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서 캐낸 '보물'…'항생 물질'

흙 속에서 캐낸 '보물'…'항생 물질'

2017.12.22. 오후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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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바이오 분야 핫이슈와 트렌드를 알아보는 '카페 B' 코너입니다.

사이언스 투데이 바이오 길라잡이, 이성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주말 발생한 이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이 오리무중인데요.

최근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죠.

[앵커]
사망한 신생아들에게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기 때문인데요. 이게 뭐죠?

[기자]
이 균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 가운데 하나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요.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항생제 내성이 잘 생기는 균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네, 정확한 사망 원인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세균 감염, 항생제, 내성, 이런 용어들이 언급됐는데요. 사실 세균과 인류의 전쟁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자]
네, 예전에는 작은 상처만 나도 세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죠.

인류와 세균과의 전쟁에서 기념비적인 발견이 있었는데요.

바로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입니다. 페니실린은 '페니실리움'이라는 곰팡이가 만드는 물질인데요.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에서, 이 곰팡이 주변에는 균이 없어진 것을 관찰하게 되고요. 플레밍은 곰팡이가 특수한 물질을 만들어 내 주변의 세균을 죽인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특수한 물질이 바로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인 거죠.

전문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손상근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 미생물이 만드는 많은 대사산물 가운데 자신이 생장에 필수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물질들이 많아요. 그 물질들은 미생물의 생장에 유익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일 많이 생각되는 경우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해서 자신은 그 자연환경에서 잘 살아가게끔 하는 겁니다. ]

[기자]
요약하자면, 미생물이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 그 물질이 바로 항생 물질이라는 겁니다.

[앵커]
페니실린의 경우에는 곰팡이에서 유래한 항생물질인데요. 사실 곰팡이뿐만 아니라 세균도 항생 물질의 소스죠?

[기자]
네, 방선균이란 세균이 있어요. 보통 흙에서 살며, 모양이 실과 비슷하다고 해서 방선균이라고 불리는데요.

항생제를 비롯해 인류가 사용하는 의약품의 약 60% 정도가 방선균에서 유래한 물질이라고 합니다. 흙 속 미생물이 항생·항암 물질의 보고인 셈이죠.

[앵커]
어떻게 보면, 인류가 토양 속 미생물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인데요. 몇 가지 소개 좀 해주시죠?

[기자]
네, '라파마이신'이라는 의약품이 있는데요.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의 토양에서 추출한 물질인데요.

라파는 이스터섬의 원주민어인 라파누이에서, 마이신은 이 물질은 만드는 세균인 스트렙토 마이세스에서 따온 말입니다.

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고요.

이 물질이 최근 동물실험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노화 억제 약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런가 하면 지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토양 속 미생물과 관련돼 있었죠?

[기자]
윌리엄 캠벨 드루 대학 교수와 오무라 사토시 일본 기타사토대 교수는 기생충 약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요.

이분들도 역시 약효가 있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균주를 흙에서 찾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균주를 골프장 토양에서 찾았다는 거에요.

[앵커]
하하, 믿기 어려운 얘긴데, 그랬군요.

최근 국내 연구진도 토양에서 새로운 항생 물질을 발견했죠?

[기자]
네, 연구진은 울릉도 토양에서 방선균 2종을 새롭게 발굴했는데요.

이들 균주는 모두 스트렙토마이세스에 속하는 미생물이고요. 이들 균으로부터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항생, 항암 물질 3종을 얻어낸 겁니다.

이들 물질은 울릉도의 지명을 따 각각 울릉가마이드, 울릉마이신, 울르고사이드로 명명했는데요. 앞으로 동물 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앵커]
항생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내성균인데요. 내성은 왜, 어떻게 생기는 건가요?

[기자]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를 투여해도 세균이 죽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세균 스스로가 항생제를 이겨낼 수 있도록 변이를 일으키는 겁니다.

사람들이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처음에는 세균이 죽거든요. 그런데 계속 그 항생제를 사용하다 보면, 항생제가 듣지 않은 변종 세균이 생기고요.

이들 세균은 그 항생제로는 더는 죽일 수 없겠죠. 그러면 항생제 내성균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오남용이 내성균을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항생제 내성균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생 물질 발견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항생 물질 발견,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항생제의 역사는 1928년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는데요. 당시에는 의학기술이 낙후돼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12년이 걸렸어요.

이후 무분별하게 사용돼, 사용 후 8년 정도 후부터 내성을 지진 세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이후 항생제 내성은 인류와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죠.

지금도 내성균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데요.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아직 인류가 발견할 수 있는 항생 물질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장재혁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흔히들 얘기하듯 천연물 약품을 개발할 때 식물이나 미생물 자원이 고갈됐다고 얘기 많이 합니다. 아직도 99%의 미생물은 미지의 상태로 잠들어 있다, 미생물 방선균 자체를 발굴하는 것도 선결해야 할 문제고요. 그것들을 찾아낸 후에 미생물 대사산물을 얻어낼 수 있는 양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자]
인류가 발견한 방선균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전체 방선균의 0.1%에 불과하거든요. 그만큼 내성균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가능성도 크다는 겁니다.

[앵커]
네, 희망적이네요. 이번 시간에는 항생물질과 항생물질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기대해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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