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길이 천에 시민 발언 적어 청와대까지 행진

500m 길이 천에 시민 발언 적어 청와대까지 행진

2016.11.26. 오전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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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중 미술가 임옥상 씨가 오늘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사이로 500m 길이의 흰 천을 펼치며 걸어간 뒤 시민들의 소리를 천 위에 적고 청와대까지 함께 들며 행진할 예정입니다.

박신윤 기자입니다.

[기자]
길이 5백 미터, 폭 1.5m의 하얀 천 위로 커다란 붓이 지나갑니다.

하늘, 땅, 사람, 대한민국 헌법.

오늘 광화문 광장에 펼쳐질 흰 천에는 이 글자들 대신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예정입니다.

대표적인 민중 미술가 임옥상 씨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때 벌였던 '천 퍼포먼스'를 새롭게 진행합니다.

그때보다 천의 길이는 5배나 늘었고, 길이 1.3m의 대형 붓으로 직접 글씨를 씁니다.

땅에 떨어진 국격, 믿기 힘든 현실에 상처 입은 국민적 분노를 예술가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로하기 위해 생각한 일입니다.

[임옥상 / 화가 :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의 함성을 열심히 듣고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이런 생각에 결론에 이르면서…. 흰 천을 펼쳐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멋있는 그림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임옥상 씨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대한문까지, 발 디딜 틈 없는 사람들 사이로 둘둘 만 대형 광목천을 천천히 펼치며 걸어갈 겁니다.

그리고 발언 하나하나를 적은 뒤 긴 천을 함께 펼쳐 들며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도움 없이는 어려울 일이지만, 함께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임옥상 / 화가 : 시민들이 들어주고 저는 써나가고 그러다 보면 한 30∼40m쯤 되면 저하고 관계없이 움직여도 문제가 없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면 시민들이 그걸로 놀이를 시작할 겁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로 무기체에서 유기체가 될 거라고 저는 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포함된 임옥상 씨는 예술가에게 작품 활동은 작업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또 다른 집회 문화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YTN 박신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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