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차린 '제비다방'과 환생한 박수근

이상이 차린 '제비다방'과 환생한 박수근

2014.07.27. 오전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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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인 이상의 찻집, 화가 박수근의 작업실에서 노닐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습니다.

큐레이터가 아니라 작가들이 기획한 전시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황보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48년 노래 '럭키 서울'이 해방 후의 활기찬 거리로 맞이합니다.

시인 이상이 종로에 차린 '제비다방'에 들어가면 그의 연인 금홍과 차 한 잔 마시며 시 '거울'과 '날개'를 읊어볼 만합니다.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시대를 앞서 간 신여성으로서 맺힌 한을 애닮은 목소리로 풀어냅니다.

'빨래터'의 화가 박수근의 집이자 작업실에서는 가난과 고단함 속에 꽃피운 예술혼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작가가 산 삶과 시대를 체험하는 전시회입니다.

시간여행은 '예술은 사기'라고 규정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김중만의 수묵 같은 사진,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종교적 단상으로 이어집니다.

영어 알파벳을 한자 디자인처럼 구성한 중국 쉬빙의 작품은 상업 화랑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정유선, 페이지 갤러리 큐레이터]
"상업화랑보다는 미술관을 위주로 전시회를 많이 하는 분입니다. 이 분은 문제가 있는 곳에 예술이 있고 문제가 예술의 원천이 된다고 했거든요."

기계 팔다리가 작가 이형구를 달리는 말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과학의 도움과 한계가 이 퍼포먼스의 주제입니다.

그가 초대한 정지현 작가는 기다란 흑연 기둥을 공중에 띄어 놓았습니다.

리듬, 질서, 기호가 화두입니다.

지난 2001년부터 신예 작가 등용문이 된 '아트 스펙트럼' 전 출신 작가 7명과 이들이 추천한 신진 작가 7명이 합세해 꾸민 집단 전시회입니다.

[인터뷰:안소연, 삼성미술관 플라토 부관장]
"전시기획을 할 때 항상 대상이자 타자인 작가로 하여금 전시기획 주체의 자리에 설 수 있게끔 해서 그들의 시각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작가들이 주도하고 큐레이터는 뒷전에서 돕는 새로운 전시모델로서도 미술계의 큰 관심을 끄는 전시회입니다.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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