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평] 국회, 세종청사 간 '원격화상회의' 진행…의미는?

[과학 논평] 국회, 세종청사 간 '원격화상회의' 진행…의미는?

2015.09.04. 오후 3:4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김상선,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앵커]
지난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세종청사 간에 화상회의가 진행됐는데요, 그래서 오늘 '과학 논평'에서는 세종청사 본격적인 운영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관련해서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진행된 원격화상회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김상선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세종청사 간에 원격화상회의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국회 회의와 관련하여 최근 두 가지 주목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교문위가 세종청사와 원격화상회의를 실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국회 회의 때 현안에 따라 답변을 요구하는 연구기관의 기관장만을 배석하도록 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국회만 열리면 국회 상임위원회 복도 앞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미방위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어서 관련 분야가 넓고 관련 기관이 60여 개를 넘는 실정입니다. 기관마다 3명씩만 참석해도 200여 명이 참석하게 됩니다.

이 중에 기관장급만 회의에 참석하며 나머지는 회의장 주변을 서성이면서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회의에 배석한 대부분의 연구기관장들도 종일 발언 한마디 없이 앉아서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기관장들의 시간 낭비와 업무 공백을 생각할 때, 이런 업무형태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교문위와 미방위 두 상임위원회에서의 조치는 아주 바람직하며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앵커]
실제로 세종청사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시간과 예산 낭비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는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인터뷰]
국회가 상설화되면서 공무원들이 국회에 출석해야 하는 빈도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회 출석 외에도 청와대 등 관련 기관 업무협의, 언론 협의, 각종 회의 참석 등으로 서울 출장이 잦은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애로 및 시간과 예산 낭비는 그냥 걱정할 정도를 넘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수준입니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직급에 따라 1급은 하루, 2급은 이틀, 3급은 3일만 세종청사로 출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가 하면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으로 인하여 긴 시간을 길에서 보낸다고 해서 '길 과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입니다. 반면에 종전에는 좀처럼 참석하지 못하던 부처 국 과장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률이 높아졌다는 합니다. 아직 세종시로 이사하지 않은 분들은 출장을 핑계로 집에 빨리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이유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세종청사 공무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전국 각지로 이전한 150여 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며 국정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국정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떤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까요?

[인터뷰]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미 결정되어 진행된 일이고 보면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수도권 인구집중문제 해결 및 국토균형발전 등 애초 지방 이전을 추진한 기본 취지에 맞게 운영하면서 동시에 국정운영의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서, 우리의 앞선 과학기술, ICT를 활용해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 ICT를 이용하여 지정학적인 거리에서 오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업무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입니다. ICT 강국의 위상에 맞는 업무형태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국회 교문위에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를 원격화상회의로 진행한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일부 국회의원들은 '원격화상회의'에 따른 불편을 제기하면서, 주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면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하는데요,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먼저 제가 실제로 경험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KIST 유럽연구소 이사회를 KIST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 있는 몇 대의 모니터에 독일 측 이사가 나오고 이쪽에는 한국 측 이사가 마주 앉아서 이사회를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1~2시간의 이사회를 위하여 독일까지 날아가는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죠. 두 번째 사례는 미국 국가연구회에서 각주에서 온 과학자들이 라운드 테이블 미팅을 하는데 마침 다른 주에서 오셔야 할 분이 못 오셔서 대신에 그분 자리에 모니터를 올려놓고 화상으로 참석하여 토론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도입단계에 다소간에 불편이 있더라도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서 다소간 불편하고 미진한 점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활용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업무효율 제고는 물론 첨단과학기술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갈 수 있고 또한 관련 산업 분야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무리 좋은 우리 기술도 활용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선두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때 특히 국회가 이렇게 먼저 솔선해 나아갈 때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부문까지 이런 업무문화가 확산해서 정착될 것입니다.

[앵커]
끝으로 원격화상회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까요?

[인터뷰]
잘 아시다시피 오늘날 과학기술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원격화상회의의 경우도 예전보다 화면전송시간 지연이나 끊김 현상 등이 크게 해소되어서 실시간 회의에 거의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사용과정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개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면대면 회의'보다 오히려 화상회의가 더 편리하고 좋은 제도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요즘 정보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앞장서서 선도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앵커]
원격화상회의를 활용해서 시간과 예산 낭비를 줄이고, 나아가 국정의 운영효율이 높아지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김상선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