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한강'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겐 '한강'만 있는 게 아니다

2016.05.27.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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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 소설가

[앵커]
우리에게 한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지도나 팬이나 또 해외에서의 주목도나 한강 못지 않은 어쩌면 좀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소설가 많은 팬들이 있는 작가 정유정 씨를 오늘 저희가 초대했습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앵커]
악수 한 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영광입니다. 한국의 스티븐 킹 마음에 드셨습니까?

[인터뷰]
아... 저는 좋지만 스티븐 킹 팬들은 저한테 돌 던질 것 같아요.

[앵커]
저는 사실 스티븐 킹 작품도 읽어봤고 정유정 씨 작품도 읽어봤지만 저는 손색이 없는 명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터뷰]
저는 스티븐 킹을 제 문학적 스승으로 생각하고 발끝에도 못 미치는...

[앵커]
겸손의 자세가 아름답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앵커]
인간적인 질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한강 씨가 맨부커상 받은 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인터뷰]
일단 자랑스러웠어요, 저는요. 같은 작가이고 또 박수를 쳐주고 싶었고요. 일단 뒤에 번역돼서 나가는 사람들한테 어떤 문을 열어준 셈이거든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있었죠. 그리고 동료 작가로서는 경외의 박수, 아무도 못한 일을 했다. 그런 생각이었어요.

[앵커]
부러움이나 좀 경쟁의 라이벌의식은 전혀 안 느끼셨습니까?

[인터뷰]
저보다 등단이 굉장히 10년 정도 더 많아요. 그런 걸 느낄 만한 상대가 아니고 저하고는 거리가 굉장히 멀리 있는 분입니다.

[앵커]
작가로는 선배군요?

[인터뷰]
한참 선배이시고 문학적으로도.

[앵커]
연배로는 그 아래고요?

[인터뷰]
좀 아래고요.

[앵커]
한강, 또 다른 질문인데요. 한강이 정유정보다 나은 점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시고 작가 정유정이 나은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일단 한강 작가의 문장은 굉장히 시적이에요. 아름답고 탐미적이고. 그러면서 그 아름다운 문장으로 덤덤하게 인간의 폭력적인 부분들, 가슴 아픈 부분들, 고통스러운 부분을 얘기하거든요.

저는 일단 문체의 아름다움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고요. 한강 작가보다 제가 나은 거는 제가 더 키가 큽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덩치도 더 크고. 힘이 더 셀 것 같습니다.

[앵커]
잘 아시는 사이인가요, 그냥 만나서 인사하시는 사이 정도이신가요?

[인터뷰]
파리 도서전에 갔을 때 처음 뵙어요.

[앵커]
이번에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셨습니까?

[인터뷰]
전화번호를 몰라요.

[앵커]
이 자리에서 축하한다고 말씀하신 걸로.

[인터뷰]
축하드립니다.

[앵커]
독일에서 정 작가님의 7년의 밤이 아주 주목받고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현지 추리 소설 중에서 톱 몇 위 안에 들어갔고요?

[인터뷰]
네. 올해 톱10, 범죄소설, 추리소설이 아니고 범죄소설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독일어로 번역을 한 거죠?

[인터뷰]
네, 독일어로 번역이 됐죠.

[앵커]
그것도 번역이 잘 됐습니까?

[인터뷰]
저는 독일어를 모르기 때문에 잘됐는지는 모르겠는데 현지분의 말씀으로는 굉장히 번역이 잘됐다고 합니다.

[앵커]
이번에 오래간만에 내놓으신 신작이 종의 기원인데요.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청년의 얘기를 1인칭 화자 입장에서 얘기한 소설이라면서요?

[인터뷰]
네.

[앵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셨습니까?

[인터뷰]
작가마다 다 자기 인생의 테마가 있거든요. 찰스 디킨스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나 아버지. 스티븐 킹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공포. 저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본성 중에서 우리가 어두운 숲이라고 일컫는 부분들. 분노, 증오, 질투, 시기, 이런 것들이 있는 그런 부분을 저의 소설 테마로 삼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악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악이라는 이런 부분이 우리 삶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주목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7년의 밤에서나 28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요 인물로서 등장을 하거든요.

주요 인물로 등장을 시켜서 이들을, 악인들을 활동을 시켜보니까 제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그리게 되는 거예요. 내면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욕망을 느꼈어요.

갈증 같은 이런 악인의 내면은 어떻게 생겼길래 저 사람은 이런 행동을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나. 이런 내면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게 주체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이 안으로 들어가서 이 사람의 내면을 안으로부터 뒤집어서 보여주려면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소설을 써봐야 되겠다.

또 문학적인 야심. 그러니까 이 사이코패스나 악당이라고 부르는 아주 별종들, 우리가. 이런 사람들의 내면을 제대로 깊숙이 조명한 소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저로서는 어떤 도전 과제이기도 했어요.

[앵커]
그러니까 정유정이라는 사람이 아주 극악한 사람 그 자체가 된 것이군요.

[인터뷰]
네.

[앵커]
그래서 깊이 탐구를 해 보시니까 어떻던가요. 왜 이 사람이 이렇게 악인이 됐을까에 대해서 결론을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인터뷰]
이렇게 말씀드리면 무책임하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문학이라는 것은 이게 어떻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그것은 사실 문학이 아니고 선전물, 프로파간다라고 저는 생각해요.

안에 들어가서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러이러한 생각 때문에 이러이러한 행동을 했다라고 보여주고 그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저는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를 던지는 것이죠. 주위를 환기시키고 각성시키는.

[앵커]
그런데 그 사람 자체가 돼 보면 나의 악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했고 온 것인지. 이 책의 제목이 종의 기원인데 악의 기원은 어디인가를 본인 스스로 생각하셨을 것 아닙니까?

[인터뷰]
악의 기원이 어디인가라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저는 인간 본성에 악과 선이 다 있다고 생각해요. 이 존재하고 있는 악이 어떤 일을 계기로 점화가 되고 또 이것이 발화가 되고 그래서 이 세상으로 튀어나오면서 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느냐, 그 문제를 조명한 거거든요.

그래서 그걸 하려면 악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로부터 저희가 도덕 교육도 받고 윤리 교육도 받고 사회 규범이 어떤 것이라고 학습을 받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견고해요. 그리고 인간의 자아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튼튼하더라고요. 잘 안 깨져요. 그걸 깨야만이 나쁜 악인의 눈으로 볼 수가 있는데 그게 잘 안 깨져서 애를 먹었고요.

그걸 깨면서부터 이러한 생각을 한 거죠. 어떤 사물을 판단할 때, 선택을 할 때, 이게 옳으냐, 그르냐. 정답이냐, 오답이냐, 이렇게 판단을 하지 않고 이게 이 문제를 이걸로 해결할 수 있느냐, 실용성을 중심으로 삼게 되더라는 거죠.

그래서 어떤 판단을 할 때 가령 친구를 배신하는 일이 나한테 이득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 이걸로 판단을 하게 되지 이게 도덕에서 어긋나는 것이니까 나는 친구를 배신하면 친구가 나를 미워할 거니까. 이런 감정이나 도덕적 기준이 들어가지 않더라는 거죠.

[앵커]
요즘 흉악범죄가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정신질환이라고 하고요, 그렇게 결론이 내려졌고. 그러니까 그 관점에서 보시면 아, 그 사람들을 이해, 이해라는 것이 그럴 수 있겠다라고 인정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 이 사람의 사고 구조가, 머리 속 구조가 이렇게 돼서 이렇게 했겠구나라고 하면서 좀 보이시는 면이 있겠군요?

[인터뷰]
네. 그런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소설을 썼고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그걸 보려고 했고.

[앵커]
그러니까 인간의 악의 기원이 굳이 분류하자면 유전적인 태생에서부터 나오는 게 크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그 후에 후천적으로 오는 게 더 크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인터뷰]
사실 그게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고 의견이 아직 일치가 안 돼 있어요. 우리가 심리학, 정신학 이런 학계에서는 인간은 백지로 태어난 아기들을 학습시키고 교육을 시킴으로써 어떤 그림이 완성돼 가고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그런 인간상이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또 진화심리학 쪽에서는 인간이 진화를 하면서 선과 악이 공진화했다는 거죠. 한꺼번에 살기 위해서.

인간이 성악설이냐, 성선설이냐가 아니고 인간은 살기 위해서 태어난 유전자 기계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게 선과 악이 공진화하게 되고 그 선과 악이 공진화하는 가운데서 살아남은 우리 조상들, 그 후예들이 우리이고 그러니까 당연히 우리 유전자에는 그런 악의 유전자가 있고 또 그들 중에는 악의 유전자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 있다는 거죠. 그 2개가 아직 결론이 날 수가 없는 게 사실은 이런 점이 있어요.


악인이 타고 난다고 결정이 돼 버리면 새로운 유전학이거든요. 태어나기도 전에 낙인을 찍는 거잖아요. 유전자 검사를 해서 이 사람이 A라는 유전자가 있으면 악인이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고 했을 때 유전자검사를 해서 그게 나오면 태어나거나 자기 인생을 살아보기도 전에 자기는 악인이 되는 거거든요. 이런 굉장한 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앵커]
정 작가님은 이 소설을 통해서 이걸 보여주는 것까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다라고 하셨는데 저희는 사실 해법을 찾고 싶거든요. 뉴스를 하는 사람들은. 28, 이 책에도 기자들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진실을 위해서 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건 표피적인 진실밖에 안 됐었고. 그런데 해법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그러면 악을 사회적인 악들을 막는 방법이 뭘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조금 그래도 단서를 찾은 게 있으면 공유를 해 주시죠.

[인터뷰]
저는 사실 소설이 어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은 변화의 징후 혹은 어떤 불길한 사회적 징후. 이런 것들을 드러내서 주위를 환기를 시키는 거죠. 그러면 사회적, 심리학적, 정치학적, 철학적. 이 모든 관심들이 몰릴 수 있거든요.

그걸 위해서 깃발을 든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런 신중한 접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요.

[앵커]
여러 깃발만 드셨군요.

[인터뷰]
깃발을 드는 것도 어렵습니다.

[앵커]
어렵죠. 궁금했었는데 도대체 얼마 동안 이걸 공부를 하시고 취재를 하시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 걸까, 한 장면, 한 장면이 정말 오랫동안 공부하고 취재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는 것인데. 이번 작품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만 얼마나 준비를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인터뷰]
보통 저는 소설을 쓰면 한 6개월 정도 자료조사를 하고요. 공부하고 자료조사하고 나가서 취재하고.

[앵커]
사람들 만나서 듣고?

[인터뷰]
그리고 또 소설을 쓰는 와중에 중간중간에 필요하면 나가서 또 취재하고.

[앵커]
잘 협조를 해 줍니까, 소설 쓴다고 하면?

[인터뷰]
협조를 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요. 아닌 분들도 계시고, 좀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앵커]
저희 기자들도 똑같은 난관에 봉착하거든요, 취재가 잘 안 될 때. 그러면 어떻게 하십니까?

[인터뷰]
포기할 때도 많이 있고요. 어떻게 가서 미모로 밀어붙여보려고 그래도 미모가 안 돼 가지고 그건 안 되고, 설득하기도 하고요. 그게 안 되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죠, 억지로는 안 되는 거니까. [앵커] 아까는 미모에 상당한 자신감, 한강보다 좀 낫다.

[인터뷰]
아니, 키가 크고 체격이 크다, 힘이 세다.

[앵커]
미인이십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안목이 높으십니다.

[앵커]
악에 대해서 깊숙이 탐구를 하신다고 하는데 사실은 악을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안에는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람 간에 깊은 사랑, 증오를 뛰어넘는 사랑, 그런 걸 얘기하시는 게 아닌가.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인터뷰]
결국에는 중요한 것이 사랑이죠. 제가 책에도 그런 말을 썼는데 어쩌면 신이 추구한 것이 사랑이 아닐지, 신이 추구하는 게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을 썼었거든요.

사랑을 추구했다면 이 생태계를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로 만들지 않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관계로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이 주인공의 입을 빌어서 그런 말을 하는데요. 사랑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서로 사랑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런 역발상을 해 봤어요, 저는요.

사랑은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죠. 그리고 우리가 많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그런 가장 큰 무기임에 틀림이 없고. 또 그것이 인간의 품위를 지켜주는 그런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설, 아무리 이러한 소설을 쓰지만, 잔인한 소설을 쓰지만,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생각해요. 그게 저는 인간의 품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앵커]
요즘에 곡성이라는 영화가 화제지 않습니까? 논란도 많고요. 혹시 보셨습니까?

[인터뷰]
제가 영화를 잘 안 봐요.

[앵커]
그렇군요. 약간 저는 그런 비슷한, 아주 극단까지 현실을 묘사하는 악의 측면에서. 그러나 또 거기에 사랑이 발견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여쭤봤는데 나중에 한번 보시면.

[인터뷰]
꼭 보겠습니다.

[앵커]
작품 쓰실 때 남편께서 도움을 주십니까?

[인터뷰]
네, 많이 도와주죠.

[앵커]
어떤 도움을 주십니까?

[인터뷰]
외적인 면에서 많이 도와줘요. 시장도 봐주고 청소도 해 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앵커]
후기 쓰신 걸 보니까 어깨도 주물러주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인터뷰]
네, 별로 안 반가워요. 너무 세게 두들겨 가지고 때리는 것인지. 두들기는 것인지. 참 모르겠어요.

[앵커]
혹시 이 자리에서 누구 한 사람한테 감사의 말이라든가 꼭 하고 싶은 말이라든가 기회가 있다면 그분이어도 좋고 다른 분이어도 좋고 한번 하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저는 제 후배인 지영이한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번 소설을 쓰는데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이 무너졌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전화해서 격려해 주고 할 수 있다고 해 줬던 것에 대해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후배 지영 씨.

[인터뷰]
네.

[앵커]
남편께서 서운해하시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괜찮아요.

[앵커]
가족이 굉장히 중요하죠. 말씀하신 악과 사랑 이런 것들이라도 가족이 해체되고 붕괴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부분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인터뷰]
네, 관심 있습니다. 관심이 있고 그런 것들을 쭉 소설에다 투영을 해 왔어요. 가족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어떤 식으로 또 가족의 사랑이 파괴되고 믿음이 파괴되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가 등단작부터 쭉 이야기를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비극들이 있지 않습니까? 참사들. 큰 사고들도 있고요. 그런 것들을 보시면 정유정 작가의 시선으로 보시면 어떤 게 제일 먼저, 예컨대 구조적인 것이 더 문제라고 보시는지 아니면 말씀을 하신 인간 본연의 악 같은 것, 그런 것이 더 문제라고 보시는지, 어떻습니까?

[인터뷰]
같이 맞물려 있다고 저는 보죠. 같이 맞물려 있다고 보고요. 여러 각도에서 한꺼번에 봐야지 한 가지가 원인이다, 그 부분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앵커]
다음 작품은 벌써 구상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작품이 될까요?

[인터뷰]
다음 작품은 제 생각에는 재난 스릴러가 될 것 같아요. 28 같은 경우에도 재난스릴러죠, 전염병. 이건 자연재해에 가까운 인재이기는 하지만 거의 자연재해인데 이번에는 완전한 인재에 의한 재난스릴러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조금 전 이야기를 한 참사 그런 것과 연관이 돼 있는 거군요.

[인터뷰]
사회 구조적인, 그것도 사회구조적인 악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바탕으로 생각은 하고 있는데 잘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작가 정유정은 천재입니까? 저는 천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보면서.

[인터뷰]
아닙니다.

[앵커]
재능이 굉장히 뛰어난 것은 맞죠?

[인터뷰]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들은 노력으로 극복하고 있고요. 일단 소설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재능은 있어야 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일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능을 다 타고 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누가 얼마만큼 연습하고 갈고 닦느냐. 그리고 끈기를 가지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앵커]
요즘 사실 스토리 시대라서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스토리를 잘 만들어내는 게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잘 갈고 닦아내는 그런 팁이랄까요, 비결이랄까, 그런 게 있으면 조금 마지막으로 한말씀 조언을 해 주시죠.

[인터뷰]
글쎄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비밀이군요?

[인터뷰]
영업 상의 비일입니다. 잘 모르겠는데 어떤 문제를 생각할 때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을까, 이런 것들을 상상해 보시면 새로운 이야기도 나오고 새로운 시각도 생겨난다고 저는 생각해요.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종의 기원 잘 읽어보도록 하겠고요. 그다음에 나올 작품도 기대하도록 하겠고 국제수상도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
네, 고맙습니다.

[앵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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