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꾸물거릴까? 일을 미루는 심리

왜 우리는 꾸물거릴까? 일을 미루는 심리

2017.06.14.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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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말인데도 불구하고, 이 미루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죠.

주어진 시간이 일주일이건 하루건 결국은 마감 시간에 꼭 닥쳐서 하게 되는 일들이 많은데요. 게다가 일을 미루는 시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불안하고 초조하잖아요.

그러면서 정작 일을 하진 않는 경우도 많고요. 왜 우리는 이렇게 닥칠 일을 불안해하면서도 일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는 걸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할 일을 미루고, 꾸물거리는 우리들의 심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도 일을 굉장히 많이 하실 것 같은데 일을 미루시는 경우, 종종 있으신가요?

[인터뷰]
집안일은 주로 미루고요. 중요한 일들은 미루지 않으려고 애쓰죠.

[앵커]
한국인은 성질이 급해서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한다는 건 외국인들도 공감하는 부분인데, 나만 한국인이 아니고 나무늘보인가 싶을 정도로 일을 미루는 편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반복하는 행동 심리에는 어떤 것들이 숨어 있나요?

[인터뷰]
일단 할 일이 너무 많으면 미루게 돼요. 너무 많은 일을 하진 않은가 체크 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 잘못하는 분들도 일을 많이 미루게 됩니다. 거절을 잘못하다 보니까 일을 많이 받아놓게 되면 나중에 일이 쌓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중에 일을 꾸물거릴 가능성이 큰데, 실제로 만성적이에요. 대학생의 40%가 꾸물거린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고요.

[앵커]
생각보다 적은데요?

[인터뷰]
아 적은가요?

[앵커]
더 많을 줄 알았거든요.

[인터뷰]
워낙 흔한 현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실 이 꾸물거림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뭐냐면 많이 만성적으로 꾸물거리게 되면 나중에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면 일을 하지 않아서 편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불안함도 느껴지잖아요.

이런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왜 우리는 일을 자꾸만 미룰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사람들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많은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하는 게 미루는 것에 밑바탕에 깔린 거거든요.

대부분 사람은 미루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해요. '나 참 게을러' 라고 말하거든요. 그럴 때 약간 다르게 생각해야 해요.

게으른 것보다는 더 잘하고 싶어 해요. 잘하고 싶어 하니까 잔걱정이 많아지게 되고, 신경 쓰다 보니까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계속 생각만 하는 거죠.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고 말할 수 있죠.

[앵커]
사소한 일을 한두 번 가끔 미루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일을 미뤄서 하다가 닥쳤을 때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지 저희가 준비해봤거든요.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아, 이건 숙제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니까 "아 몰라 있다 할 거야"라며 화를 내는 것 보니까 아직 학생인 것 같거든요.

[인터뷰]
실제로 학생들이 보통 부모님이 하는 이야기를 잘 안 따르려고 해요. 예를 들어 '공부해라, 책상 치워라, 내일 명절이니까 목욕해라' 이런 것들이요.

이렇게 늘 다른 사람 말을 어릴 때부터 들을 때 하기 싫다는 생각이 계속 있게 되면 반발심 같은 게 많아지고요. 일종의 반항아로 자라나게 됩니다.

문제는 성인이 돼서도 다른 회사에서 해야 할 과제가 생기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 거죠. 상당히 뿌리가 깊어요, 그래서 잘 안 고쳐집니다.

[앵커]
잘 안 고쳐지나요?

[인터뷰]
네, 저희의 주 고객이 되죠.

[앵커]
네, 첫 번째 유형 살펴봤고요. 일을 미루는 사람의 유형 두 번째 살펴보겠습니다. "일은 바로바로 해야지" "난 원래 벼락치기 체질이야." 벼락치기 하는 사람의 유형인데요.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가 마지막에 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사람 같아요. 이런 유형은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요?

[인터뷰]
실제로 그런 분들 굉장히 많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분들은 뭔가 신체로 타고 들어오는 것들이 있어요.

[앵커]
맞아요.

[인터뷰]
뭔가 타고 오르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마지막까지 미루게 되는데, 사실 마음속에 이런 것들이 있어요. '남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는 집중에서 해야지, 그럼 해낼 수 있어'라는 일종의 자만심 같은 것도 있거든요.

문제는 뭐냐면 이게 감각추구형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나중에 실패하게 되면 불안이 훨씬 배가 되는 거예요. 심혈관계 질환에 문제가 되게 되고요.

우선 남들은 모르지만 자신 혼자 불안하고, 나중에 점점 만성적으로 되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어렸을 때 방학 숙제를 하루나 이틀 사이에 몰아서 하려고 했다가 실패하면 혼나지 않을까 맞지 않을까 걱정했던 생각도 나긴 하네요. 세 번째 유형도 한 번 살펴볼까요?

장난감을 들고 있는 것 같은데, "완벽하게 될 때까지 완성이란 없어" 아, 완벽주의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인터뷰]
사실 완벽주의자가 두,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완벽주의이면 미루지 않을 것 같잖아요. 완벽주의자 중 일부는 그렇습니다.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일을 미루지 않는데요. 우리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사회부과 완벽주의자라는 게 있어요.

[앵커]
사회부과 완벽주의.

[인터뷰]
네, 그게 뭐냐면 사회가 그렇게 완벽하도록 압력을 넣어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나 학교 선생님이나 사회가 완벽주의자로 자라게 한 거죠,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요.

이런 경우에는 꾸물거립니다. 왜냐면 늘 뭔가 잘해야 하고 잘못하면 혼날 것 같고, 그러니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오게 되는 거죠. 불안 수준도 훨씬 높아지고요.

[앵커]
이렇게 일을 미루는 습관들이 우리 인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터뷰]
일단 심신이 피폐해지겠죠? 늘 일을 미루면 불안 수준이 높아지니까 자신만 아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다음에 일을 자꾸 미루게 되면 어떻습니까?

실제로 수행 자체도 상당히 수준이 떨어지게 되겠죠. 특히, 대인관계를 생각해보시면 많이 꾸물거리고 약속 시간을 못 맞추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어떠실 것 같아요?

[앵커]
짜증 나죠. 같이 불안하죠.

[인터뷰]
일종의 민폐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많이 꾸물거릴수록 우울하고 불안해지고 대인관계가 피폐해지고 그러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죠.

[앵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 관리에도 안 좋고 멀리 보자면 사회적으로도 인간관계가 점점 안 좋아질 수 있는 영향이 있군요.

[인터뷰]
네, 상당히 힘듭니다.

[앵커]
우리가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경계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태도, 어떤 습관을 길러야 할까요?

[인터뷰]
이게 습관이잖아요. 잘 안 바뀝니다. 물론 아주 완성적인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조금 미루지 않으려는 방법 중 하나는 행동이 부족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늘 미루는 분들이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 안 먹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분들한테는 부족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에요.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과 관련한 조그마한 행동부터 바꾸시는 겁니다.

만약 시험을 봐야 한다면 시험 볼 책 책장을 펴고 적어도 두 페이지를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시험공부를 하게 되는 거고요.

두 번째 이분들은 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면 안 됩니다. 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뜻 같은 거예요.

이분들은 사실 한 시간 동안 계획하게 되면 실제로 안 지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획 자체가 크니까요. 적어도 계획을 한 시간이 아니라 4분의 1 정도 15분 단위로 계획을 짜는 게 좋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목표에 달성하게 되면 성공하는 경험이 되잖아요. 그러면 다음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겠죠. 그다음에 이런 분들은 자신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트 같은 것을 붙이는 게 좋아요.

보통 많은 분이 하시거든요. 냉장고 같은 곳에 붙이죠. '보고서 준비는 되었는가?', 그런데 이렇게 하나 붙이는 건 의미가 없어요.

이분들이 만약에 이렇게 한다면 냉장고 문에도 붙이고 냉장고 문을 연 다음에 물 마시잖아요. 물병에도 붙어있어요. '보고서는 되었는가?'

그럼 김치통 뚜껑에도 붙어있겠죠. '보고서는 정말 되었는가?'

[앵커]
오히려 더 압박감이 드는 것 아닐까요?

[인터뷰]
압박감이 들긴 하지만, 생각을 자꾸 할수록 미루게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은 같이 사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이 사람들이 "너 또 미루고 있어"라고 중간중간에 지적을 해줘야 해요.

물론 너무 많이 지적하면 사이가 안 좋아지겠죠.

[앵커]
그렇죠.

[인터뷰]
부드러운 얼굴로 하면 좋겠죠.

[앵커]
지금 이렇게 말씀을 들어 보니까 취업시즌이 되면 많은 분이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쓰면서 압박을 많이 받을 텐데 이런 습관들을 거쳐서 자기소개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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