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문화 트렌드... '복고' '스낵컬처' 열풍 이어갈까?

2016년 문화 트렌드... '복고' '스낵컬처' 열풍 이어갈까?

2016.01.05. 오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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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문화 트렌드... '복고' '스낵컬처' 열풍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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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 2016년 문화 트렌드... '복고' '스낵컬처' 열풍 이어갈까?-정덕현 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1/05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덕현 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덕현: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영일: 오늘 2016년 첫 방송이니까요. 올해는 어떤 문화 트렌드가 흐름을 이어갈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 열풍이 상당했는데요. 올해도 그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던데요?

◆정덕현: 복고는 잘 아시다시피 경제 불황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과거를 돌아본다는 건 현재가 어렵다는 얘기죠. 그게 아니라면 왜 돌아보겠어요. 한때는 그저 지나가는 유행으로 생각했던 복고가 지금 몇 년 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얘기는 지금 우리가 꽤 오랜 장기 불황 속에 있다는 걸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이 올해라고 해서 바뀔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올해도 역시 복고 트렌드는 그 형태를 조금 바꿔서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영일: 디지털 시대가 발전하는 한 아날로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뭐든 빠르기만한 현재에 대한 반대급부일까요?

◆정덕현: 그렇죠. 복고의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 속도거든요. 복고가 유행처럼 돌아오는 건 그 시점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픈 욕망이 생기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90년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디지털 시대는 그 변화 속도를 몇 배나 빠르게 했고 나아가 아날로그라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편해 놓았죠. 그러니 지금의 디지털이 가진 차가움은 과거 아날로그의 따뜻했던 시절을 더 그리워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런 드라마가 이토록 신드롬을 일으키는 건 그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삶이 주는 훈훈함이 지금의 디지털 세대에게까지 어떤 감흥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최영일: 저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출퇴근할 때나 거리를 이동할 때.. 쉬는 시간까지..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많이 보게 되잖아요. 이렇게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을 스낵컬처라고 하죠?

◆정덕현: 아까 속도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그게 다 시간과 관련된 것들이죠. 스낵컬처는 이제 문화를 즐기는 일까지 속도가 침투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일인데요. 모바일을 통한 문화소비는 다른 매체에 의한 것보다 훨씬 더 속도를 추구하죠. 그래서 전편을 다 보는 것이 아니라 짤방을 보고, 기사를 읽어도 다 읽기보다는 제목만 눈팅하는 경우도 많죠. 이런 것들이 아예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나오게 되는 거죠. 요즘은 책도 거의 스낵컬처화하고 있는데요, 과거처럼 글자가 빽빽한 책들은 아예 팔리지가 않죠. 그래서 화보가 가득 채워지거나 단문들로 이뤄진 책들이 서점가에 점점 깔리고 있습니다.

◇최영일: 작년에 웹예능 '신서유기'가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제는 방송도 이런 식으로 형태를 바꾸게 될까요?

◆정덕현: 아무래도 방송은 미디어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미 디지털 시대를 거쳐 모바일 시대가 열린 이상 기존의 방송 환경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죠. ‘신서유기’를 보면서 놀란 것이 과거 지상파였다면 시도되지도 못했을 상품 이름이 과자 이름 맞히기 같은 게임으로 오히려 드러내놓고 버젓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죠. 결국 이 이야기는 단지 콘텐츠가 지상파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내용까지 바뀌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일입니다. 결국 지금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의 이행이 점점 가속화되면 방송은 어떤 식으로든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그 변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최영일: 그래도 문화를 이렇게 과자처럼 즐기는 건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이렇게 짧은 웹툰이나 웹소설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책을 읽는 것이 어색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정덕현: 그렇죠. 아날로그의 문화들, 이를테면 문학이라던가 하는 그런 것들이 가진 가치가 분명하거든요. 사실 책이라고 하면 그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문학작품은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일종의 공감능력을 연습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글을 통해 그 감각들을 공유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문학작품은 이해하기가 어렵죠. 그러니 이러한 체험들이 사라지게 되면 그만큼 우리의 감수성이 약화될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데요,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거기에 맞는 새로운 감수성들이 생겨날 거라고 믿는 거죠. 기존의 책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겠지만 결국 세상은 그렇게 변화해가는 거죠.

◇최영일: 하지만 스낵컬처는 올 한 해도 큰 인기를 얻을 것 같죠?

◆정덕현: 그럼요. 결국 시간을 낼 수 없는 우리들에게 스낵컬처는 그나마 문화를 엿보는 작은 기회일 수 있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문화를 경험하는 많은 시간들을 갖기를 바랍니다. 흔히들 바쁜 현대인들이라고 하면서 시간이 결국 외적인 요인들 때문에 없다고 핑계를 대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죠. 브리짓 슐트는 라는 책에서 디지털 디바이스 덕분에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절약 도구들일 갖게 됐지만 더 많은 역할 수행을 요구받으며 쫓기는 삶을 산다고 말하기도 했죠. 디지털 디바이스가 속도를 높여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의 시간적 여유를 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가끔은 꺼두시는 게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영일: 아이와 동물, 미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망하지 않는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는데요. 최근에 이른바 동물 예능이 다시 방송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육아 예능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정덕현: 글쎄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예능에서 가장 요구되는 건 ‘새로움’이거든요. 아이, 동물, 미인. 이 아이템들은 말씀하신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그 생각 때문에 너무 많이 방송소재가 되어 왔죠. 그래서 그 식상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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