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인문도시' 사업...예산은 25억

아무도 모르는 '인문도시' 사업...예산은 25억

2015.03.27. 오전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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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학'을 국민 가까이 두겠다는 말이 참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던 '인문학'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모순적인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YTN이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른바 '인문학 대중화' 사업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로 큰 돈 들여 시작한 '인문도시' 사업의 실상을 알아봤습니다.

김평정 기자입니다.

[기자]
조선 시대 궁궐을 주제로 한 강연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서울 종로구의 '인문도시' 사업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역 주민도 이 '사업을' 잘 모르고 강연이 열리는 대학의 학생조차 뭘 하는지 모릅니다.

[인터뷰:윤수인,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4학년]
"잘 못 들어본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홍보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친구들한테 이야기 들은 것도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홍보가 부족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놓고는 주로 퇴근 전 낮 시간에 인문학 강의를 했습니다.

지적이 나오자 이달부터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겼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여전히 교실은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내용은 더 빈약합니다.

[인터뷰: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
"지금은 마치 거품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유사한 것들을 다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삶의 간절한 대화가 아닌 일종의 여유로운 삶의 장식물처럼 이야기되는 것들이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화성을 주요 주제로 삼은 수원 등 다른 지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인문도시 사업이 지난해 17개 지역에서 시행됐는데 올해는 25곳으로 늘었습니다.

'인문도시'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명분도 있어 관심을 보였지만,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내용은 성에 안 차 외면을 받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김동훈,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교수]
"인문학 특유의 중요한 장점이 인격적인 교류를 하면서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것인데 (피상적인 강연으로는) 그런 점을 놓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사업이 포함된 전체 '인문학 대중화' 사업의 올해 예산 규모는 67억 원에 이릅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인문도시'의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인문학 대중화' 사업 전체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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