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우리 맹수 '시라소니'

사라진 우리 맹수 '시라소니'

2017.08.23.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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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매주 다양한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 <과학관 옆 동물원>입니다.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혹시 '시라소니'라고 들어보셨나요?

[앵커]
'시라소니'라면 예전에 영화 '장군의 아들'에 나왔던 싸움꾼 아닌가요?

저는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시라소니 역을 맡은 분의 강렬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 등장하는 북한 신의주 출신의 협객이 바로 시라소니였죠. 실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른바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입니다.

이후에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이 '시라소니'라는 인물이 등장했죠.

[앵커]
맞아요. 그런데 갑자기 장군의 아들 얘기는 왜 꺼내신 건가요?

[기자]
바로 이 동물의 이름 때문입니다.

[앵커]
아 이름이 시라소니랑 비슷한 동물이요?

[기자]
네, 바로 눈치를 채셨네요. '시라소니'는 평안도의 사투리고요, 표준어는 '스라소니'인데요, 오늘은 고양잇과 맹수 중 하나인 이 '스라소니'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앵커]
아, '스라소니'가 동물이었네요. 사실 저는 처음 들어봤는데 저처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아무래도 영화에서의 인상이 강렬해서 등장인물의 별명으로만 아시는 분이 많을 텐데요, 스라소니는 주로 북한 지역에 많이 살던 우리나라 토종 동물입니다.

[앵커]
생긴 걸 보면 아프리카 초원에 살 것 같은데 우리 토종 동물이네요?

[기자]
네, 사바나에 사는 동물처럼 생겼죠? 그렇지만 스라소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살았었는데요, 같은 고양잇과 맹수인 호랑이나 표범보다는 작고 삵보다는 조금 커서 예전에는 새끼 호랑이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또 미안한 말이지만 얼굴이나 표정이 못났다고 해서 선조들이 '못생긴 호랑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앵커]
화면으로 보니까 못생기지는 않았는데요? 고양잇과 동물이라 그런지 낯이 익긴 하네요.

[기자]
네, 스라소니는 역시 고양잇과 동물답게 야행성이고요, 평소에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사냥할 때면 발톱을 아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생각보다 사나운 편이라서 실제 동물원에서도 관람객을 향해서 발길질을 아주 많이 하는 편인데요, 덕분에 방사장 유리창에 발자국이 수도 없이 나 있더라고요.

[앵커]
아, 덩치는 작은 편인데 생각보다 무서운 동물이었네요? 야생에서는 더 사나울 것 같아요.

[기자]
네, 야행성인 스라소니는 해 질 무렵에 나와서 토끼나 들쥐, 사슴 같은 동물을 잡아먹습니다.

고양잇과 동물들이 보통 호랑이처럼 최대한 몸을 숨겨서 가까이 간 뒤에 한 번에 공격하는 편인데요, 스라소니의 경우는 먹잇감을 끝까지 따라가서 날렵하게 달려듭니다.

덩치는 작지만 몸이 유연하고 점프력이 뛰어나서 자기보다 서너 배 큰 동물도 사냥할 수 있고요, 또 워낙 나무를 잘 타고 수영도 잘해서 사냥에는 아주 유리한 편입니다.

[앵커]
지금껏 많은 동물을 봐왔지만, 스라소니가 사냥 능력이 아주 뛰어난 동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면 스라소니만의 특징은 없을까요?

[기자]
네, 스라소니만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귀 끝에 안테나처럼 나 있는 검은 털입니다. 스라소니의 얼굴을 보면 귀 끝에 뾰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스라소니는 이 털을 이용해서 필요 없는 소리는 걸러내고 먹잇감의 소리만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안테나 역할을 해서 청력에 도움을 주는 건데요, 덕분에 사냥을 할 때면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노루도 소리로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귀 끝에 나 있는 털만으로도 청력을 높일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그런데 이 스라소니는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스라소니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는데요, 사실상 남겨진 기록도 많지 않습니다.

과거에 호랑이처럼 가죽을 벗겨서 임금님께 진상을 한다든가 피해를 입혀서 신고를 하거나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스라소니의 기록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래도 동물원에서는 스라소니를 볼 수 있는 거죠?

[기자]
네, 우리나라 동물원에 스라소니 한 쌍이 있는데요, 아주 반갑게도 지난해 번식에까지 성공했습니다.

담당 사육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오현택 / 서울동물원 사육사 : 우리나라에서는 저희 방사장에 있는 두 마리가 작년에 새끼를 낳아서 한국 최초로 스라소니 번식에 성공했고요, 아주 작아서 꼬물꼬물하다가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급성장해서 지금은 엄마랑 같이 있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우리나라에 사는 스라소니도 늘어나겠네요?

[기자]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원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스라소니를 복원 대상 종으로 선정해서 복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요,

이를 위해서 경북 영양군에 국립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아마 올해 말쯤이면 완공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에서 스라소니를 포함한 43종의 동물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앵커]
아주 반가운 소식이네요. 저희가 지난주에는 호랑이도 만나보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고양잇과 맹수라고 하면 여러 동물이 있는데 스라소니 말고 또 어떤 동물이 있나요?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양잇과 맹수로는 표범을 들 수 있죠.

기본적인 고양잇과 동물의 야생성이나 공격적인 성향은 스라소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고요, 역시 야행성에 높은 곳을 아주 좋아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스라소니는 몸집도 작고 추운 지역에 살다 보니까 겨울에는 눈과 비슷한 흰색으로 털빛을 바꾸는 반면, 표범은 사계절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털을 뽐낸다는 점입니다.

[앵커]
얘기를 듣고 보니까 표범의 무늬가 아주 특이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지난번에 만나본 치타와도 비슷하지 않나요?

[기자]
많은 분이 표범과 치타를 혼동하는데요,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바로 이 무늬입니다.

치타는 보시면 동그란 검은 점이 있죠, 또 얼굴을 보시면 치타는 눈에서부터 턱까지 검은 줄이 있는 반면에 표범은 이런 줄무늬가 없죠.

치타의 동그란 무늬와 달리 표범의 무늬는 가운데가 비어있는 이른바 '매화 모양'에 가깝습니다.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비교해보니까 쉽게 구별할 수 있겠네요. 이 표범도 스라소니처럼 야생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인가요?

[기자]
네, 사실 우리나라에는 호랑이보다 더 많은 수의 표범이 살았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만큼 많은 표범이 무분별한 사냥에 희생됐고요,

1970년대, 사실상 마지막 한국 표범이 죽으면서 우리 토종 표범은 야생에서 모두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역시나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기자]
하지만 현재 러시아 지역에서 사라진 표범을 복원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요, 아마 몇 년 안에는 한국 표범도 이렇게 복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복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다행이네요. 그런데 우리가 지난 시간부터 만나본 고양잇과 맹수 대부분이 이미 멸종된 거네요.

[기자]
네, 현재 우리나라 야생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맹수가 바로 삵입니다. 지금도 가끔 서식지나 배설물이 발견되기도 하고요, 가축 피해가 일어났다는 신고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또 얼마 전에는 동물원에서 방사한 삵이 새끼를 낳으면서 자연에 잘 적응하기도 했는데요, 이 삵도 역시 멸종위기생물 2급인 만큼 스라소니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꾸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스라소니부터 표범까지 다양한 고양잇과 맹수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새로운 동물을 만나서 반갑지만 씁쓸함도 많이 남네요. 보호가 잘 이루어져야겠습니다.

이동은 기자 오늘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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