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만 한편으로 부담되는 '새학기'

설레지만 한편으로 부담되는 '새학기'

2018.03.05.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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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오늘은 봄을 앞당기는 단비가 전국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3월은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달이기도 하죠.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또 다른 문화에 적응해야 할 텐데요.

오늘 <생각 연구소>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새 학기가 시작되는 데요.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신입생을 받잖아요. 올해가 18학번….

[앵커]
에? 벌써 18학번이에요?

[앵커]
벌써 이렇게 됐는데, 이맘때 되면 교수님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어떠십니까?

[인터뷰]
굉장히 설레죠, 새로운 학생을 만나고 새로 시작하는 학기니까 좋은데, 동시에 학기 초에 바쁘잖아요. 부담도 좀 있고요.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저도 돌이켜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신이 나기도 하면서도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니까 부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지금 개강 앞둔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죠?

[인터뷰]
그럼요, 개강도 그렇고 초중고 같은 경우는 개학을 앞두고 있죠. 사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고 상황이 바뀌고 그러면 낯설잖아요. 그러면 다들 누구나 부담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 같은데요.

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개강을 앞둔 혹은 개학을 앞둔 초중고 학생 10명 중 6명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새 학기 증후군'이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리적인 것도 그렇지만 동시에 신체적으로도 상당히 영향을 받아요. 두통이 생기거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일종의 '개학병'인 거죠.

[앵커]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학교 가기 싫어서 괜히 배 아프다고 엄마에게 거짓말했던 기억도 나는데, 이게 비단 초·중학생, 어린 학생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대학생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요?

[인터뷰]
그렇죠. 그걸 우리가 '개학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지만, 대학생은 '개강 증후군'이라는 말을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 따라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어떤 사람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뭔가 초조하고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대개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이때가 되면 감기에 잘 걸린다고 합니다.

[앵커]
그래요? 면역력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건가요? 그럼 이런 '개강 증후군', '개학 증후군' 같은 건 어떤 심리적인 이유로 일어나는 건가요?

[인터뷰]
일종의 적응 장애라고 말하는 거고요. 뭔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부담되면서 여러 가지 심리적 또는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거를 말하는데요. 사람들이 적응을 새롭게 해야 할 때 가장 큰 증상 중 하나가 불안이에요.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이 불안한 거를 뭔가 잘 대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고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것이 심리적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이 방어기제가 미성숙할 경우, 예를 들어 현실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이 나타나게 되면 이런 게 신학기 증후군, 새 학기 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앵커]
학교 안 가겠다고 떼쓰고,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신학기 증후군, 개강 증후군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 준비하면 될까요?

[인터뷰]
지금 '무장' 말씀하셨지만, 일단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원래 적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충분히 불안할 수도 있고, 뭔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고요.

또 하나는 이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 스트레스 대처에는 수면만 한 게 없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고요. 가벼운 운동이라든지 규칙적인 스트레칭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될 수 있고요.

그리고 부모님들의 경우 개학을 앞둔 자녀가 있을 경우 이 자녀에게 성적이라든지 학업에 부담을 많이 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혹시 불안한 증상을 보이거나 복통을 보이거나 할 때 좀 더 이해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지금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사실 부모님들도 특히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녀가 멀리 떠날 때는 그렇게 헛헛해 하시고 심리적인 타격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터뷰]
그렇죠, 정말 아끼는 자녀가 멀리 떠나거나 하면 상실감을 많이 느끼게 되잖아요. 이런 걸 심리학에서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마치 내 새끼를 내보내서 둥지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거죠.

[앵커]
말만 들어도 정말 안타까워요.

[인터뷰]
상실감 외로움 같은 것이 동반되는 데요. 대체로 양육자 역할을 맡았던 중년 여성분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후군인데요. 결혼 생활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변화 자체를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고 하네요.

세계보건기구인 WHO가 빈둥지 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이 2020년에 이르면 인류를 괴롭힐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인터뷰]
그 정도로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WHO의 예측에도 등장하는 걸 보니 빈 둥지 증후군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치맛바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런 빈 둥지 증후군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는데요.

[인터뷰]
빈 둥지 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한데요. 한국은 정도가 조금 더 심할 수는 있습니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부모님과 자녀 간의 관계가 밀착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음, 너무 친해서요?

[인터뷰]
심지어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부모님이 "자식은 나의 분신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도 있고요. 부모와 자녀 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부모님들이 자식에 대해 헌신하는 게 하나의 한국 문화잖아요. 자녀 교육을 위해서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정말 교육에 헌신하는 분이 많잖아요. 헌신하다가 대상이 떠나버리게 되면 상실감이 크겠죠.

[앵커]
부모와 아이 모두 새 학기 시즌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 빈 둥지 증후군 말씀해주셨는데, 어떻게 극복하면 될까요?

[인터뷰]
그게 사실 쉽지는 않지만, 자녀들의 홀로서기에 대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원래 분리개별화가 이루어지게 되고, 자녀가 독립적으로 한 개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축원해주고 축복해주는 게 좋을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자식이 중간에 나갔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여가 생활이라든지 보람된 활동이 중요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자녀들도 자주 전화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간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어요.

[앵커]
보통 우리가 가풍이라고 하잖아요. 가정마다 개별적으로 어떤 가정은 자유롭게 방임하는 가정이 있을 거고, 이런 경우는 유독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도 있을 텐데 자녀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인터뷰]
당연히 영향을 주죠. 왜냐면 가풍이 굉장히 중요한데, 원래 따뜻하게 많이 정서적 교감이 잘 되는 가정일수록 자녀가 멀리 나가도 자립심을 훨씬 더 가질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조금 더 어느 정도에 건강한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겠죠.

[앵커]
'건강한 거리 두기'요? 새 학기 증후군, 빈 둥지 증후군까지 3월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증후군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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