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만든 여성 생식기관 모델 '에바타'

3D 프린터로 만든 여성 생식기관 모델 '에바타'

2017.04.03. 오후 1:1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3D 프린터로 만든 여성 생식기관 모델 '에바타'
AD

미국 과학자들이 여성 생식 시스템을 모방한 3D 모델을 개발했다. 얼핏 보기엔 연구실에서 쓰는 기구와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엄연히 난소, 나팔관, 자궁, 자궁경관, 그리고 간의 역할을 하는 부위가 들어있다.

3D 여성 인공 생식기관인 에바타(Evatar)는 아바타의 여자 버전을 의미한다. 난소는 실험 쥐의 조직 세포로, 나머지 장기는 자궁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로 생성했다. 그 안에는 파란 액체가 혈액처럼 돌고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 다 자란 체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가해 줄기세포처럼 되도록 유도한 세포)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이 인공 모델은 실제 여성의 생식기관처럼 작동한다. 28일을 월경 주기로 둔 채 생식기관끼리 상호작용하거나 임신 호르몬을 분비할 경우 어떤 변화가 이는지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약을 넣느냐에 따라 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함께 볼 수 있다.




(▲ 3D 프린터를 통해 생체 조직으로 만들어진 인공 난소, 자궁, 나팔관, 간 등 인체를 닮은 에바타가 개발됐다./ NorthwesternU)

에바타로 인해 여성 생식과 관련된 여러 질병 연구가 진척을 낼 것이다. 에바타 개발에 참여한 일리노이대 조애너 버데트 약학 박사는 "이 인공 모델은 여러 상호작용과 연관된 여성 생식기관 질병을 연구하는 데 굉장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에바타는 자궁 근종, 자궁내막증, 다낭성 난소 증후군, 불임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또한 더 효율적이면서도 부작용이 덜한 피임약을 연구하는 데도 에바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에바타를 통해 실험동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줄여 윤리성과 함께 약에 대한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프로젝트 책임자인 다닐로 태글 신경유전학 박사는 "동물 실험을 거친 약의 90%가량이 임상시험에 실패했다"며 "큰 비용을 치르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노스웨스트대 여성건강연구센터(WHRI) 주임인 테레사 우드러프 박사는 "장기적으로 개인 맞춤형 에바타를 개발해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맞는 투약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에바타의 남자 버전인 아다타(Adatar)를 개발해 남성 생식 시스템 연구에도 나설 계획이다.




(▲ 인체와 관련된 연구를 할 때 보통 남성의 몸이 기준이 된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개하는 YTN Science의 보도)

의학 연구에서 여성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지난해 2월 WHRI 월간 포럼에서 우드러프 박사는 "여성의 건강 문제는 임신, 출산에 국한하지 않는다"며 "성별을 연구에 도입할 경우 연구 타깃을 좁혀 훨씬 비용을 절감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남성과 구분된 여성의 특질은 쉬이 일반화하는 데 비해 여성의 몸은 남성과 구분되지 못하고 가려졌다는 것이 우드러프 박사의 설명이다.

과학매체 씨커와의 인터뷰에서 우드러프 박사는 "여성 생식기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좀 더 특징적이기 때문에 에바타를 연구의 시발점으로 두는 게 나았다"며 "이제 여성에 대한 생물학적 모델이 먼저 나올 법도 됐다"고 덧붙였다.

3D 프린터로 만든 여성의 인공 생식기관 에바타가 실험동물의 희생을 줄이면서 동시에 여성의 건강 문제, 나아가 생식 메커니즘 연구에 크게 기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출처 = Credit Northwestern University,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