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가족의 삶'·'살인 사건의 왜곡'

'살인자 가족의 삶'·'살인 사건의 왜곡'

2015.04.20. 오전 04: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연극 두 편이 화제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 가족의 삶, 그리고 살인 사건을 둘러싼 왜곡된 진실.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를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를 박소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대환이는 친구를 죽인 죄로 복역한 뒤 보호관찰을 받고 있습니다.

숨죽이고 살아가지만 대환이네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스무 살의 대환이가 살인을 저질렀던 열네 살의 자신을 마주하는 초현실적 장면은 극한의 심적 갈등을 드러냅니다.

[인터뷰:14살 대환 vs. 20살 대환, 연극 '소년B가 사는 집' 중]
"넌 사람을 죽였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엄마 아빠 얼굴을 쳐다보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잖아! 넌 사람을 죽였는데 말이야!"
"난 살인자야."

공감하기 쉽지 않은 가해자 가족의 불행을 동정하지도, 그렇다고 용서하지도 않고 그저 관조하는 무대.

어느새 객석은 조용한 흐느낌으로 가득찹니다.

[인터뷰:김수희, 연극 '소년B가 사는 집' 연출]
"면죄부를 이야기 하자거나 용서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낮에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산적이 무사의 아내를 겁탈한 뒤 무사는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고, 법정에 선 산적과 무사 부인, 무사의 영혼은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합니다.

[인터뷰:산적, 연극 '나생문' 중]
"그렇소. 내가 바로 그 남자를 죽였소."

[인터뷰:무사 부인, 연극 '나생문' 중]
"남편은 이미 죽어 있었고 가슴엔 칼이 꽂혀 있었어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각색한 연극 '나생문'입니다.

각자의 처지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인물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꼬집습니다.

[인터뷰:구태환, 연극 '나생문' 연출]
"이 작품에 매료됐던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고요."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두드러집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