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청소년 폭력에 숨은 심리 '악의 평범성'

도 넘은 청소년 폭력에 숨은 심리 '악의 평범성'

2017.09.21.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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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최근 잇따른 청소년 폭력 사건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왜 이런 폭력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의 폭력성, 그 뒤에 숨겨진 심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주제는 전보다 조금 무거운 것 같습니다.

[인터뷰]
맞습니다.

[앵커]
요즘 초중고 할 것 없이 학교 폭력 실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소식 접하게 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인터뷰]
그렇습니다. 특히 저는 교육장에 있으니까 이런 게 더 무겁게 느껴지고요, 청소년들이 이렇게까지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가해 학생들을 살펴보면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일반 학생인 경우도 있었는데요, 왜 이런 아이들에게 갑자기 폭력성이 나오게 된 건지 그 원인이랄까요? 심리 상태가 궁금하더라고요.

[인터뷰]
기본적으로 사실 인간 자체가 폭력적일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건 뭐냐면 '악의 평범성'이라는 심리 법칙이 있습니다.

[앵커]
'악의 평범성'이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나치나 예전에 폭력적인 행사를 했던 사람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 집에서는 가정적이었고요.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나치에 있었던 사람 중에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사람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나치 수용소에서 학대하고 학살했잖아요. 나중에 전범으로 몰려서 나왔는데도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저렇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까?'라며 놀랄 정도입니다.

물론 나치에 있는 전범과 우리 청소년을 똑같이 말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 없으시기 바라고요. 사실 심리학에서 실험을 해봤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권위에 대해서 복종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볼 때는 다 일반적인 사람인데 어떤 상황 속에서는 주변의 강압적인 권위에 대해서 아주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예일대학교에 있는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실험했는데요, 어떻게 했냐면 피험자에게 선생님 역할을 하게 하고요, 학생들이 단어 암기를 하게 하는데, 단어 암기를 못 해서 틀리면 정신을 좀 차리도록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거예요.

[앵커]
전기 고문을 했다는 건가요?

[인터뷰]
네, 전기 고문을 15V 정도로 했다는 거죠. 그런데 학생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전기 충격을 받지는 않고요. 다만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죠, 그런데 놀랍게도 65%가 되는 피험자 사람들이 450V까지 최고로 전기를 높였다는 겁니다.

[앵커]
450V 정도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인터뷰]
그럴 수도 있는데, 심지어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면서도 어떻게 하냐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정신 차리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놀라운 일입니다.

[앵커]
평범한 사람들도 이렇게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되면 악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는 건데, 이 '악의 평범성'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것들을 적용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일부 관련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청소년들의 사건을 보면 실제 강압적인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고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 문화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또래 집단의 압력이잖아요. 왕따를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고 또래의 압력을 받게 되면 생각보다 평범했던 학생들이 아주 폭력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폭력 사건을요, 그냥 본 게 아니라 아이들이 SNS에 무용담처럼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그랬더라고요.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인데요. 왜 이런 건가요?

[인터뷰]
사실 이게 SNS의 빛과 그림자죠. 이게 아마 SNS의 부작용 중의 하나일 텐데요. 다른 사람의 주목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게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보이는 행동이잖아요.

그러니까 '좋아요'라든지 뭔가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것을 올리면 조회 수가 엄청나게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이 자체가 자신이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있는데 문제는 범죄행위도 버젓이 올린다는 거예요.

[앵커]
범죄행위까지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재한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해주신 공감 능력, 폭력성과도 연관이 없는 건 아닌데, 이런 공감 능력이 SNS상에서 보면 SNS 왕따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가상 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상황의 공감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하거든요.

청소년의 공감 능력 어느 정도 상황일까요?

[인터뷰]
공감 능력의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거잖아요. '입장 바꾸기' 능력이 되는데,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상대방의 고통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상당히 자기중심적이고 어차피 남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나만 주목받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SNS에 올리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공감 능력 자체가 심지어 심해지면 '내가 문제가 아니라 쟤가 맞을 짓을 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도 보여지고 있어요.

[앵커]
공감 능력을 위해서는 역지사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긴데요. 유독 공감 능력이 낮은 아이들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인터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보면 주로 어렸을 적 자랐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요. 즉, 부모와의 애착이 불안정하고 여러 가지 가정폭력이라든지 방임 같은 것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가정환경 때문인 경우가 많군요. 이게 연구 결과로도 나와 있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은 2008년에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렸던 논문인데요. 실제 청소년 비행 행동과 공감, 애착 관계에 대해 봤던 거예요.

그 논문의 제목이 ‘청소년의 불안정 애착과 문제행동: 공감의 조절 효과’, 박지언, 이은희 선생님이 쓴 논문인데, 이게 마산 지역에 있는 청소년 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주요 결과를 말씀드리면 실제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게 되면 아무래도 비행이라든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그렇게 힘든 가정에서 자랐다고 하더라도 공감 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비행으로 빠지지 않았어요. 공감 능력 자체가 이런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비행 행동으로 빠지는 중간에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거죠.

[앵커]
가정환경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게 그 아이가 가진 공감 능력이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공감 능력을 후천적으로 키울 방법이 있을까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사실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서 많은 공감 프로그램이 있긴 한데, 특정한 지역에서만 지금 이루어지고 있거나 효과성 검증이 미비한 경우가 있긴 한데요. 공감 능력을 높이려면 상대방의 발에 경청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말하는 것 중에서 특히 어떤 마음인지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두 번째는 실제 자신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했다면 이것을 잘 전달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고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인식 능력을 증진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에 점점 다문화가정도 많아지고 외동아이들도 많아지잖아요. 그러니까 사회화 과정에서 이런 것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공감 능력을 높이는 것 자체가 이제는 우리 청소년기에 있어서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이들의 폭력성을 줄이려면 말씀하셨던 공감 능력을 상승시켜 줘야 하는데 사실 부모님이 아이들의 거울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이 실수하면 부모님이 이런 말을 하죠, '네가 그럼 그렇지!', 그게 사실은 잘못된 부모님의 행동이잖아요.

[인터뷰]
상처를 많이 주게 되죠.

[앵커]
그러면 부모님 입장에서 속에서 마음이 끓더라도 말로 '그래, 너 잘했어, 잘했어, 네가 좀 어려웠구나', 이렇게 공감해주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인터뷰]
그럼요, 보고 배우는 거잖아요. 가정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죠.

[앵커]
자, 공감과 소통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이동귀 교수와 함께 '생각연구소'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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