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남겨진 소년의 애틋한 뒷 이야기

'소나기'...남겨진 소년의 애틋한 뒷 이야기

2015.06.03.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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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루 입혀서 묻어달라구..."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으로 이끄는 황순원의 '소나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소년 등에 업힐 적 입었던 스웨터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난 소녀, 남겨진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요?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소나기'의 뒷이야기를 황순원의 제자, 경희대 출신 작가 다섯 사람이 썼습니다.

'소나기 이어쓰기'인데요.

구병모의 '헤살'에서 소년, 며칠을 징검다리 앞에서 뒤돌아서고 맙니다.

소녀를 업을 때 입었던 저고리를 가져와 개울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전상국의 '가을하다'에서 소년은 중2, 현수가 됐습니다.

소년의 가슴 속엔 죽은 소녀가 어린 그 나이로 머물며 말을 건넵니다.

그녀를 닮은 담임선생님을 떠올리는 소년에게 소녀, '왜 자꾸 선생님 생각만 해'라고 하네요.

서하진의 '다시 소나기'는 3년 뒤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밤이면 분홍 스웨터를 입은 채 잠들어 있는 소녀의 무덤가로 가는데요.

어느 밤 소녀와 너무나 닮은 다른 소녀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소나기가 툭 떨어집니다.

도시 공장으로 취직해 어른이 된 소년도 그려집니다.

이혜경은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 속에서 어른이 되고서도 소녀를 잊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그려냈고요.

박덕규의 '사람의 별'은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지구를 떠난 별나라 소녀의 독백으로 구성됐는데요.

소녀가 본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평생 가슴 한 켠에 머물며 우리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애잔함을 몰고 오기도 하는 첫사랑.

황순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자들이 쓴 '소나기' 속편은 대산문화 여름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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