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한다?

2017.07.09. 오전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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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변한다?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운전하는 모습을 봐라,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이처럼 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이 평소와는 달리 과격해지는 사람들이 있죠.

점잖던 사람이 갑자기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심지어 화가 난다고 다른 운전자를 대상으로 보복운전을 해 큰 사고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어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운전대를 잡으면 나오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도 운전하시잖아요.

[인터뷰]
네, 하죠.

[앵커]
얘기하다 보면 온화하시고 유한 성격이신데, 혹시 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이 변하는 그런 타입은 아니시죠?

[인터뷰]
젊을 때는 힘 있게 운전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소심하게 운전하고 있어요.

방어운전형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앵커]
저는 차에 앉자마자 기분이 나빠지고 표정이 찡그려지거든요.

운전하면서 온갖 안 좋은 상황이 생기니까 이미 탈 때부터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하는데, 이처럼 운전이 우리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뭔가요?

[인터뷰]
사실 운전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분은 운전만 하면 사람이 달라지는 분이 있어요.

아마도 평상시에 불편하거나 화가 누적된 분들이 많고, 사회적 관계에서 피해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사실 대인관계에서 뭔가 우월해지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꽉꽉 눌러놨다가 운전하게 됐을 때 확 드러나는, 기폭제처럼 그렇게 확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또 다른 분들은 지나치게 정의감 있거나 자기 가치를 실현해야겠다는 분들은 '저렇게 하면 안 되잖아, 왼쪽에서 추월해야지 오른쪽에서 추월하면 잘못된 거야 그러니까 벌 받아야 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앵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운전의 어떤 상황이 우리의 심리를 부정적으로 만드는지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차라는 게 갇혀있는 공간이잖아요.

실제 차 안에 있으면 혼자 있는 건데요. 차라는 게 힘과 스피드를 보여주는 굉장한 물건이잖아요.

그러니까 사람 자체가 우월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자신이 힘이 생겼다는 느낌이 드니까 이걸 막 움직여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때에 따라서 감정이 과잉되는 경우가 있고요.

또 하나는 선팅된 차가 많이 있잖아요.

그러면 밖과 고립되고 자신과 마치 인터넷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잖아요, 일종의 좀 내밀하고 자기 자신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라도 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확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앵커]
사실, 대인관계 속에서 화가 날만 한 상황이 많은데, 다들 참으면서 지내잖아요.
그런데 운전만 하면 그런 분노들이 확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왜 운전할 때만 그런 것들이 심할까요?

[인터뷰]
사실 우리가 운전할 때 갑자기 스피드 올릴 때 심장이 쫙 타고 오르는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자기 자신이 힘을 가진 느낌인데, 또 하나는 차라는 게 운전도 인격을 보여주는 건데요.

대게 운전할 때 차를 보면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사물에 대해서 어떤 행동이라고 가하는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차는 사물이고 사물에는 어떤 행동을 표현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차 안에 있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만약에 길 가다가 사람을 쳤을 때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면 사과를 받고 넘어가게 되죠. 하지만 차와 차 사이는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더욱 화가 나게 되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난폭/보복운전 속에 숨어있는 심리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먼저 준비된 화면을 함께 보시죠.

"차선을 양보 안 해?"
"날 무시했어!"

앞 운전자가 차선을 양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인터뷰]
차선을 양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잘한 일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개인화의 오류라는 게 있습니다.

[앵커]
일반화의 오류는 들어봤는데요.

[인터뷰]
그렇죠, 개인화의 오류라는 건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 뭔가 저 사람의 행동 자체가 나를 향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나를 무시하기 위해서 저렇게 행동한다고 받아들이는 오류를 개인화의 오류라고 하고요.

심리학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동일시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데요.

차와 나가 일체감을 가지는 겁니다.

차와 나를 동일시하니까 마치 차선을 양보하지 않으면 나보다 어떤 차가 먼저 간다는 느낌이 드니까 자기 자신의 자존감이 확 낮게 느껴져요.

차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는 거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조금 비싸고 소위 외제 차를 타면 자기 자존감이 확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겠죠.

일종의 동일시현상입니다.

[앵커]
저도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 차들이 너무 많이 끼어들어서 제 앞으로 끼어드는 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었는데, 저한테도 이런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로 저희가 준비한 게 있는데요.

한 번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저 사람이 먼저 잘못했어!"
"이런 일을 당해도 싸!"

이건 약간 보복운전을 하는 듯한 심리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인터뷰]
누군가 저 사람이 어떤 행동했을 때 '저렇게 하면 안 되지!' 이렇게 그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관 같은 게 있지 않습니까, 어떤 정의감도 있고?

그런데 만약에 저렇게 어떤 사람이 위배했을 때는 어떻게 보면 '저 사람은 저런 일을 똑같이 당해도 싸'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또 하나는 사람이 자신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크게 느껴져요.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예를 들어 추월하고 그럴 때 내가 사고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안전에 대한 위협감이 극도로 올라오게 됐을 때 그때 오히려 보복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나는 보복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직한 가치관도 한몫하죠.

[앵커]
두 번째 운전심리까지 봤고요.

세 번째 유형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깜빡이만 켰어도 이렇게 화나진 않았을 텐데…."

옆에 경찰이 있고요, 뭔가 변명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인터뷰]
네, 이미 경찰한테 붙잡힌 상황이잖아요.

뭔가 변명하긴 해야 하는데, '아까 나한테 미안하다는 의미로 양쪽 방향지시등, 깜빡이를 켰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진 않았는데' 이런 말이거든요?

이게 전형적으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합리화 또는 정당화라고 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거죠.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저 사람이 잘못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분들이 재밌는 건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최소한 이것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렇게요.

[앵커]
네, 맞아요!

[인터뷰]
우린 최대한 배려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지만, 사실 자신의 가치라든지 이런 중요한 정의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강요한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제가 그동안 잘못 생각해왔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인터뷰]
뭐 그렇게까지는 안 하셨겠지만요.

[앵커]
운전대를 잡으면 화가 솟구쳐 오르고 이걸 분출하고 싶은 마음에 휩싸이게 되는 데 이런 것을 자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첫 번째는 그게 어떤 결과물을 불러올지 결과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사실 그런 말이 있죠, '5분 먼저 가려다가 50년 먼저 간다' 이런 것처럼 사실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까 결과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불편감을 끼친 상대가 있을 때 꼭 내가 응징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단죄할 권리는 없는 거니까요.

[앵커]
그렇죠,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죠.

[인터뷰]
네, 그렇죠.

세 번째로는 불안할 때 사람마다 자신을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제가 짧게 제안 드리고 싶은 건 머릿속에 네모를 떠올리는 거예요.

[앵커]
네모요?

[인터뷰]
네, 네모를 떠올려요, 일종의 박스를 떠올리는 거죠.

위쪽 가로 선을 생각할 땐 숨을 들이쉬는 거고요, 세로줄로 내려올 때는 호흡을 딱 멈춰요.

그러니까 들이쉬고 멈추고, 그다음에 선을 그릴 때는 내쉬고 마지막으로는 멈추는 거죠.

이렇게 머릿속에 박스를 그리게 되면 어떤 화 같은 게 올라 왔다가 가라앉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큰 사고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운전자들의 심리를 살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될까요?

[인터뷰]
최근 ‘건강운전심리센터’ 운영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어요.

사실 적성검사를 한다든지 면허증을 발급할 때 그 사람의 심리검사를 같이하고,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분노나 충동 제어가 안 되는 분들, 이런 분들을 걸러내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요.

우선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 그것 자체가 범죄입니다. 그것을 인식해야 하고요.

그 파국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운전대를 잡으면 나오는 심리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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