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900m의 매력...'나무늘보'

시속 900m의 매력...'나무늘보'

2017.06.22. 오전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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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은/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매주 다양한 동물을 만나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죠, 과학관 옆 동물원입니다.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수달의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 방송 끝나고도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또 수달 사진을 여러 장 다운 받아놨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어떤 동물인가요?

[기자]
네, 이 동물도 귀여움에서는 수달에 크게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바로 나무늘보입니다.

아무래도 생김새보다는 행동이 매력적인 동물인데요,

먼저 영상으로 한번 만나보시죠.

[앵커]
저도 이 영화 아주 재미있게 봤는데요,

주인공보다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이 나무늘보예요.

[기자]
그렇죠, 이 '플래시'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속 터지는 대화 때문에 영화에서 신 스틸러 역할을 아주 톡톡히 했는데요,

그만큼 움직임이 느린 나무늘보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앵커]
실제로 동물원에 있는 나무늘보도 이렇게 느리잖아요?

[기자]
네, 동물원에 가시면 우선 나무늘보를 아주 잘 찾아봐야 합니다.

워낙 움직임이 없어서 대부분 관람객이 한눈에 찾기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저도 사실 처음에는 우리 속에 있는 인형의 털과 헷갈렸거든요.

[앵커]
아, 그 정도인가요?

[기자]
네, 아시다시피 나무늘보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느린 동물입니다.

평균 시속이 900m 정도라고 하는데요,

[앵커]
900m요? 한 시간에 900m밖에 못 간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1초에 25cm씩 움직이는 것인데요,

100m 달리기를 하면 결승점까지 6~7분 정도 걸리는 셈입니다.

[앵커]
제가 100m를 20초 정도에 달리는데 정말 빠른 편이었네요?

나무늘보가 얼마나 느린지 이제 감이 좀 오는데요.

그런데 나무늘보는 달리기보다 주로 나무에 매달려서 움직이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나무늘보는 일생을 대부분 나무 위에서 보내는데요,

거꾸로 매달린 채로 18시간 넘게 자면서 먹이도 먹고요, 심지어 짝짓기와 출산까지 나무 위에서 합니다.

나무늘보가 유일하게 땅에 내려오는 순간이 바로 대소변을 볼 때인데요,

나머지 시간은 항상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땅으로 자주 내려오겠네요?

[기자]
그런데 나무늘보가 한 번 먹이를 먹으면 소화하는 데 한 달 정도가 걸립니다.

다른 포유류보다 장이 작고 여러 개로 나뉘어 있어서 먹이가 위에 오랫동안 머무는 건데요,

그래서 대소변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보기 때문에 땅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고 봐야겠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나무늘보가 이렇게 나무에 오랫동안 잘 매달릴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기자]
자세히 보시면 나무늘보는 날카롭고 구부러진 앞 발가락을 이용해서 나무에 갈고리를 걸듯이 매달립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지만, 땅에서는 뒷발로 걷지 못하고 발가락으로 몸을 끌고 다니기 때문에 움직임이 더 둔해지는데요,

앞발의 경우는 발가락뿐만 아니라 어깨와 목 근육까지 발달해서 성인 5명 이상의 힘을 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깐 발가락이 2개밖에 없는데도 매달리는 힘이 세네요?

[기자]
지금 보시는 영상의 나무늘보는 발가락이 2개인데요.

모든 나무늘보가 발가락이 2개인 것은 아닙니다.

나무늘보를 크게 2가지 속, 그러니까 종의 위 단계로 나누는데요,

앞 발가락을 기준으로 두 발가락 나무늘보와 세 발가락 나무늘보가 있습니다.

두 발가락 나무늘보는 보통 열대우림에서 생활하고 세 발가락 나무늘보는 주로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사는데요,

발가락 개수 외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발가락 말고도 나무늘보가 나무에 잘 매달릴 수 있는 다른 특징이 있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나무 위에서 움직임 없이 오래 매달려 있으려면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겠죠.

그래서 나무늘보는 다른 포유류보다 근육량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덜 쓰고 근육량이 적으니깐 몸이 가벼워서 열대우림의 가는 나뭇가지에도 오랫동안 매달릴 수 있는 거죠.

[앵커]
주로 사용하는 앞발 쪽 근육만 발달한 거네요?

[기자]
그렇죠. 전체적인 근육량은 작지만, 앞발 쪽은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또 나무늘보의 체온은 다른 동물보다 평균 3~4도 정도 낮은데요,

포유류지만 환경에 따라서 하루에 5도 정도는 체온이 변한다고 합니다.

보통 24~35도 정도로 일반적인 포유동물보다 2배 이상 체온 변화가 큰 건데요,

이런 조건도 나무늘보가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앵커]
정말 나무 위는 물론이고 일단 움직이지 않고 사는 데는 최적화된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타고 난 것도 있지만 점점 더 환경에 맞게 진화해온 건데요,

이밖에 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사육사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김진목 / 에버랜드 사육사 : 나무늘보들이 보시는 것과 같이 항상 매달려 있어요. 그래서 등으로부터 털이 말 그대로 중력처럼 이렇게 반대 방향으로 돼 있어요. 보통 보면 다리를 따라 내려가 있잖아요. 그리고 또 이 친구들이 야생에서 살기 위해서 털이 조류들 그러니까 하등 동물들이 살 수 있게끔 녹색으로 되어있을 정도로 조건들이 잘 형성돼 있어요.]

[앵커]
털의 방향이 좀 다르다는 건가요?

[기자]
네, 보통 털이 머리카락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아래를 향해서 자라잖아요?

그런데 나무늘보는 항상 배를 위로 향하고 매달려 있기 때문에 털이 바닥을 향해서, 그러니까 척추 방향이 아닌 등 쪽으로 자라게 됩니다.

심지어 비가 와도 배에 물이 고이지 않고 털을 따라 양옆으로 흘러내린다고 하네요.

[앵커]
아, 그것도 정말 신기한 점인데요,

또 사육사의 말을 들으니까 나무늘보의 털에 하등 동물들이 살 수 있다고요?

[기자]
한마디로 털에 이끼가 자란다는 건데요,

털 가닥마다 움푹 팬 홈이 있어서 이런 조류들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몸 위에 이끼가 끼니까 실제로 우기에는 마치 나뭇잎 뭉치처럼 초록색으로 완벽하게 보호색을 띠기도 하는데요,

이런 특징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겠죠.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보호색까지 띠면서 천적으로부터 철저하게 위장할 수 있으니까 나무 위에서도 마음 놓고 자는 건가 봐요?

[기자]
네, 그렇죠. 나무늘보는 실제로 포유류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자는 동물 중의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18시간 이상 자는데요,

하루 20시간씩 자는 코알라나 배가 고플 때까지 2~3일은 거뜬히 자는 사자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자는 동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움직임이 느리니까 오히려 위장한 채로 가만히 있는 게 무기인 거네요.

[기자]
네, 그리고 천적이 나타난다고 해서 나무늘보가 갑자기 빨라질 수는 없겠죠.

사육사의 말을 들어보면 새끼를 공격하는 천적을 향해서 어미가 다가가도 너무 느려서 눈치조차 못 채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차라리 헤엄치는 것이 더 빨라서 정말 급할 때는 일부러 물에 빠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나무늘보는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가장 매력 포인트인 것 같거든요.

나무늘보 하면 마냥 부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오늘 나무늘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동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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