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흔들림에도 공포...지진트라우마 증상과 대처법

작은 흔들림에도 공포...지진트라우마 증상과 대처법

2017.11.16. 오후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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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정호 /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앵커]
지진이 발생하던 순간 앞서 저희들이 보도해 드렸던 한동대학교에서는 대피를 하던 중에 벽돌이 건물 옥상 위쯤에서 쏟아져 내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성아파트라는 곳, 앞서 이문석 기자가 전해 드렸는데요. 여기는 지금 아직도 아파트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다른 주민들은 그곳을 지나가지도 못합니다. 가재도구 챙기러만 잠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제 뒤에 큰 돌들 보이시죠.

이런 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목격하신 분들, 이런 분들은 얼마나 놀랄까요? 그런 상황에서 오늘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분간 땅을 보면, 건물만 보면 큰 공포감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진을 경험한 분들, 그분들께는 불안감이 남아 있고 스트레스가 남아 있고 트라우마가 남아 있습니다.

이 방송 보실 지진을 경험하신 분들을 위해서 전문가를 연결해서 어떻게 이런 걸 풀어나가야 될지 잠시 함께 고민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채정호 정신의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지진 순간에 포항에 계시던 분들은 지금도 많이 떨리시겠죠?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당연하죠. 이렇게 큰 충격을 겪고 나서는 불안과 공포가 계속 지속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러실 것 같습니다.

[앵커]
의학적으로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 공포와 트라우마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겁니까?

[인터뷰]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어떤 사건을 경험하신 분들, 그야말로 기본적인 안전 자체가 흔들렸을 때 겪는 그런 것들을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있어야 되고요. 보통 일반적으로 불안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트라우마를 겪고 난 다음에는 본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같은 것들이 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공포와 무력감이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이후에 나타났다고 하면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지진 때문에 발생하는 트라우마 증세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그야말로 트라우마가 있다면 몸과 마음에 여러 가지 변화들이 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히 마음에만 변화가 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신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먹고 마시고 하는 것 자체가 잘 안 돼서 음식 섭취를 잘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잠을 못 자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수면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도 많고 심지어 술이나 이런 데 너무 중독하고 탐닉되시는 분들도 있고요. 마음의 변화는 당연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런 것들이 있고요.

신경질도 많이 낸다든지 심지어 어떤 분들은 인지적인 변화가 와서 기억이 잘 안 된다든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는 것들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으셔서 상당히 다양한 어떤 분야에 모든 신체기능, 마음기능에 다 변화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혹시 이런 증세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나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사실 대부분의 분들, 90%의 분들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조금씩 회복이 되는 것들이 정상이십니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좀 남아서 어떤 경우에 외상후 스트레스라고 하는 정도로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모든 분들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상당히 그런 두려움이 오래 지속이 돼서 또 그 순간을 자꾸 되새긴다든지 깜짝깜짝 놀란다든지 이런 것들이 지속이 되는 분도 있기 때문에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안 나아지는 분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라는 것들을 우리가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 경우도 있겠군요. 비슷한 상황이 와도, 조금만 흔들리는 것만 느껴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거군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앵커]
트라우마를 대처를 하려면 어떤 적절한 대처법이 있겠습니까?

[인터뷰]
실제로 트라우마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화라는 기법입니다. 결국은 지진 같은 것은 내가 살고 있는 땅 자체가 흔들리고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고 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지금 내가 살아 남아 있고 안정적이다라는 경험을 자꾸 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안정을 자꾸 갖추게 하고 그다음에 현실로 자꾸 돌아오는 것들이 되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변분들하고 자꾸 대화를 하고 내가 이런 공포가 있다는 것을 자꾸 말씀을 나누시는 것들이, 그래서 내가 어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지금 정상적으로 안정된 곳에 있구나라는 것들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상당히 중요해서요.

현실감을 자꾸 되새기도록 하고 주변을 봐서 이게 현실이구나 하는 것들을 자꾸 깨우치고 되새기고 말씀을 나누는 그런 기법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런 질문은 좀 그런데요. 만약에 포항이나 경주 지역에 사시던 분들이 나는 너무 불안하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든가 거처를 옮긴다고 해서 쉽게 그런 기억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어떻습니까?

[인터뷰]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회피라는 어떤 방어기재라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그런 끔찍한 사건을 겪고 나면 그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이사를 간다든지, 사건이 났던 곳은 가지 않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회피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피한다는 것은 내가 그 두려움에 대해서 늘 그 두려움을 오히려 안고 가는 경우가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외상후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회피하는 것은 참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회피를 계속 반복하게 되면 그곳에서 어떤 내 두려움 같은 것들은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결국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다시 떠오르는 그런 공포라든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가 참 어려워집니다.

물론 너무 손해를 많이 봐서 건물이 무너져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 되는 경우도 있기는 있겠지만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것들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겨내는 것, 정신적인 공포를 이겨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공포,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 따뜻한 말 한마디, 위로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였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터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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