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먼지에 독성물질이?…우리나라 '최악 수준'

집 먼지에 독성물질이?…우리나라 '최악 수준'

2015.09.22. 오전 10:5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문효방, 한양대학교 교수

[앵커]
스마트폰이나 TV와 같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집 먼지에 발달장애나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 대거 포함돼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집 먼지에 포함된 독성 물질의 양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하게 많은 수준으로 조사됐는데요.

우리나라 집 먼지의 심각성과 해결 방법에 대해 문효방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집 먼지에서 많은 양의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셨는데요,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나요?

[인터뷰]
이번에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12개 국가로부터 집 먼지를 채취했고요. 난연재 물질은 12개 국가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은 오염도를 보였습니다. 스페놀류는 미국 벨기에 일본 다음으로 높은 농도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독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집 먼지에서 어떤 독성물질들이 검출된 건가요?

[인터뷰]
두 가지 종류의 물질이 검출되었는데요. 하나는 TBBPA라고 하는 난연재 물질이고 나머지는 비스페놀류 입니다. 난연재는 주로 플라스틱의 화제를 지연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고 주로 컴퓨터나 TV, 휴대전화와 같은 전기, 전자제품에 많이 사용합니다.

비스페놀은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이고 유리처럼 투명하게 보이는 물질이 대부분 비스페놀로 만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통조림 내부에 코팅 물질로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불에 타지 않게 하는 내연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하니 충격적입니다. 이런 독성 물질들이 우리 몸에는 어느 정도로 해롭나요?

[인터뷰]
이런 물질들을 저희는 흔히 환경 호르몬성 물질이라고 합니다. 이 물질은 체내에 정상적인 호르몬의 기능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영향은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일으키기도 하고 대사장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생식독성과 관련해서는 남성의 정자 수나 운동력을 감소시키고 남성의 여성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결국은 불임을 일으키는 강력한 물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더 치명적일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아기들에게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아기들이 어른들보다 집 먼지에 대한 노출량이 훨씬 더 높습니다. 아기들은 보통 바닥을 기거나 손을 바닥에 짚고 입으로 가져가는 그런 행위를 많이 하기도 하고 전자제품을 짚었다가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해서 먼지에 대한 노출량이 많고요.

두 번째는 독성물질에 대한 감수성이 어른들보다 훨씬 민감합니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다양한 신체장기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독성물질에 노출되면 특히 발달장애를 많이 일으키게 됩니다. 특성 장기가 과하게 성장하거나 특성 장기가 성장하지 않는 그런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영유아에게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유독 우리나라의 집 먼지 속에서 독성물질이 많이 검출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첫 번째는 검출된 물질 자체의 사용량이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높은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검출된 물질 자체가 전기, 전자제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국에 비해 좁은 공간에 훨씬 많은 종류와 양의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두 번째는 이런 오염 물질들이 실내공기로 전이되는 과정이 보통 실내 온도와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1년 내내 난방하는 그런 가정이 많았기 때문에 난방 효과들도 독성물질의 높은 농도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자기기 사용이 많으면 왜 집 먼지가 더 늘어나게 되는 건가요? 전자기기와 집 먼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가요?

[인터뷰]
전자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면, 높은 열이 발생합니다. 흔히 휴대전화로 오랫동안 통화를 하면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현상인데요. 화재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첨가된 난연재 물질이 방출되게 됩니다. 전자제품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전자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혹은 집안 온도가 높아지면 이 물질이 실내공기로 이동하게 되고 이동한 물질은 공기보다는 입자에 잘 부착하는 특성이 있어서 주로 집안 먼지에 부착이 되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가 오래 머무는 공간의 먼지가 건강에 안 좋은 수준인지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일단 공기를 표준 채취 방법을 이용해서 먼지 안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수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먼지나 공기 중에 있는 유해물질을 분석하면 그 가정에 사는 분들에게 노출되는 양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노출량을 인체와 독성물질의 기준치와 비교하면 이 물질이 이 실내먼지에 이만큼 있다면 건강하다, 건강하지 않다.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 이런 것을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교수님, 평소에 집 먼지를 효과적으로 없애려면 환기나 청소를 자주 하는 방법 밖에 없을까요?

[인터뷰]
외부 공기가 실내 공기보다 유해물질의 농도가 낮기 때문에 환기가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먼지 자체가 많을 경우에는 유해물질이 흡착돼서 우리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청소를 자주 해주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전자제품에 부착된 먼지를 자주 청소해주시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전자제품 위에 있는 먼지들은 전자제품에 있는 화학물질들을 직접 흡착하는 특징이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청소하는 것이 특히 도움될 것입니다.

[앵커]
끝으로 집 먼지 속 독성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전해주시죠.

[인터뷰]
결국, 집 먼지 안에 있는 독성물질이 사람에게 노출되는 경로는 주로 손을 통해 입으로 전달됩니다. 손을 자주 씻어 주는 것이 유해물질을 없애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 전기, 전자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 자체를 빼버려서 난연재 물질이 실내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노력은 기업이나 정부에서 전기, 전자 제품에 첨가되는 유해물질의 사용과 등록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더 적극적으로는 더 안전한 물질이 있을지를 잘 물색해서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문효방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