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 속에서 '유령입자' 포착

남극 얼음 속에서 '유령입자' 포착

2013.12.01. 오전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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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극의 얼음 속에서 우주로부터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최초로 포착됐습니다.

국내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 연구팀의 성과인데, 초신성과 블랙홀 등 우주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성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끝없이 펼쳐진 빙원.

과학자들이 얼음 밑 2km를 뚫어 농구공 크기의 특수 검출기 5,160대를 심습니다.

86개의 구덩이를 파고 각 구덩이에 60대씩의 장치를 설치한 겁니다.

면적 1세제곱 킬로미터, 세계 최대의 중성미자 검출기 '아이스큐브'입니다.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는 중성이고 질량이 0에 가까운 소립자입니다.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유령 입자'라고도 불립니다.

중성미자 대부분은 지구를 관통해 지나가는데 극히 일부가 얼음의 물 분자와 반응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푸른 빛의 신호를 검출기로 잡아내는 겁니다.

연구진의 검출기에 포착된 중성미자는 모두 28개.

태양의 핵융합이나 원자력잘전소의 핵분열시 발생하는 중성미자 에너지의 수천만 배의 에너지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지구상의 물리 현상으로는 나타날 수 없으며, 우주 먼 곳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블랙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터뷰:카르스텐 로트, 성대 교수(참여연구원)]
"우리는 최초로 우리의 태양계 바깥으로부터 날아온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발견했습니다. 우주 입자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겁니다."

때문에 초고에너지 중성미자의 기원을 규명하면, 우주에 대한 비밀을 상당 부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성미자의 숫자가 부족해 제대로 기원을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프란시스 할젠, 아이스큐브 책임연구원]
"다음 과제는 중성미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규명하는 것으로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중성미자를 발견하고 우리의 문제를 풀 다른 방법을 이용할 겁니다."

아이스큐브 국제공동 연구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 11개국 25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으며,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YTN사이언스 이성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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