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인가? 사과인가? 이색 과일 열전

수박인가? 사과인가? 이색 과일 열전

2017.07.17. 오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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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이언스] 사과만 한 수박·알록달록 토마토…귀한 씨앗이 만든 보물

■ 이혜리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음식 속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들어보는 시간이죠.

월요일 '푸드 톡톡' 이혜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자, 오늘도 음식에 대한 재밌는 얘기 나눠볼 텐데요.

스튜디오에 뭔가를 가지고 나오셨죠?

[기자]
네 제가 항상 맛있는 음식을 영상으로만 앵커께 보여드려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직접 스튜디오에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게 딱 보면 어떤 것 같으세요?

[앵커]
겉보기에는 수박인데, 크기가 너무 작아요. 사과보다는 조금 큰 것 같긴 한데요.

[기자]
수박 같기는 한데, 크기가 작아서 의심스럽긴 하죠?

그러면, 안을 한 번 열어볼까요? 미리 칼집을 내왔는데요.

[앵커]
속살도 빨갛고 씨도 있고 수박 맞네요.

빨간 속살이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한 번 들어주시겠어요?

화면에 보이는데 크기는 작지만, 굉장히 맛있어 보이네요.

[기자]
향도 스튜디오에 많이 나기도 하고요.

하나는 '애플 수박'이고요. 하나는 '꼬마 속 빨강 수박'이라는 건데요.

일단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크기가 일단 작습니다.

반면 과육은 더 빨갛고 당도도 더 높아요.

[앵커]
보니까, 껍질도 굉장히 얇네요.

[기자]
맞습니다. 크기도 줄어든 만큼 껍질의 두께도 얇아져서 사과처럼 껍질을 까먹을 수 있는데요.

요즘, '1인 가구 시대'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만큼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앵커]
맞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가장 구매를 망설이는 과일이 수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자]
수박, 참 맛있지만 일단 크니까 혼자 다 먹기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수박 껍질 처리하려면 귀찮으니까 결국은 안 사게 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이 수박 아주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근 대형 마트에서도 이런 이유로 이런 작은 수박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관계자의 말,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조항복 / 농협유통 대리 : 먼저 1인 가구가 많이 증가함에 따라서 기존 수박은 먹고 많이 남았지만 이런 조그만 수박은 한 번에 드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도로 준비했고요. 기존 고객의 경우에는 조금 더 특이한 수박을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준비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요즘 이런 독특한 과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과를 닮은 수박이라든지, 혹은 자두 같으면서도 체리 같은 과일이라든지….

색색의 방울 토마토도 있고요.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기존의 있던 종을 교배해서 탄생한 새로운 과일들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요.

자두와 체리를 교배해 만든 '나디아'라는 과일이 나오기도 했어요.

지금 화면에서도 나오고 있는데요.

[앵커]
네, 자두처럼 보이는데요.

[기자]
저게 '나디아'입니다. 모양은 자두, 맛은 체리와 비슷합니다.

당도가 높고 안토시아닌과 베타카로틴 함량이 많아 인기를 끌면서 재배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연구해서 만든 과일도 있는데요.

자두와 살구 맛을 함께 내는 플럼코트는 올해부터 시중에 본격 유통되고 있는데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참외와 멜론을 교배해 만든 금향과 노란색의 망고 수박도 등장했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속살이 아주 노랗죠?

[앵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즐길 수 있으니까, 행복한 고민할 수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농가에도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할 수 있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신품종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야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기존 종끼리 교배시켜서 새로운 종을 만들고 이를 상품으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종자 산업'이라고 합니다.

[앵커]
종자 산업…. 아 그러면, 예를 들어 '자몽과 오렌지 두 가지 맛이 모두 나는 과일을 만들고 싶다.' 하면 그 두 종을 교배시키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기자]
원리는 그렇긴 한데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실제 현장에서는 좀 더 세분화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다양한 토마토를 개발하는 연구원에 다녀와 봤거든요.

우선 화면 함께 보시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잘 익은 방울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려있죠. 저 비닐하우스가 바로 신품종 방울 토마토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인데요.

자세히 보시면 방울 토마토가 모양이 조금씩 달라요. 어떤 방울 토마토는 아주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건 또 길쭉하기도 하고요.

색깔도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아주 다양하거든요.

[앵커]
시중에서 팔고 있는 그런 알록달록한 방울 토마토가 저런 연구를 거쳐 시중에 나오고 있는 것이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예를 들어서 당도가 높으면서 분홍색인 방울 토마토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그런 형질을 지닌 방울 토마토끼리 교배시켜서 그런 특징을 나타내는 열매를 얻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교배를 한다고 해서 바로 그런 특성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A라는 특징과 B라는 특징을 지닌 토마토를 교배한다고 해서 AB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니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사람도 그렇잖아요. 혹시 신 앵커는 형제가 있나요?

[앵커]
저는 언니가 있어요.

[기자]
언니랑 많이 닮았나요?

[앵커]
닮은 면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다른 점도 많아요.

[기자]
사실 사람과 토마토를 비교하기가 좀 그럴 수 있지만, 사람처럼 토마토도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 토마토가 모두 부모의 특성을 다 나타내지 않아요. 다 다른 특성들이 조금씩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몇 대에 걸쳐서 방울 토마토를 계속 재배해서 원하는 형질이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앵커]
아, 그러면 여러 대를 거치면 그런 원하는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완성형 토마토'가 나오게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하는 형질을 지닌 토마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한 7세대를 거쳐야 한다고 해요.

1년에 한 번 수확한다고 하면 7년이 걸리는 거죠. 그만큼 돈과 시간 노력이 모두 많이 드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의 말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홍동오 / 농우바이오 육종연구소 주임연구원 : 저희가 1차로 도입해온 유전자원을 바탕으로 저희가 원하는 목표 형질이 있으면 그런 유전자원을 찾고 그것을 고정하기 위해서 1년에 2번씩 계속 4∼5번 정도 반복해서 순화작업을 하게 돼 있습니다.]

[앵커]
단순하게 '예쁘네' 혹은 '특이하네' 하면서 먹기만 했는데,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었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런 막대한 노력과 자본, 시간이 모두 들어가기 때문에 종자 산업을 '고부가 가치'산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예전에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파프리카 씨앗 1g이 금 1g보다 비싸다.'

[앵커]
작은 씨앗을 우습게 볼 게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수한 형질을 지닌 씨앗의 가치를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참고로 파프리카는 전량 수입이었기 때문에 더 귀한 종자였지만 이젠 우리의 기술로 재배할 수 있게 됐고요.

반대로 우리의 기술로 우수한 종자를 개발했을 때 수출도 늘릴 수 있는 거겠죠.

[앵커]
종자 산업의 시장 규모가 큰가 봐요.

[기자]
네. 전 세계 종자 시장은 한 700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80조 원 규모의 시장인데요.

안타깝게도 아직은 전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한 상태입니다.

[앵커]
또 우리가 외국에 200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아요.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품종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계속 커질 테니까, 이런 시장에서 우리 힘으로 만든 우수한 씨앗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한다면 세계적인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취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먹어본 과일 중에 뭐가 제일 괜찮았나요?

[기자]
사실 전 수박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먹었습니다.

[앵커]
화채 만들기 딱 좋을 것 같네요.

[기자]
맞아요. 자르기도 편하고요.

[앵커]
시장에서 사서 예쁘게 꾸며서 먹을 줄만 알았지 이렇게 종자 하나 개발하고 완성형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고 힘든 줄을 이제 알았네요.

연구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과일을 먹으면 좋을 것 같네요. 종자 산업의 전망 오늘 잘 짚어봤습니다.

이혜리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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