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가야금 매니저' 자처하고 나선 쌍둥이 가수 '가야랑'

[★톡] '가야금 매니저' 자처하고 나선 쌍둥이 가수 '가야랑'

2016.06.25.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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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가야금 매니저' 자처하고 나선 쌍둥이 가수 '가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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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가야금 케이스를 들고 방송국을 찾은 두 쌍둥이 자매.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터뷰 말미 직접 보여주겠다며 가야금을 연주하는 언니와 옆에서 곡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동생의 모습 역시 이색적이었다.

눈으로 한 번, 귀로 또 한번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야금 가수 '가야랑(언니 이예랑, 동생 이사랑)'을 최근 YTN 사옥에서 만났다. 가야랑은 지난 2008년 데뷔한 대한민국 1호 가야금 가수이자 쌍둥이 가수다.

그룹 활동과 동시에 박사 과정을 밟으며 부지런히 달려왔고, 특히 이예랑은 최근 여덟 번째 가야금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사 과정 수료와 더불어 가야랑의 2막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톡] '가야금 매니저' 자처하고 나선 쌍둥이 가수 '가야랑'

◆ 이예랑의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 생생한 기억

지난 18일 열린 이예랑의 독주회는 박사과정 마지막 독주회였다. 의미 있는 자리인 만큼 전석 초대로 진행됐고, 이날 이예랑은 5곡을 연주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곡으로 그는 다섯 번째로 연주한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를 꼽았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애착이 가는 곡을 꼽으라고 한다면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에요. 대통령상을 수상할 때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고, 제 트레이드마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이예랑)

"이번 독주회는 언니의 여정이 담겼어요. 7회까지 연주곡들 중 베스트 컬렉션이었거든요. 사회를 제가 봤는데, 사회를 보면 공연을 못 보니까 안 하겠다고 했을 정도에요. 연주를 듣고 객석에서 우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사랑)

그도 그럴 것이 이예랑은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자다. 만 24세때 제15회 김해가야금대회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다. 옥계 변영숙 여사의 딸로 태어나 국악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국악계를 뒤집어놓은 전례 없는 기록이었다.

"본선에서 순번표가 가야금 줄 사이에 꼈는데, 연주를 멈추면 실격이라 15분을 엎드려 연주했어요. 그렇게 올라간 결승인데 나이가 어려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최선만 다하자고 했는데 수상이라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이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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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대중화 위해 발벗고 나선 엄친딸 자매

두 자매는 엄친딸의 정석이다. 한예종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졸업한 이예랑은 가야금 연주자로 국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사랑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야금 대중화를 위해 가수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강의했을 때 다들 처음에는 가야금을 어렵게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좋게 받아들이는 걸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분명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다녀야겠단 생각을 했어요."(이예랑)

"언니의 연주를 듣고 사람들은 나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감탄을 해요. 하지만 언니는 가야금을 대중적으로 퍼트리고 싶어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눈과 귀를 가진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사랑)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트로트계의 박진영' 정의송 작곡가가 두 자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가수 제안에 주저했던 이예랑과 달리 이사랑은 적극적으로 언니를 설득했다. 가야금 대중화를 위해 트로트와의 만남이 적격이라 생각한 것.

"원래부터 트로트를 좋아했어요. 트로트 가사는 솔직하고, 인생이 담겨있잖아요. 언니는 첫 미팅에 나오지 않았지만, 후에 정말 유명한 작곡가 선생님인 걸 알고 사과하러 갔다가 앨범 제작까지 하게 됐어요." (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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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사 사기로 좌절했지만…방송으로 재도약

히트 작곡가의 곡으로 초고속 데뷔를 했지만, 가수의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말로만 듣던 기획사 사기를 당한 것.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들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의도치 않게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여기까지 하자 했는데 방송국에서 섭외가 들어왔어요. SBS '스타킹' 작가가 스타들에게 가야금을 가르쳐주는 콘셉트로 섭외를 했죠. 처음엔 거절했지만, 가야금의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죠."(이예랑)

이날 방송은 가야랑에게 큰 기회가 됐다. 동방신기, 샤이니, 씨엔블루 등 아이돌 그룹에게 가야금을 가르쳐 시청률 포텐을 터트린 것. 가야랑 활동 의지를 또 한 번 다지게 된 계기가 됐고, 타 방송 출연 섭외도 줄줄이 이어졌다.

"당시 스타킹 MC였던 이특 씨가 쉬는 시간에 와서 '가야금 한 번 해봐도 돼요?'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돌 가수들까지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교류를 통해서 직접 건네는 작업도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이예랑)

"이후에 스타킹 특집 방송을 6번 더 나갔어요. 다른 방송과 공연 섭외가 들어왔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가, 대중들이 불러주셔서 다시 앞에 서게 된 거라 생각했어요. 기획사도 없었지만, 관객들이 힘이 됐죠." (이사랑)

[★톡] '가야금 매니저' 자처하고 나선 쌍둥이 가수 '가야랑'

◆ 가야랑은 '가야금의 매니저'

박사과정을 나란히 마친 두 자매는 가야랑으로서 활동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달 말까지 빠듯하게 잡혀있는 공연 스케줄을 마치고, 새 앨범 계획을 논의할 전망. 마음가짐은 더 단단해졌고, 활동 목표는 더 구체적이 됐다.

"가야랑은 가야금의 매니저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가야금을 홍보하니까요. 매니저는 사실 드러나지 않지만, 저희는 지금 너무 즐거워요. 물론 가야금이라는 작품을 알려드리는 게 제 숙제라고도 생각하고요." (이예랑)

그렇다면 이들이 이토록 강조하는 가야금의 매력은 뭘까?

"가야금 위는 정말 다양한 판이에요. 어느 날은 구름도 됐다가 바다 위도 됐다가 하죠. 12개월과 사계절이 있고, 인생의 다양함이 있어요. 가야금은 정말 신비한 악기이고, 저도 더 알아가야 할 게 많아요." (이예랑)

가야랑을 통해 가야금을 이해하고 찾게 된 사람들은 이들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우울증을 앓던 분들도 서툴게 타는 스스로의 가야금 소리가 우울증 약보다 낫대요. 더듬더듬 타는 자신의 가야금 소리가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고, 그 누구도 해주지 못 했던 위로를 받는다고요." (이사랑)

YTN Star 강내리 기자 (nrk@ytnplus.co.kr)
[사진 = 김수민 기자(k.sumi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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