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 왜 우린 아직까지 없나?

노벨과학상, 왜 우린 아직까지 없나?

2015.10.09. 오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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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앵커]
올해 노벨 과학상은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나왔지만,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걸까요?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문가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올해 노벨과학상, 어떤 분들이 탔습니까?

[인터뷰]
아쉽죠. 우리 한국인 과학자는 없었습니다. 일본인 과학자도 두 분이 노벨상을 받았고. 미국인 과학자하고 일본인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스웨덴 분도 받으셨고요. 우리나라는 말씀드린 대로 아직 노벨상을 못 받고 있는데 이웃 일본은 일본 국적자만 하더라도 21명이 받았습니다.

일본 국적이 아닌 일본계까지 합치면 24명입니다. 미국은 240명이 넘습니다. 영국이 60여 명이 되고요. 독일이 한 40여 명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까지 통틀어서 노벨과학상. 일본은 노벨과학상을 받은 분들이 지금까지 21명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렇게 많은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성적표가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인터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그중에서도 먼저 그 답변을 드리기 전에 우리가 일본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사실 2008년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처음 노벨상을 받은 것은 1949년이에요.

그리고 그동안 2002년까지만 해도 아홉 분이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후에 지난 7년 동안에 무려 열두 분이 노벨상을 받으신 거죠. 그리고 올해 노벨생리의학상받으신 분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가 기타사토대학이라고 하는 일본 동경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사립대학입니다.

기타사토라는 이름이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낯선 이름인데요. 이분의 이름이 19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수상업적에 나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일본의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알려져 있고요. 디프테리아균을 발견을 해서 예방방법까지 찾아낸 아주 훌륭한 과학자였습니다. 이게 아마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일본 같은 경우에는 1949년부터 시작이 됐다면 어떤 역사적인.

[인터뷰]
역사적으로는 1868년에 소위 메이지유신, 명치유신 이후에 일본이 화혼양재라는 기치를 내걸고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데 그중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현대과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마침 서양에서도 현대물리학, 생리학, 세균학, 화학 이런 것들이 출발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러니까 시대적으로 일본이 운이 참 좋았던 거죠. 그래서 일본도 서양의 현대과학을 정립해서 출발시키는 데 동참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앵커]
어떤 역사적인 배경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본의 장인정신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인터뷰]
그렇죠.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은 분들이 일본은 장인정신이 있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이런 등등의 얘기를 합니다. 그 얘기를 자꾸 듣고 있으면 굉장히 왜소해지죠. 그런데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노벨상을 못 받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노벨상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반 세기 동안 잘먹고 잘살게 만드는 일에 집중적으로 노력을 해 왔고 특히 외국의 낯선 과학기술을 흉내내서 베껴와서라도 그렇게 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부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죠. 그러니까 과학기술계도 물론이고 국민들, 정부. 정부와 일치단결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학문이라든가 지식의 가치라든가 이런 것을 소홀하게 생각을 했죠. 학문은 따분한 것이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고 지식이라는 건 어렵고 재미없고 쓸데없는 그런 재미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학문이나 지식을 증진하기 위해서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은 낭비라고 믿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게 우리의 문제였죠.

[앵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목표로 해서 기초과학연구원도 설립을 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아직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걸까요?

[인터뷰]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우리 사회가 의사결정을 못한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문제가 과연 지금 우리나라는 잘먹고 잘살고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 상태로 계속 가는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길을 찾아볼까하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선택은 이것입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우리 후손들한테 그저 다른 것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잘먹고 잘사는 일에만 집중하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졸부의 나라에 산다는 평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 평을 받더라도 잘먹고 잘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를 하면 지금같이 하면 되죠.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고. 만약에 다른 선진국들처럼 정말 진정한 의미의 인류 공영, 국제사회의 책무, 이런 것까지 고민을 하면서 정말 부자들의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을 물려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나라에 살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을 한다면 이제 진짜 학문에 대한 노력 그리고 지식증진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그럴 경우에는 우리가 노벨상을 목표로 해도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대로만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마는 요즘 아이들 정말 걱정이 대학을 가도 취업을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학문을 선택할 때에도 기초과학보다는 경영이나 취업이 잘 되는 과로 쏠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말씀을 하신 것처럼 지금처럼 졸부의 상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합니다. 과연 이 상태로 우리 아이들한테 이 나라를 물려줘도 괜찮을 건가. 아니면 조금 더 힘들게 살더라도 진짜 선진국, 진짜 부자의 나라들이 하는 사회적 책무, 지식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 지식증진을 위해서 노력하는 국가를 만들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될 것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합의가 더 중요하다라는 지적을 해 주셨는데 또 하나 지적을 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의 지연이라든가 학연. 이런 것들도 이런 기초과학 발전에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
우리가 한동안 한국병이라고 일컬었죠. 그런 사회적 병폐의 요인은 사실 우리가 졸부의 나라를 유지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그것은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것이고요.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지금 최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좀 안정화되면서 관료의 힘이 너무 심각하게 과도해졌습니다.

정책과행, 정책만능주의에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런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 될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앵커]
이번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중국 수상자입니다. 개똥 속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발견하신 교수님이시죠.

[인터뷰]
중국 국적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번에 처음입니다. 중국 출신들이 노벨상을 받은 분들은 많은데. 그런데 이번 중국의 노벨상 수상은 좀 독특합니다.

현대과학적 합리성과 비판적 자세를 가지고 학문을 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적용이 돼서 얻어진 성과가 아니고 모택동 시절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해전술식 전략을 썼던 것의 성과가 이번에 의외로 과학적 성과로 인정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좀 독특하고 아주 특이한 사례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자 나올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짤막하게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아직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는 과학자가 받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요. 우리 국내에서는 아직은 여러 가지로 준비가 덜 돼있고 그중에서도 우리 사회가 노벨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노벨상은 학문적 노력, 지식증진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회의 학자가 받는 영예입니다. 우리가 좀 방향을 바꿔서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인문, 철학, 역사, 문학까지도 이렇게 학문과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면 우리가 경제개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리도 지식의 증진, 학문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면. 그리고 온사회가 힘을 합쳐서 노력을 한다면 그것이 아마 한국적 장인정신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앵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였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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