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매일 직면하는 희대의 난제 "오늘 뭐 먹지?"

현대인이 매일 직면하는 희대의 난제 "오늘 뭐 먹지?"

2017.09.14.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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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이 시대의 현대인들이 매일 직면하는 희대의 난제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생애 최대의 고민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요.

뭔가요?

바로, '오늘 점심 뭐 먹지?' 입니다.

또 있습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고 나면 다음에는 또 다른 고민이 닥칩니다.

'저녁 메뉴' 고르기요? 이처럼 최근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짜장면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짬짜면도 등장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점심 메뉴를 대신 골라주는 앱도 등장했다고 하네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현대인의 결정 장애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지금 제가 잠깐 이야기 언급하긴 했지만, 흔히들 '결정 장애'라고 하는데요.

'나는 결정 장애가 있어'라며 장애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실제로 이걸 장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많은 분이 '결정 장애' 또는 '선택 장애'라는 말씀 많이 하시거든요?

사실 심리학적으로는 없는 장애입니다.

[앵커]
다행이네요.

[인터뷰]
사실 정신 장애라고 부를 만큼 그렇게 커다란 장애라고 볼 수는 없는데요.

심리학적으로는 워낙 많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요, 특히 인터넷에서 신조어가 많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선택 장애', '결정 장애' 이런 것이 유행하고 있고요.

원래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는 '결정 미루기'라는 용어는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어떻게 이 일을 알고 있느냐면 어렸을 때 양육자, 주로 어머니가 되겠죠?

엄마와의 애착 관계 같은 것이 잘 형성되지 않은 불안정 애착을 가진 분들이 특히 양면적인 태도를 개발하게 돼요.

그래서 너무 어머니와 가까워도 문제고 너무 멀어져도 문제고 양쪽 다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중간에 어느 쪽을 결정해야 하는지 전전긍긍해서 하는 그런 것들이 발달해서 나중에 그런 선택을 하게 하는 성격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앵커]
다행히 '결정 장애'나 '선택 장애'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장애는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그러면 선택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햄릿 증후군'이라고 제가 공부 좀 해왔는데요.

왜 이 '햄릿'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궁금해요.

[인터뷰]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햄릿'이라고 하면 제일 유명한 대사가 뭡니까?

[앵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터뷰]
그때부터 이미 선택을 못 하는 거잖아요.

[앵커]
아, 그 시대부터요?

[인터뷰]
우유부단함의 대명사인 '햄릿', 요즘 증후군이라는 말이 너무 많아서 붙여졌는데요.

사실 이게 결정을 잘못하는 특성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하나는 이걸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특성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줬으면 하는 특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인터넷에는 햄릿 증후군을 스스로 진단해보는 자가진단 테스트라는 게 있는데요.

여러분도 한 번 살펴보시죠.

[앵커]
시청자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햄릿 증후군 자가 진단법'

첫 번째 뭐죠?

'점심때 뭐 먹지, 항상 고민한다.' 이건 전데요?

[인터뷰]
네,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거죠?

[앵커]
일단 하나 해당하고요.

'쇼핑가서 물건을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온 경험이 있다.'

이것도 해당하는 것 같아요.

저는 쇼핑가서 그냥 전시된 옷을 고릅니다.

그럼 결정 장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또 있는데요.

'우유부단하다 답답하다 소리를 자주 듣는다.'

'선택을 대신해주는 앱을 이용해봤다.'

'결정하지 못해 결국은 학업 연애 등을 포기한 적이 있다.'

[인터뷰]
이 문항들을 보시니까 어떠세요?

[앵커]
저는 두 개 정도 해당하는 것 같아요. 1번, 2번이요.

저는 선택을 대신 해주는 앱을 사용해보지는 않았고요, 나머지는 다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두 분이 선택 장애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를 잘 판단하지 못하겠어요.

제가 결정 장애인 것 같은데요?

[앵커]
하하하. 그렇군요,

이렇게 현대에 와서 고민 많이 하고 '선택 장애', '결정 장애' 이런 것들을 하게 되는데 우리가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지 그 이유를 화면으로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뭘 고르지?'

패스트푸드와 차이니즈 푸드, 이렇게 음식을 고르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점심 뭐 먹지?', 딱 그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인데,

오히려 선택지 때문에 더 결정하기 힘들어진다고요?

[인터뷰]
그렇죠, 우리 사회가 정보가 상당히 과잉되게 제공되는 사회잖아요.

사실 지식도 많고 기회도 많아지고, 예를 들어서 두 분 앵커님도 펜을 고를 때보면 문구점을 가시잖아요.

그러면 펜의 펜촉 길이라든지 두께에 따라서 얼마나 종류가 많습니까?

[앵커]
일일이 써보느라 30분은 걸리는 것 같아요.

[인터뷰]
결국은 테스트해보느라 지저분하게 많이 써놓잖아요.

이렇듯 기회가 많아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면 결정하기 더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걸 골랐을 때 어떨지, 이게 정말 만족스러운지 생각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선택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더 갈등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접근접근 갈등이라고 해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너무 선택지가 많아지면 접근x10, 이렇게 되겠죠?

그러면 결정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겠죠.

[앵커]
그렇겠네요, 참 아이러니한데요.

욕심쟁이들은 참 편하겠습니다.

다 그냥 선택해버리면 되니까요.

[인터뷰]
돈이 없잖아요.

[앵커]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두 번째 질문을 준비했는데요. 다음 상황을 볼까요?

옷 가게에 갔습니다.

'사도 괜찮을까?', '내일 세일 하지 않을까?', '카드비 내야 하는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 만약에 선택을 하지 않고, 모두 다 살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건 문제가 되겠죠?

[인터뷰]
네, 그렇죠.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우리 생각 속에는 이런 게 있죠.

'정말 저렴하게 잘 산 거 맞나?'

소위 젊은 세대들이 이야기하는 '가성비'라는 게 있죠, 가격 대비 성능, 늘 그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정말 싸게 산 게 맞는가?', '다른 데에 더 싼 게 있지 않을까?'

왜냐면 우리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하면 제한된 예산 안에서 좋은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크잖아요.

이게 가성비에 집착하다 보면 사실 훨씬 더 결정을 못 하게 될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 자체가 훨씬 복잡다단하게 변화하다 보면 옛날에는 가치관 같은 것도 단순했었어요.

예를 들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라' '충효'라든지 또는 '이건 해야 하고 이건 하지 마라' '도덕률' 같은 것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점점 자유가 중요해지고 자율적인 게 많아지다 보니까 나중에는 너무 많아지니까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앵커]
아, 오히려 자율성이 너무 좋아 버려서요.

[인터뷰]
네, 그렇죠.

가성비도 그렇고 자유가 너무 많이 주어져도 선택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앵커]
현대인들이 결정 장애, 선택 장애를 호소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결정을 잘못하는 것도 어떻습니까?

뭔가 결정을 잘하고 싶긴 한데 자신은 없고, 그럼 뭔가 다른 사람이라든지 의존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특히 많은 사람이 뭘 선택했나 이게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두 분 앵커님은 혹시 어떠세요?

지방이나 다른 곳에 가셔서 뭘 먹어야 하나 식사할 곳을 찾을 때 어떠십니까?

[앵커]
인터넷으로 찾거나 가장 많이 올라온 맛집 정보 찾아서 가는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죠. 블로그 보시고 댓글도 보시잖아요.

그것처럼 누가 가장 많이 갔던 곳인가, 얼마나 많이 간 곳인가, 아니면 댓글이 많이 뜬 곳은 어디인가, 심지어 이런 곳도 있더라고요.

책을 구매하면 '이 책을 샀던 다른 독자분들은 다른 이 책도 샀습니다.'라며 골치 아플 때 믿을만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그걸 따라가게 하는 것 같아요.

[앵커]
우리가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서 많은 정보를 얻어서 선택하게 되는 것, 사실 편리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는 충분한 고민이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선택 장애'에 대해서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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