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부부싸움'을 막아라!

'최악의 부부싸움'을 막아라!

2017.06.01. 오전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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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부부싸움 끝에 경찰서나 법원 가는 분들도 꽤 되는 걸 보면 '부부싸움은 물로 칼 베기' 같아요. 상당히 조심해야 할 순간인데요,

오수현 앵커는 부부싸움 자주 하는 편인가요?

[앵커]
저는 화가 나면 일단 말을 안 하는 성격인데요. 큰 싸움은 안 해도 건강에는 안 좋은 것 같아요. 재일 앵커는 어떤가요?

[앵커]
저는 안 싸웁니다. 저는 순종적인 남편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러다가 쌓여서 한순간에 터진다', '할 말 있으면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사람마다 부부싸움 방식이 다른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최악의 부부싸움을 막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교수님도 결혼 20년 차라고 들었는데요. 제 아무리 심리의 달인이신 이 교수님도 부부싸움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부부싸움 하시죠?

[인터뷰]
심리와 생활은 별개입니다. 잘 안 싸웁니다만, 결혼 초에는 서로 의견 다툼이 많았지요.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셨는데요. 제 생각에는 이것 자체가 '물'자를 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부부싸움은 '칼'로 베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당하면 상당히 아파요.

[앵커]
말로 상대방을 베어내는 그런 순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사실 완전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던, 또 생각하는 방법이나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남자와 여자가 생활하면서 안 싸울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중에서도, 특히 싸움이 크게 번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최악의 부부싸움으로 치닫는 말이 따로 있나요?

[인터뷰]
생각보다 그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어쩔 수 없이 싸울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데, 서로 다르니까, 그런데 서로 싸울 때 자신이 무심코 한 말이 화근이 돼서 상대방한테는 평생 기억하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내뱉으면 싸움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그러면 나중에 후회하고 화해할 수도 없어서 서로 갈라지는 그런 상태가 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앵커]
어떤 말들인지 궁금한데요. 화면으로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화면 함께 보시죠.

"또 사고를 치다니 다 너희 아빠 닮아서 그렇지!", "처가댁 식구들은 다 왜 그래?" 이런 말 들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긴 한데요.

[인터뷰]
이런 말들 속에 나타나는 것이 뭐냐면 '싸잡아 비난하기' 신공이라고 저희가 얘기하는데요.

[앵커]
싸잡아 비난하기.

[인터뷰]
네, 예를 들어서 이게 다 '모두 당신 시댁 때문이야, 당신 어머니란 사람은 왜 그래? 처남은 왜 그래?'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 식구들은 식사할 때, 다 쩝쩝거리면서 식사하는데 어떻게 다 그 모양이야?' 이런 식으로 싸잡아서 비난하게 되면 원래 부부싸움을 해서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목표 자체는 사라지게 되고 남는 것은 죽기 살기로 싸웠던 그 말 때문에 생기는 상처만 남게 되죠.

그래서 설령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들으면 그 내용 자체가 사라지게 되고 2차, 3차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앵커]
일단 본인이 해결해야지 그 외에 가족을 건드리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겠군요.

[인터뷰]
혹시 서로 사이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시면 한 번 이런 말 시도해보시면 금방 사이 안 좋아집니다.

[앵커]
또 어떤 말들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다 자기 위해서 그런 거야", "기껏 생각해서 해줬더니 왜 화를 내?!"

지금 이런 말들은 말투가 문제지 사실 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인터뷰]
사실 말투뿐만 아니라 이런 것이 사람을 섭섭하게 하게 합니다. 나름대로 상대방을 생각해서 좋은 의도를 담았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그게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화가 나고 좌절하고 때에 따라서는 심한 원망감까지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좌절감이 생길 말을 방지하려면 서로 다투더라도 상대가 노력한 부분을 깎아내리거나 평가 절하하는 식으로 하면 안 돼요. 그러면 상당히 인격적으로 타격받거든요.

그래서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노력한 부분은 인정해주면서 서로 간에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앵커]
노력한 부분에서는 비하하거나 과소평가하지 마라,

최악의 부부싸움 부르는 '말', 또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만나보시죠.

"근데….", "됐고…..", "어쩌라고"

이건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됐고!! 어쩌라고!!

[인터뷰]
네, 같이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앵커]
이건 턱이 좀 올라가면서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
특정하게 어떤 말투에 따라서 훨씬 효과가 다를 데요. '근데'라는 말은 부부 사이뿐만 아니라 일반 대인관계에서도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인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죠.

[인터뷰]
'근데'라는 말은 '그런데'라는 말의 줄임말이잖아요. 사실 속마음은 '그러나'라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거든요.

인간관계가 좋아지려면 '그런데, 그러나'의 관계가 아니라 사실은 '그리고'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했으면 그 말에 대한 수용이 먼저이고, 그 말 다음에 '그리고, 내 입장' 이런 식으로 '그러나, 그런데'의 관계가 아니라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좋고요.

그리고 많이 들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됐고!' 이렇게 말하게 되면 말이 단절되지 않습니까,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아, 됐어' 이런 식으로 말하게 되면 더 말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안 드니까 감정싸움의 골이 깊어질 수가 있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어쩌라고'.

[앵커]
'어쩌라고'라고 말하면 정말 기분이 확 나빠질 것 같아요.

[인터뷰]
'어쩌라고'라는 말을 하면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상대에 대한 비난 같은 것들이 함께 실려서 가게 되니까, 물론 지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근데, 됐고, 어쩌라고', 이것 삼박자를 한꺼번에 사용하시게 되면 커다란 일이 생깁니다.

[앵커]
생각해보면 '당신네 식구들은 왜 다 그 모양이야, 이거 다 당신 위해서 하는 이야기야, 아 근데, 어쩌라고, 됐어'라고 말이 나오면 싸움이 커지고 수습이 안 될 것 같거든요.

이렇게 되면 정말 화해하기 힘들어질 것 같은데 이렇게 되기 전에 미리미리 진화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따로 없을까요?

[인터뷰]
기본적으로 평상시에 잘해야겠죠.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만약에 어떤 싸움이 생겨서 상대가 화가 많이 났다, 이럴 때 소개하고 싶은 대화법이 있는데요. '방어를 낮추는 대화법'.

[앵커]
방어를 낮추는 대화법.

[인터뷰]
이 방법은 인지 치료자인 데이비드 번스(David Burns)가 제안한 방법인데요.

예를 들어 아내가 "당신은 당신 생각만 해!"라고 했을 때 남편이 "뭔 소리야, 어쩌라고"라고 말하면 아까 전으로 돌아가서 싸우게 되는 거죠.

이럴 때는 방어를 낮추는 게 중요하니까 남편 입장에서는 "맞아. 당신 기분이 어떨지 깊이 생각 못 했어. 나한테 화낼 만해. 나도 힘드네… 당신 기분이 어떤지 더 얘기해줄 수 있어?"

여기서 요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대가 화난 부분에 대해서 나와 관련한 부분을 수용하거나 인정하는 반응을 하면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지게 됩니다.

그다음에 중요한 것은 뭐냐면 '당신 입장이 어떤지 감정이 어떤지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라는 초청하는 의미가 두 번째라는 거죠.

그러니까 하나의 방어를 낮추고 더 이야기할 수 있도록 초청하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담으면 훨씬 더 이야기 진행이 잘 되겠죠.

[앵커]
교수님은 부부싸움 하실 때 이런 이론으로 싸우시나요?

[인터뷰]
아뇨, 이론 생각하지 않죠. 부부싸움은 생활인데, 이론 생각하지 않죠.

가능하면 '나, 너'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죠.

[앵커]
그렇다면 부부싸움을 제대로 잘, 현명하게 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어쨌든 갈등 상황은 늘 생길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잘 싸울 수 있을까요?

[인터뷰]
가능하면 부부싸움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어쩔 수 없이 부부싸움에 서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심리학에서는 '나-전달법(I-message)'과 '너-전달법(YOU-message)'을 얘기합니다.

[앵커]
'나-전달법'과 '너-전달법'.

[인터뷰]
'나-전달법'이라는 것은 말할 때 '나'로 시작하는 문장들이죠.

그리고 '너-전달법'은 '너'라고 시작하는 건데요.

상대방이 자신이 화가 많이 났을 때는 '나-전달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0000한 것을 기대했는데 상황이 0000게 되어 속상하고 화가나." 같은 방식이잖아요.

이를 너 전달법으로 하면 "당신이 0000해서 이 지경이 되었잖아.."와 같이 되는데 내가 화났을 때 상대를 주어로 얘기를 시작하면 비난하는 마음이 담기기 때문에 싸움이 바로 생기죠. 그러니까 화가 났을 때는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표정이나 이런 것들이 중요하죠. 신경질적으로 '나-전달법'을 사용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전달법'을 기억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이 '나 전달법' 안 통하는 경우도 있나요?

[인터뷰]
그렇죠. 항상 이걸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또 그 얘기야?'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물론 진심이 담겨야 하는 건 기본이고요.

때에 따라서 상대가 많이 힘들어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는 '나-전달법'방식으로 말하는 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나도 그 마음 알아"라는 식의 '나-전달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이 경우는 "당신이 000를 정말 원했는데 안돼서 많이 힘들 것 같아." 같은 '너-전달법'이 도움이 됩니다.

요약하면 내가 화났을 때는 '나-전달법', 상대가 힘든 일을 경험할 때는 '너-전달법'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이 둘을 바꾸시면 안 됩니다.

[앵커]
평상시에 이런 것들을 많이 연습해놔야 뚜껑 열리기 일보 직전에 슬기롭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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