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세대 20대가 겪는 결정 장애!

'답정너' 세대 20대가 겪는 결정 장애!

2015.07.31. 오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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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 세대 20대가 겪는 결정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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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홍대] '답정너' 세대 20대가 겪는 결정 장애!-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7/31 (금)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뭐 먹을래? 라고 물어볼 때 "아무거나" 혹은 "몰라"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 종종 있는데요. 이와 같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갈팡질팡 하는 경우를 두고 결정 장애라는 말을 쓴다고 합니다. 특히 20대들에게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오늘 라디오 홍대시간에는 결정 장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스튜디오에 직접 대학내일 20대연구서 임희수 연구원이 출연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하 임희수):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선택장애라는 용어가 20대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 되는데요. 부정적인 어감이 있어요? 어떤 뜻인가요?

◆임희수: 네. 선택장애 또는 결정 장애는 햄릿증후군이라고도 부르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상황은 있겠지만 아주 사소한 일부터 매번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이 표현은 아무래도 ‘장애’라는 표현 때문에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최영일: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그만큼 20대들이 선택장애를 많이 겪는다는 건가요?

◆임희수: 네. 20대의 특징이라고 할 만큼 요즘 20대는 이러한 결정 장애를 많이 겪고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대학생의 10명 중 4명(36.5%)이 ‘선택장애’라는 단어를 일상 속에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절반에 가까운 44.6%가 선택장애라는 용어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최영일: 그렇다면 20대가 일상에서 결정하기 가장 힘든 즉 ‘결정 장애’를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임희수: 저희도 이번 조사를 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는데요. 최영일 선생님은 어떤 순간에 결정 장애를 느끼시나요? 저희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51.4%가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가장 선택이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다른 응답으로는 ‘의류를 구입할 때(18.9%)’, ‘중요한 날 아침 옷을 고를 때(16.1%)’,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고를 때(5.3%)' 등이 있었습니다.

◇최영일: 결정 장애를 느끼는 그 원인은 뭔가요?

◆임희수: 결정 장애를 느끼는 첫 번째 원인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풍요로운 경제와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접근이 용이해짐). 두 번째는 사회 안에 정답이나 기준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졌다는 것(개인의 기호와 개인주의에 대한 가치가 심화). 즉 결정의 근거가 미약해졌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러한 사회 배경 속에서 지금 20대의 특징들(선택경제의 효용성을 추구/ 자신의 선택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함)이 만나서 이들은 식당이나 옷장 앞에서 결정 장애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최영일: 그렇다면 20대들은 스스로 선택을 하지 않고 어떻게 결정을 하는 건가요?

◆임희수: 저희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45.6%)이 선택 고민과정에서 타인에게 의견을 얻고 있었고, 주변에 의견을 구하는 비율은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높았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로 선택을 할 때는 타인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스스로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즉, 선택 과정에서는 주변의 의견을 구하지만, 실제 결정은 주변의 조언보다는 결국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영일: 그래서 요즘 보면 답정너 이런 말도 나오는 거군요?

◆임희수: 맞습니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말만 해’라는 뜻의 줄임말인데요. 20대 친구들이 결국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을 자기가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20대가 SNS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면서도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는 또 예민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즉, 자신이 내리고픈 선택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속에 있지만, 그것을 자신이 결정했을 때 그 선택에 대한 주변의 평가와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롭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택과정에서 겪는 이중적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겠죠.

◇최영일: 연구원님도 결정 장애를 겪는 편이신가요?

◆임희수: 네. 사실 저도 결정 장애가 좀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점심 메뉴를 정할 때, 뭐를 먹어야 할지 몰라서 ‘아무거나’라고 답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결정 장애를 겪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소중한 저의 한 끼를 어떤 것으로 먹어야 실패하지 않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으려다 보니 결정 장애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최영일: 이런 고민들은 비단 20대들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 같거든요. 20들이 결정 장애를 겪는 현상을 다르게 해석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요?

◆임희수: 네. 저희가 지난 시간들을 통해서 이야기했던 20대의 여러 특징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결정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우선 지금 20대는 모든 선택에 있어서 경제적 효용성을 가장 높게 생각한다는 점. 따라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대한 경제성을 따지느라 오히려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증과 자기노출에 익숙하다보니 주변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항상 의식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선택을 미루거나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최영일: 결정 장애 세대라는 말도 있는데요. 20대에 해당되는 말이겠죠?

◆임희수: 지금 20대는 어느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라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용 창출이 최고의 가치인 경제 구조, 복지사회의 혜택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여기에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사회의 빠른 성장과 급변하는 과정을 목도하며 자라난 세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사회가 경제성장을 위해 감내한 가치관의 변화, 혼란, 불안정과 같은 감정들도 함께 내포하며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20대는 보고 따라할 기준이나 지침이 없습니다. 윗세대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지침은 너무 빠르게 변한 지금 사회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20대는 어떤 선택을 내릴 때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영일: 그래서 학점 컴플레인도 엄마가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임희수: 네. 주변에서도 종종 그러한 에피소드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데요. 대학에서 받은 학점이 부당하다고 엄마가 전화를 걸어 컴플레인을 하거나, 심지어는 회사에 결근하는 이유를 엄마가 직접 부장님에게 설명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저도 들어보았습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올리버 예게스가 쓴 <결정장애 세대>라는 책을 보면 독일의 젊은 세대는 탈권위적 교육을 받으며 자유롭게 자라난 세대이고, 부모와의 관계가 마치 파트너십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덜 자주적이고 부모에게 의존적인 것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영일: 오늘 라디오 홍대시간에는 20대 결정 장애를 알아보았는데요. 결정 장애 현상을 통해 20대를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요?

◆임희수: 네. 말씀해주신 것처럼 결정 장애는 비단 20대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20대가 필연적으로 결정 장애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사회 배경 속에서 자신의 불안함을 표출하고 싶지 않은 속사정이 있습니다. 점심 메뉴를 못 고르고, 옷장 앞에서 서성인다고 20대를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좀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거나, 몇 가지 보기를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만 20대가 묻기 전에 먼저 나서서 답을 내려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가는 당장 설명충이나 꼰대가 되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답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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