐 힌츠페터이고요. 영화에서는 피터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 곽수종> 왜 광주에 갔습니까?

◆ 오동진> 독일 기자인데, 독일 공영방송의 아시아 특파원이었습니다. 일본에 있다가 한국에서 정치적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요. 기자로서, 기자라면 대부분 종군 기자적 마인드가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 스스로 들어가 역사적 현장을 담겠다는 거로 들어왔고요. 영화에서도 잘 아시겠습니다만,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지만, 그때 광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다 막혔죠. 실제 택시기사분이 김사복 씨라는 분입니다. 아직 그분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는데, 영화 속에서는 김만섭이라는, 송강호 씨가 맡았던 인물인데요. 그 택시기사가 광주로 가면 돈을 많이 준다는, 그러한 꼬드김이라고 할까요. 돈을 벌겠다는 욕심. 그 당시 영화 속에서 10만 원 얘기가 나오니까요. 지금으로도 큰 돈이니까 돈을 받고요. 김만섭이라는 인물은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별로 잘 모르는 인물이고요.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사우디에서 노동을 했던, 그 일을 했던 사람이라서 80년 서울의 봄이라는 대학가 데모나 이런 것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던 인물이었죠.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니까 아이 양육비를 벌겠다는 욕심으로 무작정 들어간 거죠.

◇ 곽수종> 그때 상황이야 군부가 방송하도록 허락한 내용만 방송했으니 사태의 심각성도 몰랐을 거고요. 위르겐 힌츠페터는 지난해 1월에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고요?

◆ 오동진> 타계하셨고요. 이분께서도 돌아가시기 전에 김사복, 자신을 광주로까지 태워갔던 택시기사를 많이 찾으셨고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맨 마지막에 생존했을 때 김사복 씨를 찾는 모습이 인터뷰로 담겨있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고요, 우리가 광주를 얘기할 때 많은 역설적인 영웅담도 많이 생각합니다만, 광주의 항쟁이라는 것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움직였던 역사였던, 동역들이 아니겠습니까. 영화를 만든 장훈 감독은 그 역사를 움직였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담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곽수종> 지금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젊은 세대, 저는 이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아픔도 있습니다. 저는 경찰대 1기로 들어갔을 때 체력검사 할 때 옆에 있던 호남 학생이 제가 들을 정도로 분개한 거죠. 경상도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도 들었던 시절인데, 지금 20~30대가 이 영화를 보고 소화해낼 수 있을까요?

◆ 오동진> 저는 역사적 체험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광주의 문제는 어쨌든, 물론 지난 80년대, 90년대 실상을 많이 감췄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광주 항쟁에 대해서 비교적 많이 전수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척도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는 그러한 감정을 따라가기 힘든 세대들을 위해서 감정적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 당시의 많은 비극들을 감정적으로 충분히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첫 주말이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어제 박스오피스가 140만 정도였다고, 일주일 간 140만을 넘는 것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역사적으로 이러한 표현이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의리를 지킨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수많은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 관객과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는다는 건 우리가 광주 민주화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광주 문제는 반복되더라도 계속 같이 얘기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역사적 동의, 의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정부가 바뀐 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추동하고 있는 동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무거운 얘기를 해왔는데요. 조용필 씨의 ‘단발머리’가 영화 음악으로 나왔다고 하는데요. 조용필 씨가 자기 음악을 영화 음악으로 쓰는 것을 허락을 잘 안 하는 분이잖아요.

◆ 오동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의미를 받아들였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사실은 그 당시 조용필 씨의 음악과 역사적 무게감이 엇박자를 내는 시기이기도 했었죠. 그 당시 정부가 조용필 씨의 음악을 이용한 측면도 있었고요. 아마도 그러한 언밸런스한 측면들이 영화 도입부에 택시 기사 김사복 씨, 몰고 나오는 택시 차 안에서 나오는 음악인데요. 기이한 언밸런스가 오히려 그 시대를 바로 직관적으로 뚫고 들어가는데 중요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곽수종> 음악으로 잘 깐 것 같은데요. 영화 음악 잠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동진 평론가님, 이 노래 들으니까 일단 바지는 나팔바지가 생각나고요. 디스코 풍으로 찌르는 거잖아요.

◆ 오동진> 헤어스타일도 연상될 거고요. 이 음악이 나올 때 영화 속에서 아마 80년대 학교를 다녔던 분들이거나 지금 50대이신 분들은 이상하게 약간 처연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 당시를 경쾌하게만 기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기이한 불균형감이 그 당시 역사 속으로 몰입하게 하면서 조금 처연하게 느낌을 갖게 하죠.

◇ 곽수종> 불균형감, 언밸런스의 밸런스를 얘기하셔서요. 송강호 씨가 블랙리스트에 본의 아니게 올랐다가 이번에 택시 운전기사로 나온 셈이 아니겠습니까. 예전에 ‘변호인’의 송강호와 ‘택시운전사’의 송강호가 어떻게 다르게 나옵니까?

◆ 오동진> 송강호 씨는 한국의 탑배우라고 하는 단순한 게 아니라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마 단순하게 역사 공부를 하는 측면이 아니고 역사 속으로 스스로 캐릭터라이징을 하는 느낌을 줘요. 그래서 변호인에서는 정말 고 노무현 대통령 연상될 만큼 열정적인 것을 보였다면, 여기에서는 사실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막심고리끼의 ‘어머니’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처럼 이념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이 없었고요, 오로지 자기 자식들 키우는 이기적인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가 광주를 경험하며 새로운 인물로 변신해가는, 이러한 것들 정말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소화해내고 설명해내거든요. 아마 그런 측면은 송강호라는 배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배우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역사를 그대로 설명해주는 거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곽수종> 송강호 씨의 사극이라고 할까요, 쭉 다봤습니다. 시리즈로. ‘관상’ 등, 또 ‘설국열차’도 봤는데 거기에선 송강호 씨가 잘 안 맞는 것 같고요. ‘박쥐’라든지 ‘사도’, ‘관상’과 같이 사극과 연계된 것에서는 송강호 씨에게 적격이라고 할까요.

◆ 오동진>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자기 노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 씨뿐만 아니라 이번에 위르겐 힌츠페터 역할을 했던 토마스 크레취만이라는 배우도 발군의 캐스팅이었고요. 할리우드나 유럽 영화에서 많이 얼굴을 알린, 여러분들께서는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라는 영화에서 맥어보이 아버지 역할로도 나온 거로 기억하실 텐데요. 유명한 인물인데요. 이 영화에서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인물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 곽수종> 외국인으로서 그 당시 상황을 종군 기자적으로 광주 사태를 취재한다는 게 힘들었을 텐데 해냈네요.

◆ 오동진> 그렇죠. 기자가 역시 역사적 사명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대목이고요. 역설적으로 지금 시대에서 저널리즘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을 조금 진부하지만 그러한 측면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송강호 씨만큼 토마스 크레취만의 팬이 됐습니다.

◇ 곽수종> 오동진 평론가께서 보시기에 군함도, 지금 ‘군함도’도 히트 아닙니까. ‘택시운전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굳이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오동진> 잔인한 질문이십니다만, 저는 일단 ‘택시운전사’ 먼저 보고요. 그 다음 ‘군함도’ 보겠습니다.

◇ 곽수종> 우리가 한미 FTA 할 때 필름 쿼터제 얘기 많이 했거든요. 기우였던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잖아요.

◆ 오동진> 지나치게 독점하고 있으니까, 군함도가 사실 관람 서열에서 2위로 밀어 넣은 것은 군함도가 떨어지는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군함도가 처음에 지나치게 스크린을 과독점한 측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살짝 벌을 준다는 측면에서 그러게 말씀드린 거고요. 군함도도 지금 이 시기에 꼭 봐야 할 훌륭한 역사서와 같은 작품입니다.

◇ 곽수종> 저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미국이 만들어내는 공상 영화, 아바타나 미래를 얘기하는 공상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오동진> 테크놀로지가 계속 발전하고 있고,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그런 측면에서 진일보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SF 등의 영화도 세계적으로 견줄만한 영화가 나올 거로 보고 있습니다.

◇ 곽수종>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동진> 네, 고맙습니다.

◇ 곽수종> 지금까지 오동진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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