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 박사논문 표절 의혹 관련 보도…문제는?

송유근 박사논문 표절 의혹 관련 보도…문제는?

2015.11.24.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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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미디어와 관련된 과학 소식을 살펴보고 언론의 과학보도 내용을 비평해보는 '이슈 앤 미디어' 시간입니다.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인터뷰]
얼마 전 최연소 박사학위 수여 예정자가 된 송유근 씨와 관련된 논란이 일었는데요. 그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송 씨가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당 내용에 대한 몇 가지 쟁점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과학 영재를 다루는 언론의 문제점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앵커]
송유근 군이라면 어릴 적부터 천재로 방송에 자주 소개되던 인물 아닌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1997년에 태어난 송 씨는 올해로 17세인데요. 이미 어릴 적부터 뛰어난 두뇌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이미 2006년에 인하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 나이로 10살이죠.

그리고 2009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천문우주과학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내년 2월에 졸업할 예정인데요. 과거에 투고한 논문과 관련하여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과거에 작성했던 논문이 왜 갑자기 표절 의혹을 받게 된 건가요?

[인터뷰]
사실 이 문제를 가지고 송 씨의 자질을 문제 삼기에는 지나친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 독립된 연구자로서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어린 나이에 학문에 임하는 방식 설정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것이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의심으로 이어지는 것을 특히 경계하고,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문제는 어째서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인가에 대한 맥락적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우선 최근 과학동아의 보도를 보면 물리학 전문가들이 표절로 평가한 부분들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해당 내용에 따르면 올해 10월 10일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제1저자 송유근, 교신저자 박석재 박사의 논문이 2002년 박석재 박사가 쓴 논문과 같다는 의혹입니다.

[앵커]
박석재 박사는 논문 지도교수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종의 자기표절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맥락적으로 말하자면, 제자인 송유근 씨 1저자 박석재 박사가 교신저자로서 주저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런 관점에서 박석재 박사의 자기표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터넷에서는 송 씨의 2015년 논문과 박석재 박사의 2002년 논문을 읽어본 물리학자들이 유사성을 언급하며 표절 가능성을 제기했고, 실제로 두 논문을 입수해 비교해 본 결과,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물론, 수식까지 80% 이상 같다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석재 박사는 "논문의 앞부분은 비슷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고, 핵심인 '편미분방정식'이 다르므로 둘은 다른 논문"이라며 "2002년에 내가 하지 못한 작업을 2015년에 유근이가 해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 전문가는 "두 논문이 100%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전문가는 "핵심이라는 편미분방정식도 2002년 논문에 나와 있는 다른 방정식을 조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며 "같은 수식을 표현만 다르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윤리적 문제일 수 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인터뷰]
이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 잘못된 연구 관행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그대로 논문으로 가져온다든가, 자기가 과거에 썼던 내용이니까 양심의 거리낌이 없이 재사용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인사 검증을 할 때 표절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살펴보면, 제자의 논문에 이름을 얹어서 발표하거나 한글 논문을 그대로 번역해서 영어 논문으로 만들거나 하는 부분들이 문제로 제기된 바가 있었는데요. 과거에는 관행처럼 이뤄졌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다만 송 씨처럼 오래전부터 천재로서 이른바 과학의 기대주로 여겨져 왔던 사람, 그리고 그를 지도하는 사람이라면, 정석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입니다.

[앵커]
사실 이 문제가 앞서서 언론이 송 씨의 학위 소식을 전하면서 불거진 문제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이런 것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인터뷰]
사실 오늘 지적하고 싶은 핵심적인 주제가 그런 언론의 지나친 관심인데요. 이른바 최연소의 타이틀로 송 씨의 삶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그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 언론은 이러한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하여 '10년 빠른 박사'일뿐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송 씨 연구의 내용과 성과는 모른 채 이슈화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부분들은 과거 세계적 천재의 사례로 주목을 모았던 김웅용 씨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연구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연구자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문제, 어떤 식으로 해결돼야 할까요?

[인터뷰]
이 문제에 있어 언론의 프레임이, 언제까지 소년인지 모르겠지만, 천재 소년 송유근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학계의 잘못된 논문 투고 관행과 그것이 지도방식으로 자리 잡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보도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주목해온 천재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옹호적인 보도로 이어지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받아온 과학 영재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니까 씁쓸한 마음이 드는데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과학계에 뿌리내려져 있는 잘못된 연구 관행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공공미디어 연구소 이경락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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