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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물리학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말하다,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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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5-10-28 16:03
앵커

휴가철이면 심해지는 교통체증의 해결책부터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과자의 성공 비결까지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계 자료와 그래프를 활용해서 풀어낸 물리학자가 있는데요, 과연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통계학'이나 '물리학'은 그나마 다른 과학 용어보다 익숙한데요,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분야인 '통계물리학'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인문학과 자연 과학의 융합 학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통계물리학은 많은 입자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물리학의 분야입니다. 이런 통계물리학을 도구로 이용하면 다양한 사회현상이나 경제현상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죠. 맞습니다. 대표적인 융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통계물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또 현재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통계물리학은 막스웰 볼츠만 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19세기 말 시작되어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물리학의 대표 분야입니다. 볼츠만의 제자의 제자의 제자 중에 한국분이 있으십니다. 바로 국립과천과학관 명예의 전당에 이휘소 박사님과 함께 올라 있는 작고하신 조순탁 교수님 이시죠. 물리학에는 이렇게 이휘소 박사님, 조순탁 교수님 딱 두 분만이 명예의 전당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계물리학은 바로 조순탁 교수님으로부터 4~5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계물리학은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김두철 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훌륭한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통계 물리학을 포함해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게 되셨던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입자가 많으면 적용되는 것이 바로 통계물리학입니다. 뭐라도 많으면 상당히 강력한 방법이죠. 입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으면 통계물리학적인 방법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뿐 아니라 많은 통계물리학자가 세상에 관심이 많답니다. 사회에 대한 연구 중에 물리학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어떻게 물리학자가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 그렇게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앵커

최근에 물리학자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셨죠?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세상 물정의 물리학'인데요, 책에 담겨 있는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책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제가 했던 연구 결과를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의 김이박 등 성씨 분포가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유행했던 이름들이 어떤 형태를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는지도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또,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가 비슷비슷하게 공평하려면 어떻게 프로야구 일정표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논문을 쓴 연구였답니다. 책에는 또, 제가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어요. 최근의 메르스 전파에 대해 물리학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담겨있습니다. 물리학자가 항상 놀라운 눈으로, 존경의 눈으로 보는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앵커

책의 내용 가운데 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비결에 대한 내용도 다루셨더라고요, 통계물리학적으로 접근해볼 때, '인터스텔라'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인터뷰]
물리학자들은 하나하나를 이해하기보다는 언뜻 보면 아주 다른 것들이라도 이들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어떤 보편적인 원리가 있을까를 늘 고민한답니다. 인터스텔라의 성공은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이유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영화라고 항상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저는 성공한 이유를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아주 강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많은 사람이 영화를 봤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10년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표를 사서 극장에 가게 되는 거랍니다. 제 책도 만약 베스트 셀러가 되면, 책의 내용보다도 베스트 셀러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더 사보게 되겠죠.

앵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물리학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데요, 이 밖에도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물리학적인 원리가 담긴 현상들,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고속도로에 사고가 나지 않아도 차가 막히는 것도 통계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액체가 담긴 주머니 손난로는 요새도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겨울이면 살 수 있는 데요. 손난로가 액체 상태일 때가 차가 안 막히는 고속도로, 그리고 고체 상태일때가 차가 꽉 막힌 고속도로에 해당합니다. 온도를 높여야 녹아서 액체가 되는 손난로처럼 고속도로에서는 진입차량의 수가 많이 줄면 정체가 풀리게 되죠. 딸각하고 누른 손난로 안의 금속조각은 급브레이크를 밟는 자동차 한 대로 생각하면 되고요. 단지 비유만 한 것은 아닙니다. 넓게 보면 손난로의 물리학은 고속도로의 물리학과 많이 다르지 않답니다.

앵커

앞서 통계 물리학에 대해서 말씀을 나눌 때도 잠시 언급이 됐었지만, 과학계에 융합 연구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교수님처럼 물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예비과학도들이 융합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면,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저는 융합연구가 서로 다른 두 분야를 동시에 똑같이 알아야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이나 마찬가지인데요. 먼저 자기가 공부하는 분야를 정말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물리학자가 사회학자의 도구를 가지고 연구하거나 반대로 사회학자가 물리학자의 도구를 이용해서 연구하는 것이 융합연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제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님의 말씀처럼, 같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회현상이 있을 때 서로의 도구를 하나씩 들고 모여 앉은 테이블의 형태가 융합연구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다른 분들이 도대체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지 잘 보고 서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분야의 연구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르다고 해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많은 사람이 둘러앉아서, 테이블이 왁자지껄 많이 시끄러우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동안 물리학 하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었는데요,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물정을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재밌고 유쾌하게 전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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