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로 빚고 '칼'로 수놓고

'울'로 빚고 '칼'로 수놓고

2013.11.23. 오전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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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울로 빚어낸 설치작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섬뜩한 흉기 수백 자루로 꾸민 이란 작가의 전시회도 마련됐습니다.

화제의 전시회, 황보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울 모던' 전.

말 같은데 꼭 그렇게만 보이진 않습니다.

근육과 털 무늬, 짧은 다리가 독특합니다.

의자 모양의 등에 앉을 수 있고 배 밑엔 선반이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피부를 울, 즉 양털로 짜냈다는 사실.

이번에 작가로 나선 디자이너 오화진 씨는 더욱이 이 가상의 동물에 예측 불허의 운명을 부여했습니다.

이번 전시 후엔 수술을 거쳐 다른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오화진, 디자이너]
"열이나 수분에 의해서 줄어들기도 하고 만질 때 부드럽고 생각보다 신축성이 있어요, 조직에 따라서. 그래서 입체소조를 만드는 데 울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소파와 의자 등 가구도 표피를 양털로 씌웠습니다.

전시장엔 이밖에도 울로 빚은 여러 설치작품이 선보입니다.

울을 옷 소재뿐 아니라 미술의 재료 또는 오브제로 확장해보자는 제안을 담은 전시회입니다.

파하드 모시리 'MY FLOWER' 전.

언뜻 형형색색의 보석으로 수놓은 듯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면 섬뜩해집니다.

칼 수백 개가 꽂혀 있습니다.

다른 작품도 멀리서 보면 거친 붓질을 반복한 이미지를 띠지만 각도를 바꿔 살펴보면 역시 수많은 날이 서있습니다.

이란 작가 파하드 모시리의 작품입니다.

겉과 이면, 재료와 이미지의 충돌은 팝아트 같은 느낌의 자수 작품에서도 발견됩니다.

금지하고 억압하는 폐쇄적인 중동 국가의 단면을 담은 셈입니다.

'확장된 개념의 경이의 방'.

미술작가와 소설가 또는 인문학자가 함께 구성한 설치미술 공간입니다.

소설 속 구절이 투명한 관을 타고 번지는가 하면, 달걀 껍데기에 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다른 장르 사이의 협업, 융합을 통해 서로 새로운 세계로 끌어주는 시도입니다.

9명이 두세 명씩 팀을 이뤄 작업한 결과물은 관람객에게 전시회 제목처럼 경이로운 체험을 제공합니다.

YTN 황보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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