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2017.02.28. 오전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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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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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내가 죽을 곳으로 보였는데, 돌아오니 그냥 긴 다리의 한 부분이었어요. 같은 장소인데, 뛰기 전과 후에 보이는 게 달랐어요. 생각이 바뀌니 달리 보인 거죠."

가수 현진영이 어두웠던 유년시절 기억을 털어놨다.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그다. 어두운 과거는 덮어두고 싶을 법도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원하며 두 번이나 강물에 몸을 던진 아팠던 이야기를 꺼냈다.

현진영은 지난 24일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가 진행한 19번째 라이프 콘서트에 연사로 나섰다. 강연을 앞두고 진행된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현진영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 유년시절 2번의 극단적 선택 그리고 깨달음

'힙합 문익점' 현진영은 1990년 데뷔해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소리쳐봐', '두근두근 쿵쿵' 등 무수한 히트곡을 양산했다.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그에게도 빛나는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리운 엄마, 유년시절 닥친 생활고는 어린 현진영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YTN STAR(이하 Y): 어두운 과거를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라이프 콘서트 연사로 강연을 하게 됐는데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진영(이하 현): 어릴 때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에 잘못된 선택을 해서 극단적인 상황을 두 번 정도 경험했어요.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은 바뀌었죠. 물론 그 이후에도 잦은 말썽을 부렸지만, 누구나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한 번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나라도 어지러운데,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전하고 힘든 분들은 저를 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Y: 두 번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무엇이었나요?

현: 어머니가 암 투병생활을 오랫동안 하셨어요. 제가 중학교 들어가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었고, 아버지도 쓰러지셨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장남이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댄서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하지만 당시 댄서들의 상황이 열악했어요. 댄싱팀의 매니저가 돈을 착취하는 일도 있었고, 어릴 때 유복하게 자라다가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한꺼번에 닥치니까 그걸 잘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강을 걷다가 다리에서 뛰어내렸죠.

Y: 당시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해주세요.

현: 1년 주기로 똑같은 상황을 2번 겪었어요. 예전엔 한강 청소를 하러 다니는 배들이 있었는데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청소하시는 분이 교각 밑에서 저를 발견하고 건지셨어요. 못 미더워서 집에도 데려다주셨고, 아버지에게 혼이 났죠. 그때가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너무 어리니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Y: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또 하게 된 건가요?

현: 이번엔 댄스팀 매니저가 6개월 치 월급을 갖고 도망을 갔어요. 더 힘든 상황이 됐죠. 동호대교를 건너가다가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눈물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저 눈물과 같이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Y: 이번에는 어떻게 구조가 됐나요?

현: 제가 항상 인생을 비유할 때 코미디라고 하는데, 정말 코미디였어요. 다리에서 뛰어내린 순간 바닥에 뭔가 닿는 느낌이 났고, 그 순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헤엄을 치고 나왔어요. 초등학교 때 수영을 배웠거든요. 웃긴 게 당시 집이 반포였는데 한남동 쪽으로 나온 거였어요. 집에 가려면 동호대교를 또 건너야 하는 거죠. 물에 젖어 비린내 나는 몸을 이끌고 다리를 건너는데 제가 뛴 자리에 또 도달한 거죠 뛰었던 자리에…

Y: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현: 생명이잖아요. 내가 죽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조리개를 조금만 틀어주면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걸 그 자리에 다시 도달하면서 배우게 됐어요. 아까는 내가 죽을 곳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다리의 한 부분이었어요. 내가 아등바등한다고 될 게 안되거나 안 될 게 되는 게 아닌데 왜 과거만 보고 살았을까. 춤추고 무대 오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게 감사를 못 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Y: 중학생이면 사춘기 겪을 나이잖아요. 부모님이 아프실 때 정신적으로 의지할 누군가가 있었다면 방황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현: 없었어요. 사실 집에 고모님이 계셨지만, 사람이 '옛날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옆에 누가 있어도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 시대의 아이콘이 연습생 친구들에게

최근 가요계는 데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힘든 유년시절과 가수 데뷔 이후에도 이어지는 방황을 겪는 현진영은 현재 연예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Y: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그 후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연습생 친구들을 보면 어떤 생각 하시나요?

현: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가 되면 저처럼 사고를 많이 쳐요. 인성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면 여러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고 봅니다.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을 시키면 인성을 기르는 트레이닝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우리 회사에서 아이들을 키우지만,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학교는 무조건 우선이에요. 학교나 단체생활 안에서 길러지는 사회성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 속에서 협동과 배려심이 생기는 거니까요.

Y: 연예계처럼 불안정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불안정한 연예계 생활을 견뎌내는 노하우 혹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현: 저는 게임도 하고 드론도 날리고 그런 모습들을 담은 개인방송도 진행하고 있어요.

Y: 중고교생 10명 중 1명이 자살을 고민한다는 최근 조사 결과가 있어요.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현: 그렇게 말하는 게 10%겠죠. 저는 세상 사람들은 10명이면 10명 다 죽고 싶다는 생각 안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나라 말은 다양하잖아요. "죽겠다", "죽을 것 같아." 이것도 죽는 거예요. 이걸 바꾸려면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작은 꿈부터 꾸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Y: 그렇다면 현진영 씨의 가장 현재에 근접한 작은 꿈은 무엇인가요?

현: 강연 끝나고 맛있는 거 먹는 거요(웃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계획이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그렇게 생각을 바꾸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그 성취감이 모이다 보면 절망적일 시간이 없어요. 꿈이 있으면 계속 걷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내가 절망적이지 않았을 때 꾼 꿈을 다시 꿔요. 예를 들면 제가 이미 가수인데 가수가 되서 이 방송에 출연해야지 이런 꿈을 꾸는거예요. 그걸 이루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겠죠. 그걸 못 느끼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기 쉽죠.

'힙합 문익점' 현진영, 매일 가수의 꿈을 꾸는 이유 (인터뷰)

◆ SNS로 팬들과 소통에 나선 '힙합 문익점'

지난해 이후 신곡 발표가 없었던 현진영은 다음 달 새 앨범을 통해 본업으로 복귀한다. 현진영은 이날 콘서트에서 '무념무상'과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라이브로 선사하며 얼마 남지 않은 컴백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Y: 다음 달 새 앨범이 나온다고요.

현: 네 3월에 새 앨범이 나오는데 재즈 힙합이에요. 곡은 다 완성된 상태입니다.

Y: SNS도 활발히 하시는데 가수 활동 외에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현: 올해부터 판도라TV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현진영TV를 정규방송하고 있어요. 제 방송은 자막방송이에요. '자유롭게 막 하는 방송'인데요(웃음) 대본 대신 즉석에서 생각한걸 말하고 댓글에도 반응하니까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느닷없이 새벽 1시에 방송하고 그래요. 그럼 야근하는 직장인이 '힘든데 방송 보니까 피곤이 싹 가신다'는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해요. 그런 걸 많이 해드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제가 재즈 힙합을 하다 보니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 음악을 좋아했던 30~40대가 보는 방송에 가서 하는 게 아니라, 10~20대가 보는 매체에서 내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의미도 있고요.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 = 함초롱 모바일PD/영상제공 =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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